R&D 케미칼 업체 선전하고 있지만…영업익 규모·이익률 차이 뚜렷
핵심 사업 본궤도 오른 셀트리온·삼성바이오…고성장세 지속 전망
1조 클럽 제약사, 캐시카우 발굴 투자 및 해외시장 진출 잰걸음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상위 바이오기업의 약진이 올해도 두드러지고 있다. 전통 제약사가 연구개발 성과를 가시화하며 견제에 나서고 있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실적 격차는 점점 벌어지는 모양새다. 내수보다는 규모가 큰 해외 시장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위 바이오기업의 핵심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만큼 이 같은 추세가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연매출 1조원 클럽에 속한 상위 제약바이오기업의 1분기 실적이 극명하게 갈렸다. 코로나19 속에서도 글로벌 시장 중심의 바이오사는 고성장세를 이어갔고, 내수 비중이 높은 제약사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창립 18년 만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매출 1위 자리에 오른 셀트리온은 매출(4,569억 7,000만 원)과 영업이익(2,076억 6,000만 원)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6%, 72.7% 증가하며 올해도 압도적인 양질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가파른 실적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9%(2,072억 원), 18.7%(625억 7,000만 원) 성장한 2,608억 원의 매출과 74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설립 9년만에 연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한 것이 우연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재입증했다.

이처럼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 두 곳이 호실적을 기록한 배경에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선전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셀트리온의 경우 주력 사업인 바이오시밀러가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으며 이들 지역에서 99% 이상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 위탁생산 수주가 꾸준히 증가하며 해외 시장 매출 비중이 80%를 향해 가고 있다.

반면 전통 제약사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GC녹십자(-18.8%), 종근당(-15.4%), 광동제약(-22.7%) 등은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이상 하락했고, 한미약품은 매출이 –6.2% 감소했다. 유한양행(21%↑/1195.4%↑)과 대웅제약(4.7%↑/305.2%↑)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비교적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그나마 자존심을 세웠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실적 격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벌어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글로벌에서 확실하게 입지를 다진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내수 시장 의존성이 높은 상위 제약사가 따라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특히 영업이익이 향후 이들의 간극을 더욱 넓힐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절대적인 규모와 이익률 측면에서 이미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만큼 미래를 대비할 R&D 투자 측면에서 상위 제약사가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을 보면 이 같은 분석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이익은 2,076억 7,000만 원, 743억 원에 달하고, 영업이익률도 무려 45.4%, 28.5%에 이른다.

이들이 더 무서운 것은 여전히 연구개발과 생산설비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셀트리온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2.1% 증가한 868억 원(774억 원)을 R&D에 배정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57% 늘어난 217억 원(138억 원)을 투자했다.

1조원 클럽 제약사 중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200억 원을 초과한 곳이 종근당(218억 8,000만 원), 한미약품(299억 4,000만 원), 대웅제약(225억 6,000만 원) 등 단 세 곳에 불과하고, 유한양행은 100억 원 대(139억 원), 광동제약(85억 1,000만 원)과 GC녹십자(49억 7,000만 원)는 100억 원 미만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격차다. 여기에 이들 제약사의 영업이익률이 최저 1.8%~최고 11.1%에 불과하다는 점도 비교 자체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다만 지난 몇 년간 공격적으로 R&D에 나선 몇몇 제약사가 최근 가시적인 성과를 하나 둘 씩 내놓고 있고,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바이오 업체와의 경쟁에서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적지 않다. 실제로 대웅제약(390억 원), 유한양행(377억 원), 종근당(344억 원), 한미약품(342억 원), GC녹십자(327억 원) 등은 올해 1분기에 영업이익을 한참 넘어선 300억 원 이상을 R&D에 집행했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의 연매출 1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조원 클럽 입성은 R&D 및 시설투자, 해외 시장 공략의 결과물이다”라며 “주력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규모의 경제가 본격적으로 시현되고 있다. 또 이를 재투자해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어 가파른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위 제약사들이 밀려난 자리를 단기간에 탈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들도 미래 캐시카우 확보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고, 몇몇 눈에 띄는 성과도 내고 있는 만큼 의외로 제약과 바이오의 주도권 다툼이 향후 치열하게 전개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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