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꾹 닫은’ 기업들…직원들, “영업 타깃만 약사로 바뀔 뿐”
계단식 약가제도 ‘글쎄’…“오리지널 약가 동일한 제네릭 수두룩”
“특허만료 오리지널=제네릭, 국내 시장구조서 무의미한 쟁점”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대체조제 활성화가 국회에서 쟁점이 되고 있다. 법안 통과 여부를 놓고 이해 관계자 간 대립구도도 명확해졌다.

의료계와 약계는 반대 길을 가는 상황이다. 제네릭(복제약) 판매로 추가 수익이 예상되는 국내 제약업계는 대체조제 필요성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조용히 진행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쪽도 있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하고 있는 다국적제약사의 한국지사다. 그동안 특허만료 오리지널 의약품으로 재미를 보던 이들 업체에게 대체조제가 활성화되면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4일 <메디코파마>는 대체조제 활성화에 대한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들의 개인적인 의견을 익명으로 공개한다.

≫ 대체조제 활성화 쟁점화…의-약계, 팽팽한 대립

이번 대체조제 문제는 약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지난해 9월 대표 발의한 약사법 일부 개정안으로부터 촉발됐다.

개정안은 의사의 처방에 대해 약사가 필요할 경우 동일성분 약제로 대체해 조제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추후 의사에게 전달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심평원이 대체조제 사실을 인지하고 의사에게 전달하는 창구는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가 거론되고 있다.

현재 대체조제를 하려면 1일(부득이한 사유 있는 경우 3일) 내에 약사가 처방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이 방식이 병원-약국 간 오해와 불신이 발생해 실제 현장에서는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발의된 개정안 제안의 배경으로 설명돼 있다.

법안 발의 후 의료계와 약계가 국회에서 첨예하게 맞붙고 있다. 약계는 약품비 절감, 재고의약품 감소 등을 내세우며 대체조제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의사의 동의 없는 대체조제는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한다.

지난 4월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에서는 서영석 의원과 같은 당이지만, 의사 출신인 신현영 의원이 각자의 직군을 대변하며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등이 참여하는 보건의료발전 분과협의체에서 해당 법안에 대한 세부 논의를 주관했다. 하지만 협의체 논의도 양측의 입장차는 평행선을 달리며 마무리됐다.

이제 개정안에 대한 논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로 넘어간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제약사 모임인 제약바이오협회는 출입기자 세미나에서 제네릭 사용 활성화 방안에 대한 세션을 마련해 대체조제 필요성을 알리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다국적제약사 측은 대체조제에 대한 공식적인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메디코파마>는 국민건강보험을 납부하며 다국적제약사에서 근무하는 한국인들에게 개인적인 의견을 물었다.

≫ “한국 제네릭 시장서 대체조제 활성화는 영업 대상만 의사에서 약사로 바뀔 뿐”

A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특허가 만료되면 저가의 제네릭이 출시되고 오리지널의 처방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순리로 여겨진다”며 “각국은 약품비 절감을 위해 제네릭 처방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구조가 국내 시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국내의 경우 특허만료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가격이 같다. 발사르탄 사태 당시 문제화됐던 오리지널 보다 비싼 제네릭이 수두룩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그간 한국시장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더라도 매출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매출이 증가하는 구조를 보였다. 약가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처방의들이 굳이 제네릭을 처방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국시장에서 특허만료 오리지널 의약품 처방이 많은 배경이 환자 인식 부족이나 오리지널에 대한 신뢰 등이 아니라 그저 제네릭 약가가 오리지널과 차이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의약품시장조사업체 유비스트의 올해 1분기 원외처방 상위 10개 중 5개가 특허만료 오리지널 의약품이다.

B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다소 직설적인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재정절감을 위해 대체조제를 해야 된다는 것은 현재로선 논리에 맞지 않다. 최근 적용 사례가 나오고 있는 계단식 약가제도 또한 기등재 의약품이 모두 적용된다 할지라도 최대 18개의 오리지널과 같은 가격의 제네릭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내에서 제네릭 처방은 약가의 영향은 거의 없다고 본다. 개원가에서 제네릭 처방이 이뤄지는 것은 국내 제네릭 업체의 영업력 외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며 “제네릭 약가가 오리지널과 차이가 없는 가운데 대체조제 활성화는 영업 대상이 의사에서 약사로 바뀌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C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대체조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제네릭의 약가를 대폭 인하하는 선행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약국의 재고 의약품을 줄여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대체조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결국 제네릭 처방 확대를 위해서는 해외와 같은 약가 인하가 필요하다”며 “물론 회사(C 다국적제약사) 차원에서는 한국시장에서 든든한 캐시카우를 보유한 것이 좋겠지만, 현재의 시장 구조가 건보 재정 지속성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제네릭 약가구조 개편이 이뤄지고 있지만, 해외와는 비교가 어려운 수준”이라며 “한순간 제네릭 위주의 산업구조가 개편될 수는 없겠지만, 단계를 밟아 제네릭의 약가가 낮아지고 품질에 대한 신뢰가 쌓인다면 대체조제의 필요성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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