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골형성 촉진제→골흡수 억제제, 효과”…급여 기준과 ‘괴리’
1차약 프롤리아 급성장…BP 후 2차약 포스테오·이베니티는 ‘잠잠’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골다공증 치료에 순차치료가 자리 잡을 수 있을까. 포스테오, 프롤리아에 이어 최근 이베니티까지 국민건강보험 급여권에 진입했지만, 임상 현장에서 요구하는 치료 순서를 적용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행 보험 기준상 골형성 촉진제를 먼저 쓰고 골흡수 억제제를 사용할 경우 환자들이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26일 의약품 시장조사 업체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프롤리아(성분명 데노수맙)의 매출은 198억9,000만원, 포스테오(테리파라타이드) 30억4,000만원, 이베니티(로모소주맙) 21억 원으로 나타났다.

단순 수치로만 보면, 암젠의 골흡수 억제제 프롤리아가 독주하는 모양새다. 이 약은 지난해 1분기 대비 38% 성장하며 골다공증 치료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반면 골형성 촉진제는 힘을 못 쓰고 있다. 같은 기간 릴리의 포스테오는 45.5% 역성장했고, 지난해 12월 급여권에 진입한 암젠의 이중작용제 이베니티 역시 아직 뚜렷한 처방 확대를 이루지 못했다.

사실상 의외의 결과다. 최근의 학계 주장대로라면 순차치료에 따라 이들 약제의 매출 순위가 바뀌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내 건강보험 급여 기준에 있었다.

일단 국내 골다공증 진료지침(대한골대사학회 2020년판)만 봐도 현행 급여 기준과 따로 노는 모양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프롤리아를 2년 사용한 후 포스테오로 변경했을 때 요추골밀도는 변경 6개월째 약간 감소한 후 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퇴골밀도는 변경 후 점차 감소하다 1년 후에는 이전 2년 동안 증가했던 골밀도가 모두 감소했고, 2년 후에는 기저치로 회복한 것으로 밝혀졌다. 프롤리아 치료 후 포스테오를 쓰는 순차치료를 권장하지 않는 이유다.

순서를 바꿨을 땐 결과도 반대였다. 포스테오에서 프롤리아로 이어지는 치료법은 단일약제를 이용한 순차치료 가운데 가장 효과적으로 골밀도를 증가시킨 것이다. 실제로 포스테오를 2년 사용한 후 프롤리아로 변경해 2년 투여한 경우 요추골밀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18.3%), 대퇴골밀도도 의미있게 높아졌다(6.6%).

하지만 현장에서는 골형성 촉진제인 포스테오나 이베니티가 먼저 처방되기는 어렵다. 두 약제 모두 급여가 적용되려면 1년 이상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를 사용한 후 골절이 발생하거나 T-score 감소가 나타나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골흡수 억제제인 프롤리아는 2019년 T-score -2.5 이하인 경우 골절이 없더라도 1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급여기준이 확대된 상황이다.

학회는 “약제의 순차적 치료는 처음 골다공증 치료제를 사용할 때 골절위험도에 따라 어떤 약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골절위험이 높은 경우 비스포스포네이트 또는 프롤리아를 일차약제로 권고하며 이후에 골밀도, 골절위험 및 여러 임상적 요인을 고려해 순차적 약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골절위험이 매우 높은 경우 포스테오와 같은 골형성촉진제를 일차적으로 사용하고 이후 골흡수억제제를 순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4월 열린 대한내분비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도 골다공증 골절 초고위험군에 대한 1차 치료제로 골형성촉진제를 사용하고 후속 치료에 골흡수억제제를 처방하는 것이 글로벌 경향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내분비학회는 폐경 후 여성 등 골절 초위험군 환자들을 대상으로 1차 치료에 강력한 약물을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골절 초고위험군의 기준은 ▲최근 12개월 내 골절을 경험 ▲골다공증 치료 중 골절 ▲T-score가 -3.0 이하로 진단 ▲과거 낙상으로 인한 부상 병력 ▲주요 골다공증 골절 위험 30% 이상, 고관절 골절 위험 4.5% 이상 등이다.

이 같은 권고는 암젠의 사후분석 연구인 FRAME 임상이 역할을 했다. 폐경 후 T-score –2.5~-3.5 여성 718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 24개월 시점, 이베니티(12개월)-프롤리아 투여군이 위약(12개월)-프롤리아 투여군 대비 임상적 골절 발생 위험 33%, 비척추 골절 발생 위험은 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 열린 대한골대사학회 온라인 컨퍼런스에서도 순차치료에 대한 근거가 제시됐다. 포스테오를 쓴 후 프롤리아를 사용한 환자군은 골밀도의 증가가 나타난 데 반해 투약 순서를 바꿨을 땐 골 손실이 발생했다는 결과였다.

이날 발표를 맡은 연세의대 김경민 교수(용인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는 “골다공증 치료는 얼마나 오래 약제의 효과를 가져가는가에 달렸다”며 “현재 상황에서 골형성 촉진제 이후 골흡수 억제제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학계는 골형성 촉진제를 우선에 두는 순차치료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급여 기준으로는 골형성 촉진제를 골흡수 억제제 전에 사용하려면 1년간의 비스포스포네이트 사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포스테오는 급여 적용까지 10년이 걸렸다. 기존에 골다공증 1차 치료제로 쓰이던 비스포스포네이트의 가격과 차이가 컸기 때문”이라며 “순차치료가 실제 국내 환자에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