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유상증자 등 직접금융 활용…부동산 매각·자사주 처분도
헬릭스미스·진원생과·삼성제약·부광·일동 현금화 20% 이상
코로나19 최대 수혜주 진단키트·치료제 개발사, 인출기 '기웃'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실탄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수중에 돈이 있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지자 가지고 있던 부동산이나 자사주를 팔거나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경우가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마련한 현금은 R&D 시설투자와 같은 미래 먹거리 확충에 쓰이는 자금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코파마>는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62곳의 2021년 1분기 보고서를 토대로, 기업별 자금조달 방법을 들여다 봤다.

먼저 총 자산에서 현금의 비중이 가장 높았던 곳은 헬릭스미스로 57.61%에 달했다. 이어 진원생명과학(36.69%), 삼성제약(34.62%), 씨젠(25.43%), 부광약품(23.56%), 일동제약(21.96%), 동아에스티(21.29%), 서울제약(20.81%) 등이 20% 이상의 현금을 쌓아두고 있었다.

이들 기업 대다수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을 매각하는 방법을 택했다. 일부 회사는 전환사채(CB)와 유상증자 발행을 통해 현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 전환사채·유상증자, 제약바이오 ‘현금 수혈’ 창구

헬릭스미스와 진원생명과학, 일동제약 등은 전환사채 발행과 지분의 유상증자 등을 통해 거액의 현금을 외부에서 끌어온 대표적인 곳들이었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2월 미국 DNA 생산 자회사인 제노피스를 독일 바커케미컬社로 9,520만달러(약 1,065억원)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계약금 346억원을 현금으로 확보했다. 잔여금은 향후 5년간 단계별로 받기로 했다.

앞서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전환사채 800억원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고 유상증자 공모로 1,613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외부로부터 끌어왔다.

이 회사는 올해 1월에도 200억원의 전환사채를 또 발행했다. 이로써 1분기 현금 보유액만 2,253억원에 달하면서 현금 자산 비율은 57.61%를 기록, 업계 최다 수준이었다.

다만, 2,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서도 금융 손익은 오히려 63억원이 더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해 전환사채 발행 240억원, 유상증자 공모로 963억원의 현금을 조달했다.

회사는 이 중 543억원을 사용하면서 420억원의 잉여자금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이 회사의 총 자산 대비 현금 비율은 36.69%였다.

일동제약은 지난 1월 사모 투자회사 2곳으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표면과 만기이자율 모두 0%인 만큼 회사는 2026년 1월까지 안정적으로 현금을 운영을 할 수 있게 됐다.

CB 발행에 따른 주식 전환은 2022년 1월28일부터 가능하다. 전환가격은 2만원으로 500만주의 신주 발행이 예상된다. 이는 회사가 발행한 주식 총 수의 21%에 해당하는 높은 비중이다. 일동제약은 확보된 1,000억원의 현금을 R&D 등에 집중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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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의 현금화, ‘R&D 재투자’로 신성장동력 확보

사옥이나 공장, 토지 등의 부동산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곳들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삼성제약, 녹십자, JW중외제약, 부광약품, 광동제약 등이 최근 부동산 매각으로 재미를 봤다.

삼성제약은 지난 2월 경기도 화성 소재의 토지와 공장 등 이곳의 생산시설과 차량까지 모두 에이치엘비제약에 420억원에 매각했다. 이는 회사가 보유한 총자산의 25%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이로 인한 이익은 4억원에 불과했다.

앞서 삼성제약은 지난해에도 전환사채 217억원, 유상증자 100억원을 발행해 현금을 조달한 바 있다. 이렇게 확보한 현금 중 일부는 호텔사업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지난해 자사 소유의 충북 오송산업단지 부지에 2023년 오픈을 목표로 바이오헬스 특화 호텔사업에 4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광약품은 지난해 자회사 부광메디카가 보유한 의약품 생산시설을 뉴테크社로 100억원에 매각했다. 이로써 이 회사의 현금 보유액은 922억원까지 늘었다. 총 자산에서 차지하는 현금 비중도 23.56%였다. 이는 전체 62개사의 평균 현금 비중인 10.71%와 비교해도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회사는 향후 잉여자금의 상당 부분을 신약 R&D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JW중외제약은 지난 2월 경기도 화성시 소재의 토지 및 건물을 코람코부동산신탁에 600억원에 처분했다. 회사는 앞서 2014년 전체 용지의 절반이 넘는 24,000평을 225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나머지 용지 20,000평도 매각을 완료했다. 매각대금 중 100억원은 코람코부동산신탁에서 추진하는 물류센터 사업에 재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JW중외제약은 영업 운영자금(175억원)과 차입금 상환 등으로 인해 현금 보유분은 1분기 기준 125억원에 그쳤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사모사채 700억원을 발행해 단기차입금 및 회사채 상환 용도로 사용한 바 있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서울 중구 소재의 구 사옥 토지 일부를 매각하며서 83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회사는 토지 매각에 따라 76억원의 유형자산 처분 이익을 장부에 기록했다.

대웅은 지난해 대웅제약과 대웅개발이 보유한 서울 강남 소재의 투자부동산을 처분해 923억원의 현금을 쓸어 담고 이익으로만 617억원을 남겼다. 또 대웅제약은 지난 3월 모회사인 대웅에 자기주식 처분을 통해 400억원 규모의 R&D 투자 재원을 확보했다.

≫ 코로나19 최대 수혜주 제약바이오, 현금인출기 ‘직행’

자사주를 처분하거나 가입한 금융상품을 해지하면서 현금화한 곳도 있었다.

신풍제약은 자사주를 처분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이 회사는 자기주식 128만9,550주를 주당 16만7,000원에 매각하면서 2,154억원의 현금을 손에 넣었다. 이를 통해 1,329억원에 달하던 차입금을 상환해 외부 빚을 청산했고 금융상품도 약 1,000억원 가까이 확충했다.

동아에스티는 보유한 금융상품을 처분하고 은행 예금을 대폭 늘린 경우다. 이 회사는 올 1분기에만 539억원을 포함해 총 686억원의 금융자산을 처분하고 현금 확보에 주력했다.

씨젠의 1분기 현금보유액은 3,125억원으로 셀트리온(7,382억원), 유한양행(4,822억원)에 이어 3번째로 많았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로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현금보유량도 대폭 늘어났다. 씨젠의 현금 보유 비율은 총 자산 대비 25.43%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사들은 R&D 투자 외에도 단기적인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현금을 손에 쥐고 있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특히 최근 상당수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건다는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영업환경 악화와 제약산업 정책이 급변하면서 불확실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과도하게 현금을 보유하고 이를 제 때 효율적으로 운영하지 못하면 금융 손실 등 낭패를 볼 수 있는 만큼 합리적인 투자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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