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작년 증가 후 올 들어 '주춤'…우울증약 판매고는 꾸준히 늘어
전문가들, “상황이 아닌 급여 적용 여부로 의약품 매출 증감 가른 듯”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일명 ‘확찐자’와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그 만큼 관련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났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해당 치료제 시장은 과연 성장만 했을까.

결과는 의외였다. 매년 증가 추세였던 비만약 시장은 오히려 올 들어 주춤했다. 반면, 우울증약은 상승세를 보이면서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가 약제의 매출 증감을 결정했다는 해석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외출은 자제하고, 집에서만 생활하는 것이 일상화 되면서 ‘확찐자’와 ‘코로나 블루’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확찐자’는 실내 생활 비중이 늘어나면서 급격히 살이 찐 사람, 즉 비만 환자를 말한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감을 의미하는 블루(Blue)가 합쳐진 신조어로 팬데믹 장기화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비만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비만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만 2,861명으로 2015년 1만 4,345명에 비해 59.4% 증가했다. 진료비도 같은 기간 10억 2,000만 원에서 212억 6,000만 원으로 21배 폭증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만 환자가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2020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비만율은 31.3%로 2017년 대비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진료 인원과 진료비 모두 새 기록을 쓸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이다.

실제로 비만 치료제의 매출은 진료인원과 비례해 증가했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처방액을 기록하고 있는 비만약인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는 작년 한 해 동안 분기별 90억 원, 93억 원, 97억 원, 88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판매량이 꾸준히 늘었다.

알보젠코리아의 ‘큐시미아’ 역시 같은 기간 43억 원, 58억 원, 65억 원, 58억 원으로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다.

우울증이나 조울증 등 기분장애 치료제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기분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지난 2016년 78만 명에서 2020년 102만 명 등으로 연평균 6.9%씩 증가했다. 2016년과 비교하면 2020년 진료 인원 수는 30.7% 늘어난 셈이다.

진료비도 2016년 총 4,299억 원에서 지난해 6,757억 원으로 5년간 57.2%(2,459억원) 급증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12.0%였다.

이에 따라 관련 치료제 매출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항우울제인 한국릴리의 ‘푸로작’은 지난 한 해 동안 분기별 7억 9,054만 원, 7억 9,048만 원, 8억 5,908만 원, 9억 9,433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명인제약의 ‘뉴프람’도 같은 기간 8억 7,955만 원, 10억 3,109만 원, 11억 551만 원, 12억 3,167만 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처럼 코로나19의 대표적 질환으로 꼽히는 비만과 기분장애 치료제 시장은 동반 성장하는 듯 보였다.

≫ 팬데믹 장기화…비급여 비만약, 환자 ‘관심 밖’으로

하지만 올해 1분기 두 치료제 시장은 상반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1분기 13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비만약 시장은 올해 들어 판매고가 126억 원으로 쪼그라들면서 전년 대비 4.93% 감소했다. 반면, 기분장애 치료제 시장은 같은 기간 17억 원에서 22억 원으로 29.98% 증가했다.

그렇다면 이 두 치료제 시장의 성적표가 엇갈린 이유는 무엇일까.

각 치료제 매출에 계절적인 요인도 작용하지만 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결과를 가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비만약의 경우 비급여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삭센다는 한 달치가 30만 원, 큐시미아는 한 정당 4,000원, 한 달 15만 원 수준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환자들이 이 약을 장기 복용하기에는 금전적인 부담이 큰 배경이다.

반면, 건강보험을 적용 받는 ‘푸로작’은 캡슐 20밀리그램이 426원, 확산정 20밀리그램이 609원으로 책정돼 있다. 환자들이 돈 걱정 없이 꾸준히 처방받을 수 있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비만과 기분장애를 호소하는 환자가 늘었다. 하지만 팬데믹이 장기화되자 해당 의약품 시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신종 감염병 사태가 길어지면서 관련 치료제의 매출도 결국 급여 적용 여부에 따라 갈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비만약 시장은 비급여로 형성된 데다 주로 젊은 여성들이 많이 복용하고 있다. 한 달 기준으로 최소 15만 원에서 30만 원이 되는 약을 먹기에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 결국 치료제를 포기하고 식이요법과 운동 치료를 선택하는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치료제의 매출도 감소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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