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각국 중앙정부와 국제기구에만 공급…한국 판권은 ‘독점’
암시장 통한 백신 확보…국제사회 ‘비난’ 및 ‘대외 신인도’ 추락
백신 생산 계약 파기 등 국내 산업계 ‘직격타’…“수급 불균형 자초”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대구시가 주선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구매 제안이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국내·외에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일본과 대만 등 해외에까지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적으로 망신살이 뻗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대구시가 어둠의 경로를 통해 ‘진짜 백신’을 구입하게 됐다면 국내 제약산업계는 어떠한 영향을 받게 됐을까.

<메디코파마>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제약업계 및 의료계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국제사회에서의 신인도 하락이 제약산업계에 미칠 파급력을 미리 예측해봄으써 앞으로 있을지 모를 최악의 경우를 미리 차단하자는 취지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들은 대구시가 ‘진짜 백신’을 구입했다는 전제 하에 몇 가지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먼저 해당 백신은 암시장을 통해 들여온 물건인 만큼 불법으로 거래한 약이라는 오명은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각국이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지자체가 나서 불법으로 백신을 손에 넣었다면 이 역시 국제 사회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로 인한 대외 신인도 추락은 물론,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최악의 경우 그동안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수주한 백신 위탁생산 계약마저도 파기될 위기까지 몰렸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다.

현재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백신의 주요 생산처 중 한 곳으로 세계시장에서 ‘백신 허브’로 통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 4개 업체와 국내 14개 업체가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5개 이상 백신이 국내에서 생산 중이거나 생산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를,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 백신을 생산 중이다.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백신은 한국코러스 컨소시엄(바이넥스, 보령바이오파마, 이수앱지스, 종근당바이오, 큐라티스, 안동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과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휴메딕스, 보란파마,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에서 각각 생산할 예정이다.

또한, GC녹십자는 국제민간기구인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의 위탁생산 대상자로 선정돼 백신 5억 도즈를 생산하기로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구시가 암시장을 통해 백신을 들여올 경우, 해외 개발기업들은 우리나라 회사들과 계약을 파기할 수도 있다는 것.

실제로 한국화이자와 화이자 본사는 대구시가 한 무역업체를 통해 추진해왔다고 알려진 코로나19 백신 구매를 비공식 거래로 규정하고, 법적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코로나19 백신과 별도로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이 일궈놓은 해외 수출 판로도 국제 신용도 하락에 따라 물거품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전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살겠다고 편법으로 백신을 구매한다면 국제사회의 비난은 면치 못할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집단 이기주의만 쫓는 국가로 낙인 찍혀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자체가 불법적인 일을 자행할 경우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수주한 대규모 위탁생산(CMO) 계약이 파기될 수도 있다”며 “이 일로 코로나19 백신 지급이 지연되거나 없던 일이 된다면 국내 백신 접종에도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되고 최악의 경우 국가 대위기 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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