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상위 기업 40곳 분석…삼천당·일동·부광 등 ‘최다’
매출比 R&D 10% 이상 16곳 달해…바이오 상당수 ‘감소’
약만 파는 시대는 끝났다…"연구개발비 늘려라" 특명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우리나라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부진에도 연구개발(R&D) 투자는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2곳 중 1곳의 R&D 투자액이 지난해 규모를 넘어선 것이다. 전 세계적인 팬데믹 사태로 경영환경이 악화되자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지갑을 열었다는 분석이다.

26일 <메디코파마>가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40곳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23곳의 R&D 투자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40개사의 연구개발비용은 2020년 4,381억 3,200만 원에서 2021년 4,953억 2,300만 원으로, 571억 9,100만 원(9.80%) 늘어났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용을 늘린 곳은 23곳에 달했다. 반면, 17곳은 감소했다. 상당수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만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고 내다본 셈이다.

≫ 국내 제약기업 2곳 중 1곳, ‘새 먹거리’ 투자 늘려

구체적으로 보면, 삼천당제약은 올해 1분기 매출의 19.93%에 달하는 78억 7,900만 원의 자금을 R&D에 투자했다. 전년 동기 보다 41억 6,800만 원(10.98%) 증액한 것이다.

이 회사는 현재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바이오사업부 핵심 과제로 유전자 합성과 선별기술을 통한 유전자치료제 개발에도 나서면서 R&D 투자금을 대폭 늘린 것으로 보인다.

일동제약은 신종 감염병 장기화로 수익이 악화된 가운데 공격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 260억 5,100만 원을 R&D에 투자했다. 지난해 같은기간 155억 800만 원을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105억 4,300만 원 늘어난 수치다. 매출 대비 투자 비중도 11.20%에서 19.50%로 8.30% 증가했다.

실제로 일동제약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2017년 334억 원, 2018년 465억 원, 2019년 485억 원 등으로 매년 연구개발비 지출을 확대했다. 지난해에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져 786억 2,700만 원이 집행됐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10억 4,230만 원 적자에서 올해는 136억 8,339만 원으로 적자폭이 크게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R&D 투자 확대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일동제약은 현재 ▲대사질환치료제 ▲간질환치료제 ▲안과질환치료제 ▲고형암치료제 등 10여 개의 신약 연구과제를 진행 중이다.

회사는 올해 핵심 신약 파이프라인의 임상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1분기 당뇨병 치료제를 시작으로 3분기 녹내장 치료제, 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 4분기 면역항암제의 임상시험계획승인(IND) 신청을 예고했다.

내년에는 안질환 치료제, 바이오 항암제, 당뇨병 치료제의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사실상 올해와 내년, 신약 파이프라인 대부분의 임상을 계획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일동제약의 연구개발 투자는 올해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동아에스티도 올해 1분기 230억 3,800만 원을 연구 개발에 투자했다. 매출액 대비 15.80%가 넘는 금액이다.

이 회사는 현재 핵심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해 글로벌 개발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건선치료제 스텔라라의 바이오시밀러인 ‘DMB-3115’는 전 세계 시장을 타깃으로 하기 위해 9개국에서 임상3상 시험 계획 신청을 완료하고, 미국에서 환자 모집을 개시했다.

당뇨병치료제 슈가논은 합작사인 레드엔비아가 대동맥판막석회화증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국내 임상2상을 진행 중이며, 미국에서도 임상 2b/3a상 IND를 승인받은 상태다.

주1회 패치형 치매치료제 DA-5207도 인도에서 임상1상을 준비 중이다. 과민성방광치료제 DA-8010은 국내 임상 3상을 위한 장기독성 테스트에 들어갔다.

