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감염학 최고 권위자 김우주 교수가 꼽은 ‘여행 위험국’
영국·스페인·브라질·칠레·일본·홍콩 등 6개국 방문 ‘주의보’
“델타·감마 변이 유행지·인구 밀집도 높은 국가는 피해야”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해 말부터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봉쇄 조치가 완화되고 이동을 촉진하기 위한 ‘백신 여권’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백신 접종률이 30%를 넘어서자 디지털 백신 여권 도입과 여행안전권역(트래블 버블) 국가 설정을 논의하며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여행안전권역은 특정 국가들끼리 협정을 맺고 자가격리 없이 자유 여행을 허용하는 제도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는 ‘일반 여행목적 방문’에 대해 2주 정도의 격리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데, 여행안전권역 이용객은 별도의 격리 없이 바로 관광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해외여행이 시작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신종 감염병 시대에 안전한 여행을 위해 피해야 할 여행지는 어디일까.

<메디코파마>는 국내 최고 감염학 전문가인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와 함께 지난 5일 보도한 <안전한 해외여행지 편>에 이어 백신 접종을 했더라도 아직까지는 ‘피해야 할 나라’를 알아봤다.

위험한 국가 선정은 ▲변이 바이러스 발생 현황 ▲백신 접종률 ▲인구 밀집도 등을 고려했다.

≫ 델타 변이가 집어삼킨 영국, 아직은 ‘시기상조’

영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처음으로 백신을 접종한 국가다. 현재 인구의 86%가 1회 이상 백신을 맞았으며, 64%는 접종을 완료했다.

영국은 올 1월 확진자가 하루 6만 명까지 나왔으나, 빠른 백신 접종으로 4~5월에는 2,000명대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바이러스 확산 차단을 위해 시행했던 봉쇄 조치도 지난 2월부터 단계적으로 완화하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했다.

하지만 5월 말부터 재유행이 본격화 되면서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연일 3만 명대에 육박하고 있다.

영국의 코로나19 재확산은 예기치 못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 때문이다.

이 바이러스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변이로, 전파력이 영국 변이주 대비 40%, 오리지널 대비 2배 더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최근 영국의 신규 확진자 90%가 델타 변이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에서 처음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알려졌을 당시 보건 당국이 인도발 여행객의 통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젊은층과 소아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한 것이다.

김우주 교수가 영국 여행은 ‘시기상조’라고 설명하는 이유다.

≫ 섣부른 방역 완화 스페인, ‘부메랑’ 된 감염 확산

영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델타 변이가 유럽으로 확산되면서 섣부르게 방역을 완화한 스페인도 위험한 여행지로 꼽혔다.

스페인은 지난 2월만 해도 1일 신규 확진자가 1만 3,795명이 나올 정도로 폭증했으나 백신 접종 후 2,000명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나라의 백신 접종률은 40%에 육박하는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델타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신규 확진자도 3만 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국경 봉쇄를 대폭 완화했다. 백신 접종을 안 했더라도 같은 유럽연합(EU) 국가는 물론, 한국을 비롯한 코로나19 저위험국가 국민의 입국을 허용한 것.

앞서 유럽연합이 7월부터 백신 여권을 이용해 EU 국가 내 여행을 자유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스페인은 이보다 한 달 앞서 국경을 개방하며 대규모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관광의존도가 높은 국가 특성상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관광 수익을 놓칠 수 없는 스페인 정부의 선택인 것.

이에 따라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휴가철 이후 코로나가 재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겨울+감마 변이 확산 브라질·칠레, ‘위험지대’

남미를 대표하는 브라질과 칠레 여행도 당분간은 미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의 일주일 평균 1일 신규 확진자가 거의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6월 22일 기준 일주일 평균 1일 확진자가 7만 4,490명을 기록했으며, 이날 신규 확진자는 8만 7,822명에 달했다. 최근 이틀 간은 2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한 모양새디.

이에 반해 백신 접종은 더딘 편이다. 전체 국민 대비 1차 접종자는 30%대 수준이며, 접종 완료자도 10%대에 불과하다.

브라질은 현재 감마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 중이다. 이 바이러스는 브라질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전파력이 기존 변이 대비 전염력이 강하다고 알려졌다. 더욱이, 현재 브라질은 겨울로 접어들면서 확산 속도를 더하고 있다.

여기에 브라질 정부의 대응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도 신종 감염병을 확산하는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칠레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들어 신규 확진자 수가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칠레 보건부에 따르면, 5일 현재 신규 확진자는 2,852명이 발생해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가 157만2,608명에 달한다.

칠레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접종을 완료한 곳으로, 나름 백신 접종률도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과 접종률이 비슷한 캐나다나 이스라엘 등에서는 확진자가 확 줄어든 반면, 칠레는 백신의 효과가 눈에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재감염이 더 잘되는 감마 변이가 널리 퍼진 데다 주로 사용한 중국산 ‘시노백’ 백신의 예방 효과도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처럼 바이러스가 더 기승을 부리는 겨울철에 감마 변이까지 가세한 칠레와 브라질은 당분간 피해야 할 나라로 꼽혔다.

≫ 가깝지만 지금은 ‘거리두기’ 해야 하는 나라, 일본·홍콩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인구 밀집도가 높은 일본과 홍콩이 위험한 여행지로 선정됐다.

오는 7월 23일부터 8월 8일까지 2020 도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는 일본은 6일 현재 신규 확진자 수가 1,670명으로, 이 중 3분의 1 이상이 도쿄에서 나왔다.

불과 두 달 전인 5월 12일 하루 동안에 기록한 7,521명보다는 비교적 안정된 수치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백신 접종은 상당히 더딘 편이다. 6월 말 기준 인구 대비 접종 완료자는 10% 초반대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2주 뒤면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에 관중을 최대 1만 명까지 입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더욱이, 일본은 인구 밀집도가 높은 나라 중 한 곳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모여 살기 때문에 신종 감염병 확산이 더 쉬운 조건이다.

자칫 잘못하면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대유행이 폭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홍콩은 비교적 코로나19 확산을 잡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지난달 말에도 이 곳의 신규 확진자는 10명이 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1주일 평균 감염자도 2명 뿐이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감염이 소강 상태인 홍콩을 위험한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우주 교수는 높은 인구 밀집도와 백신 종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콩은 인구 밀도가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좁은 면적의 땅에 지나치게 많은 인구가 모여있는 탓에 자칫 잘못하면 코로나19에 감염되기 십상이다.

더욱이, 현재 홍콩에서 도입한 백신은 화이자와 중국의 시노백 제품이다. 시노백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는 50%에 불과하다.

전 세계적으로 델타와 감마 변이가 유행 중인 상황에서 시노백 백신 접종이 많은 데다 인구 밀도가 높은 홍콩은 위험한 여행지라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우주 교수는 7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인구 밀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가급적이면 여행지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전세계적으로 델타와 감마 변이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는 만큼 현지에서도 가능하면 외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능하면 관광지 보다는 시설 좋은 리조트가 갖춰진 휴양지 위주의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서 올바른 여행법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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