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마글루티드 성분 ‘위고비’ 美 출시…평균 체중감소 15.3kg
‘강남 주사’의 진화…더 강해진 비만약 국내 반향 일으킬 듯
경구제도 하반기 임상 3상 개시…韓 시장 도입 시기 ‘촉각’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2018년 국내외 비만치료제 시장에 새 바람을 몰고 왔던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의 후속약물에 이목이 쏠린다. 더 강한 체중감량 효과로 무장한 주사제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허가를 획득했고, 경구용 약물도 마지막 임상을 올해 시작하기 때문이다.

비만치료제 시장의 처방 트렌드는 삭센다의 등장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맞는다. 그간 주류를 이뤘던 향정신성의약품에서 벗어나 비만 관리의 새 표준으로 자리 잡은 것.

특히 비만 관리에 관심이 높은 한국 시장에서는 이른바 ‘강남 주사’로 불리며 ‘광풍(狂風)’을 일으켰다.

의약품 시장조사업체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국내에서 삭센다는 2018년 75억 3,000만 원에서 2019년 426억 원까지 판매고가 급등했다.

이 같은 매출 성장은 비만환자 5300여명이 참여한 SCALE 연구가 한 몫을 했다. 장기추적 연구에서 1년 투약 완료군이 평균 9.2%의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났고 3년 연구 결과에서도 유의미한 체중 감소 효과가 확인되면서 처방의 근거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다만 향정 의약품에 비해 높은 가격과 위장관계 부작용, 주사제라는 거부감은 삭센다의 약점으로 꼽혔다.

삭센다의 가격은 한 달 처방에 약 30만 원정도다. 이에 비해 향정 의약품의 경우 가격이 저렴하다. 비만치료제는 대부분 비급여로 처방되기 때문에 가격에 민감할 수 있다.

실제로 향정 성분인 펜터민에 또 다른 식욕억제 기능을 하는 토피라메이트 성분을 복합한 알보젠의 큐시미아의 경우 한 달 처방 약가가 15만 원 수준이다.

2020년 삭센다의 매출은 368억3,000만 원으로 다소 줄었고 이 자리를 큐시미아가 224억8,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대신했다. 올해 1분기 또한 삭센다는 67억2,000만 원으로 전년 동기(89억8,000만 원) 대비 25.2% 감소한 반면 큐시미아는 59억1,000만 원으로 전년(43억1,000만 원)보다 37.1% 성장했다.

위장관계 부작용도 열풍이 식는 원인이 됐다. 노보 노디스크는 삭센다의 성분인 리라글루티드가 이미 당뇨병치료제(제품명 빅토자)로도 활용됐던 만큼 안전성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당뇨병 치료에 쓰이는 리라글루티드는 1일 최대 용량이 1.2mg인데 반해 삭센다는 3.0mg까지 사용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삭센다의 위장관계 부작용이 빈도 높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삭센다의 인기가 떨어진 가장 주요한 원인은 주사제에 대한 공포감이었다. 국내 환자들의 경우 주사제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 당뇨병 치료에서도 인슐린, GLP-1 유사체 등 주사제 활용이 외국에 비해 떨어진다.

삭센다 열풍이 식어가는 반대 급부로 노보 노디스크의 후속약물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 세마글루티드 성분 '위고비', 美 FDA 비만치료제 허가

이달 초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세마글루티드 성분의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허가했다. 위고비는 노보 노디스크의 GLP-1 유사체 계열의 당뇨병치료제(제품명 오젬픽)를 비만치료제로 개발한 제품이다.

FDA가 허가한 위고비의 적응증은 현재 국내에 허가된 삭센다의 적응증(BMI 30kg/㎡ 이상의 비만 환자, 혹은 당뇨·고혈압·이상지질혈증 등 질환을 동반한 BMI 27kg/㎡ 이상의 과체중 환자)과 같다. 노보 노디스크는 18일(현지시간)부터 위고비의 미국 시장 판매를 시작한다. 가격은 삭센다와 유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허가는 위고비의 비만치료제 임상 3상인 STEP 연구 4가지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특히 비만 환자 1900여명이 참여한 STEP1 연구에서 68주 후 체중감소는 위고비군 14.9%, 위약군은 2.4%로 나타났다. 평균 체중감소는 각각 15.3kg, 2.6kg이었다.

위고비 2.4mg을 주 1회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 연구 결과 68주 내에 체중 20% 이상을 감량한 환자가 전체 투여군의 30%를 웃돈 점도 눈에 띄었다.

위고비의 국내 도입에도 관심이 쏠린다.

삭센다가 짧은 기간 성과를 낸 바 있기 때문에 회사 측도 이 약의 한국 시장 도입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위고비가 국내에 출시되면 삭센다 광풍 당시 문제가 다시금 불거질 수 있다. 삭센다는 BMI 30kg/㎡ 이상이 아닌 환자에게도 미용 목적으로 상당수 처방돼 문제가 된 바 있다.

또 의사 처방이 없는 불법 판매가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고 중고장터에서 버젓이 거래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위고비 역시 삭센다의 전례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기자와 만난 노보 노디스크 본사 관계자는 “한국의 상황은 독특하다. 중고거래나 적응증에 맞지 않는 처방은 회사가 지지하지도, 권장하지도 않는 부분”이라며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 ‘강남 주사’는 진화 중…먹는 비만약은 언제쯤

위고비 역시 주사제라는 문제는 여전히 안고 있다.

사실 이 약의 성분인 세마글루티드가 국내외에서 주목받은 핵심은 GLP-1 유사체 계열로는 처음으로 경구제(당뇨병치료제)로 개발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경구용 세마글루티드인 리벨서스는 2019년 FDA 허가를 획득하며 시장에 나왔다. 다만 기존 경구 치료제 대비 가격이 높고 위장관계 부작용 등이 발생하면서 처방이 큰 폭으로 늘어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경구제의 경쟁력은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리벨서스는 임상 3상에서 2차 평가변수를 체중감소로 설정하기도 했다.

PIONEER-2 연구에서 리벨서스군은 52주차에 평균 4.7kg 감소를 보였으며 용량별로 나눠 투여한 PIONEER-3 연구에서는 26주차에 7mg군 2.2kg, 14mg군 3.1kg의 체중감소를 보였다.

노보 노디스크는 올해 하반기 비만 환자 1000명이 참여하는 경구용 세마글루티드의 임상 3상을 계획하고 있다. GLP-1 계열의 먹는 비만약 등장은 특히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노보 노디스크 관계자는 “삭센다가 국내에 출시된 지 3년이 됐다. 앞으로도 한국 비만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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