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맞는 美·英 임산부들…우리나라는 ‘준비조차 안 해’
임산부, 감염시 조산·사산 위험 높아…국내는 가이드라인도 없어
전문가들, “고위험군 종사 임산부라도 백신 접종 선택권 부여해야”
질병청, “임산부 접종 계획 고려 안해…안전·유효성 모니터링 중”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임산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선택권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국내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다뤄왔던 정부가 정작 임산부에 대한 백신 접종 방안 마련에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 대상이 현 인구정책과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하 추진단)에 따르면 10일 0시 기준, 코로나19 백신 1차 누적 접종자는 979만4,16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통계청의 주민등록인구인 5,134만9,116명 대비 19.07% 수준이다. 2차 누적 접종자는 234만9,485명으로 전 국민 대비 4.57%다.

정부가 발표한 이 수치에는 ‘숨은 일인치’가 존재했다. 현재 접종 중인 백신 대상자에 임산부는 빠져있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 미국과 영국, 독일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임산부에게도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임산부에 대한 백신 접종 계획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임산부는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심하면 사망할 확률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높아 백신 접종이 필요한 취약계층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임산부는 조산과 사산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된 임산부는 사망과 사산 위험이 각각 37%, 27% 증가했다. 미국과 영국, 독일에서 임산부 백신 접종을 권고하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임산부에 대한 백신 접종은 금기사항이다. 반대로 임산부들의 백신 접종에 대한 문의는 최근 들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산부약물정보센터 한국마더세이프 관계자는 10일 <메디코파마>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그동안 의료인과 고령층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이 이뤄지다보니 임산부의 문의가 많지 않았으나 최근 젊은층으로 확대되면서 문의건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차 접종도 본격화되면서 1차 접종 후 임신한 여성들의 2차 접종 문의와 모유 수유하는 사람들의 접종 문의도 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문의는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임산부 백신 접종에 대한 문의는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 접종 계획에서 임산부는 여전히 배제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고위험 직업군에 속하는 임산부라도 먼저 접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모자보건학회 한정렬 이사장은 10일 <메디코파마>와의 통화에서 “국내에서 저출산 문제로 임산부들을 배려한다고 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배제되고 있는 형국”이라며 “임산부 백신 접종과 관련해 정부의 지침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정부의 백신 접종 대응은 미국과 유럽 등 우리나라 보다 먼저 백신을 맞은 나라들의 지침을 참고하고 있다”며 “이들 중 상당수 국가에서 임산부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미접종 임산부가 방역체계의 위험요소가 되기 전에 우리나라도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선 현재 코로나19 감염 고위험 직업군에 종사하는 임산부한테 접종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도 임산부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국과 유럽의 경우 백신 접종 과정에서 임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여성들의 접종이 수만 건 발생하면서 임산부의 백신 접종이 실(失)보다 득(得)이 많다고 결론내렸다”면서 “반면 우리 정부는 안전성 미확보를 이유로 임산부 접종을 금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백신 접종은 국내에서 별도의 임상시험 없이 기업의 임상 결과만 보고 투약이 이뤄지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해외 사례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임산부 접종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의 이 같은 지적에도 정부는 임산부 접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10일 <메디코파마>와의 통화에서 “현재 임산부에 대한 접종 확대 계획은 수립하고 있지 않다”면서 “다만 이와 관련한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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