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팩토·제넥신·젬백스·유한양행…‘종양학 올림픽’서 대표 연구 발표
20일 초록 공개, 국산 신약 후보물질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에 ‘이목’

▲ 사진=미국임상종양학회(ASCO) 현장 모습(출처: ASCO 홈페이지 캡처)
▲ 사진=미국임상종양학회(ASCO) 현장 모습(출처: ASCO 홈페이지 캡처)

‘종양학 올림픽’으로 알려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학술대회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매년 4만여 관계자가 참석해 최신 종양학에 대한 연구 결과를 나누는 ASCO 연례학술대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발표되는 최신 항암제 연구는 학계는 물론 산업계에도 깊숙이 연결돼 있다. 특히 항암제 개발사의 주가는 ASCO 전후에 변동 폭이 커진다.

국내 주식시장도 미국임상종양학회에 주목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는 유한양행, 메드팩토, 제넥신, 젬백스 등 4개 업체가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 대상에 올랐다.

다만 ASCO 2021 초록이 공개된 20일(현지시간 19일 오후 5시) 종가 기준, 메드팩토의 주가는 전일 대비 4.7% 내려 앉았다. 나머지 기업들도 일제히 소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초록에 담겨있는 연구 결과는 일부에 불과하다. 실제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내용에 따라 산업적 결과물까지 얻어낼 가능성도 있다. <메디코파마>는 각사의 초록을 심층 분석했다.

≫ 메드팩토, 기술이전 가능성 높이나…백토서팁, 대장암·다발골수종 임상 발표

2013년 테라젠이텍스社의 신약개발사업 부문을 분사해 설립된 메드팩토. 이 회사의 대표 후보물질은 백토서팁(Vactosertib)이다. 이 약은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저해하는 주요 기전으로 알려진 형질전환증식인자 TGF-β의 신호 전달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이다.

TGF-β는 암 주변에 신생혈관을 형성해 암세포 성장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토서팁은 암세포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 아닌 TGF-β를 억제해 암 치료에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2018년에는 다국적제약사 MSD, 아스트라제네카 본사와 면역항암제를 병용 투여하는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백토서팁 임상에 다국적제약사가 자사의 면역항암제를 공급하는 방식인 것이다.

이번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는 ▲전이성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MSD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 백토서팁 병용요법의 효능 및 안전성 [참고. https://meetinglibrary.asco.org/record/196461/abstract] ▲재발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포말리도마이드 + 백토서팁 병용요법의 1b상[참고. https://meetinglibrary.asco.org/record/195453/abstract] 등 2가지 결과가 발표된다.

키트루다 + 백토서팁의 전이성 대장암 임상 2상은 오픈라벨로 키트루다 3주 간격 200mg, 백토서팁 5일 투여(300mg) 및 2일 중단 방식으로 진행됐다. 등록 대상은 프루오로피리미딘, 옥살리플라틴 등 이용 가능한 치료를 진행한 후에도 질병이 진행된 전이성 대장암 환자다. 연구 목표는 객관적반응률(ORR)에 대한 평가다.

이번 초록에서는 현미부수체안정성(MSS) 전이성 대장암 환자 33명에 대한 결과가 공개됐다. 이중 5명(15.2%)에서 암종이 30% 이상 줄어든 부분 반응을 보였으며 7명(21.2%)은 질병이 추가로 진행되지 않았다. 17명은 질병 진행이 확인됐다.

대장암은 면역항암제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암종이다. 이번 임상 결과가 향후 난치성 암종에 대한 면역항암제 활용에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현재 위암, 식도암에서 키트루다 및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와의 병용을 통한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 임상도 진행하고 있는 만큼 가능성을 여는 첫 결과가 될 수 있다.

ASCO에서 발표되는 또 다른 백토서팁 임상은 기존 치료제인 포말리도마이드의 다발골수종 환자에 대한 반응률 개선을 목표로 한 연구다.

