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D 재정분담안 제시…암질심 위원 ‘형평성 문제’ 거론
티쎈트릭-키트루다, 폐암 1차 치료 급여 절차 동일선상
대형 적응증 면역항암제 급여, ‘얽힌 실타래’ 해법 있나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기대를 모았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비소세포폐암 1차 라인 국민건강보험 적용이 또 다시 미뤄졌다. 전문가 위원회가 바라는 수준의 재정분담안을 회사 측이 제시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 차기 회의에서도 키트루다의 비소세포폐암 1차 라인 급여 적정성에 대한 논의는 이어진다. 그때까지 정부와 회사가 전문가를 이해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재정분담안을 마련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 26일 화상회의로 진행된 2021년 제4차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에서는 키트루다의 급여 확대를 위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날 회의에 상정된 키트루다의 적응증은 ▲비소세포폐암 1차 라인에서 단독·병용요법 ▲요로상피암 2차 라인 단독요법 ▲호지킨림프종 3차 라인 및 재발성 4차 라인 단독요법 등 3가지였다.

회의 결과 암질심은 요로상피암과 호지킨림프종에 대한 건을 통과시켰지만, 비소세포폐암은 급여기준 미설정 상태를 유지했다. 대상 환자 수가 적어 재정부담이 크지 않은 적응증은 통과시킨 반면, 환자 수가 많은 적응증에 대해서는 차기로 논의를 미룬 것.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국내 폐암 환자의 80%를 차지하는 만큼 그 수가 많다. 특히 EGFR 혹은 ALK 변이에 음성인 환자들은 뚜렷한 표적치료제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7년 키트루다는 KEYNOTE-024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건강보험 적용 요구가 컸지만, 문제는 이 약의 가격이었다.

키트루다는 권장용량 기준으로 3주에 200mg 투여한다. 연간 17회 투여 했을 때 표시가격 상 9,600만 원을 상회하는 약값이 들어간다. 환자 수가 늘어날 경우 건보재정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이유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아이큐비아 기준으로 키트루다의 매출액은 441억3,0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47억5,000만 원 대비 100억 원 가량 늘었다. 지난해 1,557억1,000만원의 연간 매출액을 넘어 올해는 2,000억 원 돌파 가능성도 있다.

비소세포폐암 1차 라인까지 급여가 적용된다면 향후 건보 재정 부담은 더욱 가파르게 솟구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이에 정부는 한국MSD와 키트루다에 대한 재정분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2018년, 정부는 MSD에 치료 초기 비용과 약의 반응 여부에 따른 급여 기준을 재정분담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당시 회사 측은 이를 거절했다.

암질심은 한국MSD에 재정분담안을 마련해 올 것을 권고했고, 사측이 제시한 재정분담안은 지난해 10월에 이어 이번 회의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 했다.

정부 당국 관계자는 31일 <메디코파마>와의 통화에서 “회사 측이 제시한 재정분담안에 대해 위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았다”면서도 “타 약재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이번 검토 결과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 키트루다의 비소세포폐암 1차 라인 급여가 거부됐다거나 최종 급여기준이 미설정으로 결정난 것은 아니다”라며 “차기 회의에서 다시 논의될 수 있다. 회사 측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항암제의 경우 암질심을 통과하면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약평위)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 고시로 급여가 확정된다. 최근 약평위의 경우, 항암제에 대한 급여적정성 평가는 암질심의 의견을 대부분 이견 없이 따르고 있는 경향을 보인다. 결국 암질심을 넘지 못하면 1차 라인 급여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사실 이번 암질심에 대한 기대는 컸다. 지난 4월, 경쟁 약물로 볼 수 있는 로슈의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이 비소세포폐암 1차 라인 허가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MSD 측이 전향적인 재정분담안을 암질심에 제시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졌던 것.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국MSD의 재정분담안은 전문가들을 이해시키기 어려웠다.

이제는 후발주자인 티쎈트릭과 키트루다가 비소세포폐암 1차 라인 급여 절차에서 동일선상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암질심 입장에서는 티쎈트릭과 키트루다를 동시에 검토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MSD 관계자는 “아직 암질심 평가 결과에 대해서 공식적인 서면 통보를 받지는 못한 상황”이라며 “향후 세부사항을 확인해 향후 진행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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