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은 좁다’…휴젤·메디톡스·대웅, 해외 진출 ‘본격화’
백신 접종, 코로나19 리스크 ‘해소’…억눌린 미용 수요 ‘꿈틀’
경쟁자 ‘적고’ 잠재력 ‘크고’…기업별 ‘각자도생’ 전략 주목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우리나라 대표 보툴리눔 톡신 제조업체들이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최근 들어 글로벌 메이저 마켓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는 데다 상품성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은 만큼 앞으로 폭발적인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억눌려 있던 미용 수요가 이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부스터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휴젤(보툴렉스, 수출명 레티보), 메디톡스(메디톡신, 수출명 뉴로녹스), 대웅제약(나보타, 수출명 주보)이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동안 공 들여왔던 미국과 중국 시장 진출도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 기업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국내 시장 규모는 1,500~2,000억 원대에 불과하지만 미국과 중국(블랙마켓 포함)은 각각 2조 원대로 10배 이상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국가의 보툴리눔 톡신 수요가 소득 증가에 비례해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국내 업체 입장에서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로 쪼그라들었던 미용 시장이 백신 접종과 함께 기지개를 펴고 있는 만큼 초기 시장 안착에도 나쁘지 않은 여건이다.

글로벌 경쟁 제품이 많지 않은 점도 토종 보툴리눔 톡신의 미래를 밝게 하는 요인이다.

실제로 미국은 보톡스(엘러간), 디스포트(입센), 제오민(멀츠) 등 3개 품목이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고, 중국은 보톡스(엘러간), BTXA(란저우 연구소), 디스포트(입센) 등 정식으로 출시된 제품이 3개에 불과하다. 제품력과 가격 경쟁력 등을 갖추고 있는 국내 업체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 배경이다.

우리나라 기업과 손잡은 현지 파트너사의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도 시장의 기대감을 자극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10월 국내 업체 최초로 중국에 진출한 휴젤은 지난 4월 ‘휴젤 상하이 에스테틱(Hugel Shanghai Aesthetics)’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현지 공략에 돌입했다. 회사 측은 중국 파트너사인 사환제약(Sihuan pharmaceutical)과 현지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학술 마케팅을 전개하고, 빠른 시간 안에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미국 진출 계획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지난 2018년 현지 자회사 휴젤 아메리카를 설립한 휴젤은 지난 15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 신청서(BLA)를 제출하고 美 시장 진출을 구체화 했다.

메디톡스는 美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을 계기로 미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대웅제약의 현지 파트너사인 에볼루스(지분 16.7%)와 이온바이오파마(20%)와 합의를 통해 해당 회사의 지분과 제품 판매에 따른 로열티를 받기로 하면서 간접적인 미국 진출 효과를 누리게 된 것이다.

다만 중국 시장 진출은 안갯속이다. 국내 업체 중 가장 빠른 2018년, 중국 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NMPA)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여전히 심사 중인 상황이다. 균주 출처 및 품목허가 취소 이슈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큰 만큼 소송 리스크의 완전한 해소가 현지 시판을 현실화할 핵심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웅제약의 경우 현지 파트너사들이 메디톡스와 합의를 하면서 미국 시장 공략의 최대 걸림돌이 제거된 상태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메디톡스와 법적 다툼이 진행되고 있지만 미국을 필두로 한 해외 시장이 주 타깃인 만큼 실적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미국 미용 성형 분야에서 강력한 의사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파트너사 에볼루스가 주보의 가치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식 출시(2019년 5월) 이후 4개월 만에 시장 점유율 3위까지 끌어올린 데 이어 지난 3월엔 역대 최고 실적까지 달성하는 저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보툴리눔 톡신 업계 관계자는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후발주자라도 얼마든지 시장의 중심에 설 수 있는 블루오션 영역”이라며 “제품을 제조·생산할 수 있는 곳이 전 세계적으로 많지 않은 데다 시장 규모가 큰 미국, 유럽, 중국 등에 진출한 업체들이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업체는 제품력과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며 “영향력 있는 현지 파트너사와 손을 잡고 있는 만큼 대내·외 소송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될 경우 K-보툴리눔 톡신의 글로벌 입지는 중장기적으로 탄탄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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