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오업체 EQRx 행보 대표적…저가 후발약제 대기
유한양행 렉라자, 타그리소 시장서 저가전략 글로벌 도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저가 전략으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후발제품 개발사들의 행보가 눈에 띈다. 이미 검증된 초고가 신약의 기전을 유사한 후보물질로 개발해 시간을 단축하고 낮은 가격에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다국적제약사는 최근 출시하는 항암제, 희귀질환의약품 등에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약가를 책정하고 있다. 의약품의 경우 개발 중 실패가 빈번한 만큼 성공한 의약품으로 연구개발비를 충당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바이오마커(약물의 반응여부를 감지하는 지표)가 기반이 되는 의약품의 가격은 더욱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선택된 적은 수의 환자에게만 약을 처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같이 국민건강보험을 운용하는 국가에서는 고민이 커진다. 미국 등 민간보험사 위주라면 보험료를 인상하면 그만이지만, 건강보험이 준조세 역할을 하는 우리의 경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 가운데 시장 진입은 늦었지만, 가격을 낮춰 점유율을 가져가려는 개발사들의 움직임에 이목이 쏠린다. 제네릭이나 바이오시밀러와 같이 물질의 특허가 만료되길 기다리는 것 보다는 선발 제품과 유사한 기전의 다른 물질로 개발에 들어가는 것.

≫ EQRx, 환자 접근성에 초점…“혁신약, 낮은 약가에 공급할 것”

대표적인 업체는 2020년 설립된 미국의 바이오업체 EQRx다. 이 회사는 애초에 신약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낮은 가격에 판매하겠다는 목표로 세워진 곳이다. 회사 측은 기존 치료제 가격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이른바 ‘미투(me-too)’ 버전을 판매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에 지난해에는 실리콘밸리의 유명 금융회사인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등 투자자들로부터 2억 달러의 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회사는 성과도 내고 있다.

최근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1에서 EQRx는 지난해 중국 항서제약으로부터 도입해 중국 외 권리를 갖고 있는 아우몰레르티닙(aumolertinib)의 임상 3상인 AENEAS 연구의 중간 결과를 공개했다.

아우몰레르티닙은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타깃으로 한 티로신키나아제억제제(TKI)다.

임상에서 아우몰레르티닙은 1세대 TKI인 게피티닙(상품명 이레사)과 1차 치료제 비교 임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아우몰레르티닙군의 무진행생존기간(PFS)은 19.3개월로 게피티닙군의 9.9개월 대비 9.4개월 연장했다.

반응지속기간 또한 18.1개월로 게피티닙군의 8.3개월보다 2배 이상 긴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현재 세계시장은 3세대 TKI로 분류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와 게피티닙·엘로티닙(상품명 타쎄바)을 비교한 연구에 못지 않은 결과다.

타그리소는 1차 치료제 비교임상인 FLAURA 연구에서 무진행생존기간이 18.9개월로 나타난 바 있다. 이 연구에서 비교군의 PFS 중앙값은 10.2개월이었다.

타그리소의 경우 여전히 가격 이슈를 안고 있다. 기존 치료제 대비 가격은 높은 반면 동양인에 대한 효능의 의구심과 2세대 약과의 비교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맹점이다. 이에 국내에서는 1차 치료제 급여권 진입이 수년째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아우몰레르티닙이 임상 3상을 마무리하고 당초 EQRx의 기조대로 3분의 1 가격에 시장에 진입한다면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 시장에서도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EQRx은 중국 시스톤 파마슈티컬과 파트너십을 통해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인 수게말리맙(sugemalimab)이 임상 3상에서 1차 평가변수였던 무진행생존기간 연장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수게말리맙의 경우 3기와 4기 비소세포폐암을 모두 타깃으로 개발 중이다. 현재 비소세포폐암은 MSD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로슈의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 등 면역항암제가 시장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분야 역시 ‘약가’가 세계적인 이슈다. EQRx가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는 낮은 약가를 통한 환자의 혁신 치료제 접근성 향상이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배경이다.

≫ 유한양행 렉라자, ‘저가 전략’으로 시장 공략 가능할까

국내 업체 가운데서도 저가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을 조준하고 있는 곳이 있다.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는 아우몰레르티닙과 같은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TKI 치료제다.

이 회사는 지난 2015년 국내 업체인 오스코텍으로부터 레이저티닙을 도입해 개발에 나섰다. 당시 이레사와 타쎄바가 양분하고 있던 EGFR TKI 시장에서 2차 치료제로서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었다.

경쟁약인 타그리소는 2015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2차 치료제로서 허가를 획득하고 2018년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다.

당시 레이저티닙 개발에 참여하던 관계자는 “레이저티닙은 저가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며 “향후 전 세계 시장에서 레이저티닙이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렉라자의 글로벌 판권은 2018년 다국적제약사 얀센으로 넘어갔다. 얀센이 렉라자의 기술을 도입해 총 12억500만 달러(1조5,000억 원)의 마일스톤 계약을 체결한 것.

향후 글로벌 시장의 전략은 얀센이 구상하게 된다. 회사는 2023년까지 FDA에 렉라자의 허가신청을 마치겠다는 구상이다.

렉라자는 현재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얀센의 이중항암항체 후보물질인 아미반타맙(amivantamab)과의 병용 임상 2상도 순항 중이다.

국내에서 먼저 승인을 받은 렉라자의 약가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약은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획득한 데 이어 2월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의 긍정적 결론을 받아낸 바 있다.

최근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7월 열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만 통과하면 급여권 진입이 가능해 진다.

다만 렉라자의 실제 약가는 당분간 알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렉라자의 급여 적용은 위험분담제(RSA) 계약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험분담제의 경우 표시가격에서 제약사가 일정 부분을 공단에 환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실제가격과 표시가격이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이유다.

타그리소의 경우에도 1일 권장량 기준 표시가격은 22만 원 수준이지만, RSA 계약을 통해 실제 가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 약의 시장에 근접하는 속도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이대로라면 허가 6개월만에 급여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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