이 외에도 전년 동기 대비 연구개발비를 확대한 곳은 ▲부광약품(8.30%) ▲신풍제약(4.19%) ▲유유제약(4.10%) ▲대웅제약(3.10%) ▲삼진제약(2.76%) ▲명문제약(2.67%) ▲제일약품(2.43%) ▲삼성바이오로직스(1.60%) ▲안국약품(1.27%) ▲녹십자(0.80%) ▲종근당(0.77%) ▲한독(0.72%) ▲유나이티드(0.70%) ▲씨젠(0.62%) ▲보령제약(0.61%) ▲영진약품(0.53%) ▲광동제약(0.50%) ▲JW중외제약(0.50%) ▲동구바이오제약(0.50%) ▲동화약품(0.46%) 등으로, 2곳 중 1곳은 R&D 투자에 지갑을 연 것으로 나타났다.

 

▲ 제약바이오기업 40곳 2020년 1분기 및 2021년 1분기 매출대비 연구개발비 투자 현황(자료: 금융감독원)
▲ 제약바이오기업 40곳 2020년 1분기 및 2021년 1분기 매출대비 연구개발비 투자 현황(자료: 금융감독원)

≫ 바이오기업, 매출은 급증 R&D 투자는 소폭만 증가

셀트리온과 바이오니아 등 17곳은 지난해 1분기 보다 매출 대비 R&D 투자를 축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1분기 매출의 20.8%에 달하는 774억 2,300만 원을 R&D 비용으로 쏟아부었다.

올해도 16억 4,200만 원 증액한 790억 6,500만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지만 이는 매출액 대비 4.28%에 불과한 규모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49% 급감한 수치다.

셀트리온은 올해 1분기 판매고가 급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2.51%(841억 2200만 원) 증가한 4,569억 6,900만 원 규모였다. 하지만 이렇게 증가한 매출에서 R&D로 흘러 들어간 비용은 정작 작년 보다 줄어든 것.

진단키트 업체인 바이오니아 역시 마찬가지다. 이 회사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498억 8,200백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러나 R&D 투자는 26억 100만 원에서 39억 5,200만 원으로 13억 5,100만 원 증액하는데 그쳤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도 12.71%로 쪼그라들었다.

이 외에도 ▲한미약품(6.20%) ▲휴젤(4.10%) ▲환인제약(3.20%) ▲일양약품(3.10%) ▲국제약품(1.35%) ▲하나제약(1.25%) ▲경보제약(0.83%) ▲JW생명과학(0.80%) ▲경동제약(0.50%) ▲이연제약(0.20%) ▲동국제약(0.20%) ▲대원제약(0.17%) ▲셀트리온제약(0.03%) 등이 매출 대비 R&D 비용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약만 파는 시대는 끝났다”…실적 부진에도 R&D 비용 일제히 증액

매출 규모와 별도로 순수하게 R&D 비용만 증가한 기업도 27개사에 달했다.

대표적인 진단키트 업체인 씨젠과 일동제약은 전년 대비 연구개발비를 각각 118억 1,600만 원, 105억 4,300만 원 늘리면서 최다 증액 규모를 기록했다.

아울러, 50억 원 이상 100억 원 미만으로 투자를 늘린 곳은 ▲안국약품(86억 6,800만 원) ▲대웅제약(79억 9,300만 원) ▲삼성바이오로직스(78억 6,700만원)였다.

한편, 올해 1분기 R&D에 10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을 투자한 곳은 ▲동아에스티(44억 1,700만 원) ▲종근당(43억 1,300만 원) ▲삼천당제약(41억 6,800만 원) ▲제일약품(41억 3,000만 원) ▲부광약품(26억 4,300만 원) ▲유한양행(26억 1,600만 원) ▲신풍제약(17억 7,200만 원) ▲JW중외제약(16억 9,900만 원) 셀트리온(16억 4,200만 원) ▲휴젤(15억 2,000만 원) ▲보령제약(14억 5,100만 원) ▲바이오니아(13억 5,100만 원) ▲삼진제약(11억 9,900만 원) 등이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