포말리도마이드는 현재 코르티코 스테로이드와 병용해 쓰이고 있다. 코르티코 스테로이드는 포말리도마이드의 반응률을 높여주지만, 면역 체계를 억제하고 파골세포를 활성화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번 임상은 코르티코 스테로이드 없이 백토서팁이 포말리도마이드의 반응률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재발성 다발골수종 환자 15명에 대한 투여 결과 백토서팁 병용군의 6개월 무진행생존율은 80%로 나타났다. 포말리도마이드 단독군이 20%, 코르티코 스테로이드 병용군이 40%임을 감안할 때 주목할 만한 결과다.

≫ 유한양행 렉라자, 이중항암항체 병용으로 타그리소 내성 잡을까

유한양행이 개발해 얀센에 기술수출한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임상 결과도 관심을 끈다.

얀센은 레이저티닙과 자사가 개발 중인 이중항암항체 아미반타맙의 병용 임상(CHRYSALIS)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ASCO에서는 CHRYSALIS 임상 내용 중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치료에서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 병용요법 투여 임상 [참고. https://meetinglibrary.asco.org/record/196820/abstract]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렉라자 단독요법과 아미반타맙 병용요법 비교 [참고. https://meetinglibrary.asco.org/record/201334/abstract] 등 2가지가 결과가 발표된다.

3세대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타그리소는 현재 내성 발생 시 후속 TKI 요법이 부재한 상황이다.

초록에 공개된 45명의 타그리소 내성 발생 환자에서 렉라자+아미반타맙 병용요법 시 1명의 완전 반응과 15명의 부분 반응이 나타났다. 반응률은 36%였다.

평균 8.2개월의 추적관찰 결과 20명은 여전히 치료 과정에 있으며, 치료에 반응한 16명 중 11명의 반응이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진행생존기간은 4.9개월이었다.

연구진은 바이오마커에 따른 하위그룹 분석을 진행했지만, 이 결과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CHRYSALIS 임상 결과도 ASCO에서 발표된다. EGFR 양성 비소세포페암 환자에게 렉라자 단독요법과 렉라자와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을 비교하는 내용이다. 초록에서는 연구 결과와 결론을 공개하지 않았다.

≫ 제넥신 GX-188E, 자궁경부암 키트루다 병용 중간 결과 '주목'

제넥신의 자궁경부암 치료백신 후보물질 GX-188E의 임상 결과도 공개된다. [참고. https://meetinglibrary.asco.org/record/195557/abstract]

이번 연구는 이미 자궁경부암 치료제로 승인된 키트루다와 병용을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일 가능성을 모색한 것으로, 두 약을 병용해 치료한 52명의 환자 중 48명에 대한 중간 분석 결과다.

평균 6.2개월의 추적 결과 48명의 환자 중 15명(31.3%)에서 반응이 나타났으며 완전히 종양이 사라진 환자는 5명이었다. 특히 HPV-16 및 편평세포암 환자에서는 더 높은 반응률을 보였다.

무진행생존기간은 4.1개월, 전체생존기간은 16.7개월로 나타났으며 3~4등급의 이상반응을 보인 환자는 2명이었다.

젬백스社 리아백스(성분명 GV1001)의 국내 췌장암 3상 임상 결과도 ASCO에서 공개된다. [참고. https://meetinglibrary.asco.org/record/195938/abstract]

일단 초록에 담긴 결과는 유의미해 보인다. 148명의 국소진행성 및 전이성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젬시타빈·카페시타빈과 리아백스 병용군의 전체생존기간은 11.3개월로 젬시타빈·카페시타빈 병용군의 7.5개월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과가 나타났다.

종양 진행까지의 시간(TTP) 역시 리아백스군이 7.5개월로 대조군의 4.5개월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보였다.

그동안 췌장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이 10%에 미치지 못했던 만큼 국산 약이 새로운 치료 옵션의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한편, 리아백스는 임상 2상 결과를 근거로 지난 2014년 조건부 허가를 획득한 바 있으나 2020년 임상 3상 제출기한을 넘기며 허가가 취소됐다.

이번 ASCO 발표를 통해 당시의 부실허가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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