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백신, 이미 경제 논리 따라 움직여…경로는 문제될 것 없어”
세계는 총성 없는 전쟁 중…“사람 살리려면 수단 방법 가리지 말야아”
정부, “백신 진위 의심”…사기 가능성 시사하며 구매 추진 안 하기로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대구시가 한 무역회사로부터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구매를 제안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만약 대구시가 이 회사로부터 ‘진짜 백신’을 구입하게 된다면 이는 백신이 암시장 등을 통해 불법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현재 화이자는 각국의 중앙 정부와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세계 백신공동구매 연합체) 등과 같은 기구에 한정해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에서 해당 백신을 수입·판매·유통할 수 있는 권리는 화이자가 독점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정 무역회사로부터 백신을 구매하겠다는 대구시의 제안이 논란이 되는 배경이다.

문제는 각국이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우리나라가 불법으로 백신을 확보한 국가로 낙인된다면 국제사회로부터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최악의 경우, 추락한 대외 신인도로 인해 그동안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수주한 백신 위탁생산 계약마저도 파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계는 이 사안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메디코파마>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백신 직구’ 이슈에 대해 국내 대표 감염병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일단 의사사회 내부에서도 이 사안에 대한 고민은 깊어보였다.

다만, 전문가들이 문제 삼는 건 음성적으로 확보한 백신의 안정성과 유효성 문제이지, ‘생명과 윤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은 아니었다.

즉, 백신의 유입 경로에 대한 관심 보다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사람 살리기’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백신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

익명을 요구한 A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이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수출을 제한하면서 세계 각국도 살 길을 모색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이미 백신은 경제 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웃돈을 좀 더 주고 산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면서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나 산업이 받을 피해를 따질 상황이 아니다. 정식 루트를 통해 구입하든 불법으로 확보했든 제대로 된 제품을 확보해 생명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B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음성적인 방법으로 백신을 구매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추락하거나 제약산업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국민건강과 국가 위기를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지금은 체면을 따질 때가 아니다”라면서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다’라는 말처럼 안정성과 유효성이 확실한 백신이라면 구입 경로는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암시장에서 구매한 제품이 품질 검증이 안 됐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제대로된 백신이라면 어디서든 구해 활용해야 한다”면서 “음성적으로 백신을 구매하더라도 해당 제품들은 식약처에서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같은 절차를 거친 후 국민에게 접종할 수 있다. 이 과정은 꼭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대구시에서 제안 받은 이 백신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구매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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