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여 백신·얀센 제품 등 젊은층 중심으로 빠르게 접종 확대
임상 참여자 이탈 가속화…백신 개발 지연에 속타는 연구자들
“토종 백신 개발 위해 자발적 헌신, 별도 인센티브 제공 시급”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정부가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하자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난항에 빠졌다. 최근 잔여 백신과 얀센 제품을 중심으로 젊은층에서 빠르게 접종이 확대되면서 토종 백신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의 이탈이 가속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백신 개발을 위해 자발적으로 헌신한 참여자들을 위해 별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셀리드, 유바이오로직스 등 5개사 7개 품목이 임상(1/2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들 회사는 하반기 중 임상 3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상 3상은 신약 물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최종 검증하는 단계로, 참여자를 대규모로 모집해야 한다. 백신의 경우 치료제와 달리 건강한 사람을 시험 대상으로 한다.

문제는 최근 정부가 백신 접종을 확대하고 예방접종 완료자의 일상 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임상 참여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6월부터 1차 이상 접종자는 8인까지 가능한 직계가족 모임 인원 기준에서 빠지고, 접종 완료자는 요양병원 등 취약시설 종사자가 받아야 하는 주기적 선제검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7월부터는 예방접종 완료자의 경우 사적 모임 인원 기준에서 제외된다. 특히, 1차 접종자와 예방접종 완료자는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돼 공원, 등산로 등 실외 공간에서는 마스크 없이 산책이나 운동 등의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정부는 30세 이상 60세 미만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국방·외교 관련자들이 미국에서 선물한 얀센 백신 접종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사실상 젊은층까지 접종을 확대했다.

잔여 백신과 얀센 제품을 중심으로 젊은층들의 수요가 급증하게 된 배경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임상시험 참가자들 사이에서 볼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상시험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을 마냥 미룰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급기야 백신 접종을 위해 임상시험 참여를 중도 포기하는 피험자까지 등장했다.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주관하고 있는 A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2월 백신 접종이 시작될 때도 임상 현장에서는 참가자들의 이탈이 일어날까봐 상당히 불안해했지만 심하지는 않았다”면서 “이번 인센티브 발표는 그야말로 날벼락이 떨어진 수준이다. 상당히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현재 임상시험 참가자들은 만 19세에서 60세 미만의 건강한 성인이다. 참여자 중 얀센 백신 신청이 가능한 젊은 남성을 중심으로 중도 하차 의사를 밝히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정부의 섣부른 인센티브 지급 발표가 국산 백신 개발을 막고 있다. 앞으로 3상 시험에 참여할 참가자 구하기는 물론 현재 진행 중인 임상도 끝맺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임상시험 참가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별도의 인센티브를 지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의 교수는 “임상시험 참가자들은 백신 개발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했지만 그에 따른 보상은 소정의 교통비와 다과비 정도뿐이다”라며 “그들의 이탈을 막으려면 임상시험 참가를 완료한 사람을 대상으로 따로 증명서를 발급하는 등의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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