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2021년 1분기 자산 대비 기업별 현금비중 현황
62개사, 현금 4조 운용했는데…3개월간 금융수익은 358억
국내사 11% vs 다국적사 6%…“과도한 현금 보유, 곧 낭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돈 굴리기‘를 기피하는 현상이 수치로 확인됐다. 1년 전과 비교해 기업들의 현금 보유액은 1조원이 늘어 4조원을 웃돌았지만 금융이익으로 발생한 수익은 400억원에도 못미친 것이다. 반면, 상당수 기업에서 금융비용은 과다하게 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현금의 적정한 투자와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메디코파마>는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62개사의 1분기 보고서를 통해 기업별 현금성 자산(이하 현금) 보유 현황을 분석했다.

≫ 자산比 현금비중, 국내기업 11% vs 다국적사 6%

우리나라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올해 들어 투자와 지출의 속도를 늦추고 현금을 쌓아가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현금보유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 1분기 62곳의 제약바이오사가 보유한 현금 규모는 총 4조2,904억원으로 전년(3조2,989억원) 보다 9,915억원(30.6%↑)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도 5,107억원(13.5%↑)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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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기업의 자산 대비 평균 현금 비중은 10.71%였다. 이는 지난해 1분기 9.61% 보다 1.1% 늘어난 규모다.

문제는 현금이 금고에 쌓이기만 할 뿐 자산운용 흘러 들어가는 규모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

현금은 당장 자금 지출이 필요할 때 언제든 동원 가능하다는 점에서 투자 여력의 잣대로 삼는다.

그러나 이 현금도 지갑에서 꺼내질 않는다면 이자수익은 ‘제로’인 셈이다. 적정이상의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것은 결국 ‘자금의 낭비’일 수 있단 뜻이다.

실제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현금보유 비율은 해외 주요 다국적 제약사와 비교해도 한참 높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금보유율이 10% 이상인 기업은 24곳으로 전체의 39%에 달했지만, 글로벌에선 현금 비율이 10%가 넘는 회사를 찾을 수 없었다. 올 1분기 기준 빅파마 10곳의 총 자산 대비 현금 비중은 평균 6.23%에 불과했다.

특히 화이자의 경우 현금성 자산 비율이 지난해 1분기 1.29%에 이어 올헤도 1.11%를 기록하면서 자금을 물샐 틈 없이 운용하고 있었다.

존슨앤존슨도 2.52%에 불과했다. 또 길리어드(6.02%), GSK(6.09%), 일라이 릴리(6.41%), 노바티스(6.47%), 애브비(6.48%) 등도 7%가 채 되지 않았다. 현금 비중이 다소 높았던 머크(7.68%), BMS(9.77%), 암젠(9.77%) 역시 10%를 넘기지는 않았다.

이들 다국적 제약사가 자산대비 보유한 현금 비율이 평균 6% 내외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 제약사들에겐 ‘잠자고 있는 돈’이 너무 많은 셈이다.

≫ 금고 열어보니 과도한 현금 보유…‘돈맥경화’ 우려

62곳의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총 자산 대비 현금보유 비중이 가장 높았던 곳은 헬릭스미스였다. 이 회사가 보유한 현금 규모만 2,253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57%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헬릭스미스는 사업 운영자금 조달 등을 위해 2019년과 2020년에 걸쳐 유상증자 공모를 실시하고 현금 확보에 주력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만 3,119억원 규모였다. 이 중 2,050억원이 미사용 되면서 이 회사의 현금보유 규모도 크게 늘어났다. 이렇게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운영하면서도 정작 이 회사는 금융거래로 인해 63억원의 손실 만을 냈다.

진원생명과학도 499억원의 현금을 보유하면서 자산 대비 비중이 36.69%에 달했다. 회사는 지난해 963억원의 유상증자와 24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 660억원의 잉여자금을 마련했다. 진원생명과학은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쥐고도 오히려 들어온 이자 보다 나간 이자 비용이 6억원 더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통 제약사 중에는 삼성제약이 현금을 가장 많이 쌓아 놓은 곳이었다. 이 회사가 가진 현금 규모만 574억원에 달했으며 이는 총 자산에서 34.62%를 차지하는 비중이었다. 삼성제약은 지난해 전환사채와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각각 217억원과 100억원을 조달했지만 시설자금으로 100억원을 사용한 뒤, 남은 217억원의 현금은 묶혀둔 상태다. 이 회사 역시 이자 수익은 2억원에 불과했던 반면 이자 비용으로 9억원이 새어 나가면서 역마진이 났다.

이 외에도 씨젠(현금보유액 3,125억원, 총 자산比 비중 25.4%), 부광약품(922억원, 23.5%), 서울제약(133억원, 20.8%) 등이 자산 대비 현금 비율이 20%를 웃도는 곳들이었다.

코오롱생명과학(529억원, 18.6%), 경남제약(195억원, 15.7%), 콜마비앤에이치(809억원, 14.9%), 화일약품(274억원, 14.3%), 셀트리온(7,382억원, 14.2%), 유유제약(226억원, 14.1%), 신풍제약(639억원, 13.7%), 동화약품(589억원, 13.5%), 환인제약(422억원, 12.6%), 유나이티드제약(460억원, 12.5%), 팜젠사이언스(190억원, 11.45%), 경동제약(315억원, 10.69%) 등도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현금 비율이 10% 이상이었다.

≫ ‘텅빈 금고’도 문제…현금 수위 ‘아슬아슬’

자산 대비 현금보유 비중이 낮은 곳들도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현금보유액 604억원, 총 자산比 비중 0.9%), 한독(112억원, 1.4%), 대화제약(32억원, 1.8%), 명문제약(45억원, 1.9%), 비씨월드제약(38억원, 2%), 대원제약(77억원, 2.23%), 이연제약(88억원, 2.5%), 국제약품(43억원, 2.9%) 등이 현금 비중을 최소화한 대표적 기업들이었다.

이 외에도 영진약품(4억원), 한국유니온제약(14억원), JW생명과학(24억원) 등이 현금 보유액을 최소로 운영하고 있는 곳들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제약바이오사의 한 회계 담당자는 “기업의 현금 보유액이 지나치게 적어도 문제다“라며 ”거래대금을 지불하거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상당수 기업들이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현금보유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글로벌 기업들이 자산운용으로 의약품 판매 외 수익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도 금융수익 확대를 위한 적정한 투자와 관리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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