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54곳, 2020년 교육훈련비 지원 분석
5곳 중 4곳, 교육비 삭감…2곳 중 1곳은 1인당 교육비 ‘반토막’
위기를 기회로 못바꾸는 까닭…“직원 전문성 강화에 투자해야”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제약바이오업계가 ‘사람’에 대한 투자에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 분석 결과 제약사 5곳 중 4곳은 지난해 임직원 교육비를 대폭 삭감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직원 한 명을 양성하는데 들인 교육비가 100만원을 넘는 곳은 5곳 중 1곳에 불과했다. 연구개발 인력과 영업맨을 키워내야 하는 제약업계의 특성상 회사를 책임져야 할 인재 양성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약바이오산업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 인력 부족률은 3.5% 수준으로 IT 분야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보건산업진흥원에서도 바이오헬스 분야의 전문인력이 오는 2025년까지 7만 4,256명이 추가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제약바이오산업에서 전문인력이 적시에 투입되지 않는 문제는 최근 들어 더욱 부각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백신의 글로벌 생산기지로 떠오르면서 현장 핵심인력의 부족 현상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것.

실제로 <메디코파마>가 국내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54곳의 지난해 사업 보고서를 통해 직원들에 대한 ‘교육훈련비’ 투자 현황을 들여다 본 결과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체 54곳 중 41곳은 전년 대비 교육훈련비 지출을 삭감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교육훈련비 지출을 가장 많이 줄인 곳은 젬백스였다. 이 회사는 2019년 4,866만 원을 직원들의 교육비로 투자했으나 지난해에는 91.54% 감소한 411만 원이 전부였다.

메디톡스도 1억 6,594만 원에서 2,034만 원으로 87.74% 삭감했으며, 코오롱생명과학은 1억 8,249만 원에서 2,522만 원으로 86.18% 쪼그라 들었다.

이 외에도 ▲한국유니온제약(956만 원→172만 원, 81.98%) ▲팜젠사이언스(9,629만 원→2,655만 원, 72.42%) ▲영진약품(3억 7,519만 원→1억 1,076만 원, 70.48%) ▲부광약품( 2억 9,839만 원→8,836만 원, 70.39%) 등이 백년대계(百年大計) 투자를 대폭 삭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훈련비를 50% 이상 줄인 곳도 무더기로 나왔다.

▲일성신약(1억 1,134만 원→3,375만 원, 69.69%) ▲대한약품(2,517만 원→775만 원(69.22%) ▲에스티팜(8,603만 원→2,657만 원, 69.12%) ▲메디포럼제약(1,071만 원→348만 원, 67.53%) ▲한올바이오파마(7,950만 원→2,705만 원, 65.98%) ▲에이프로젠제약(6,287만 원→2,221만 원, 64.68%) ▲CMG제약(9,152만 원→3,637만 원, 60.26%) ▲JW신약(2억 5,951만 원→1억 506만 원, 59.52%) ▲유유제약(1억 9,149만 원→7,841만 원, 59.05%) ▲코미팜(491만 원→212만 원, 56.73%) ▲차바이오텍(1억 6,871만 원→7,577만 원, 55.09%) ▲경동제약(3억 7,277만 원→1억 6,789만 원, 54.96%) ▲삼성제약(595만 원→269만 원, 54.75%) 등 17곳이 교육훈련비를 대폭 삭감했다.

 

국내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54곳 교육훈련비 지출 현황(자료: 각사 사업보고사, 편집: 메디코파마뉴스)
▲ 국내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54곳 교육훈련비 지출 현황(자료: 각사 사업보고사, 편집: 메디코파마뉴스)

≫ 제약바이오기업 5곳 중 4곳, 지난해 직원 1인당 교육비 줄여

직원 1인당 교육비는 54곳 중 43개 기업이 축소시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2019년 66억 6,662만 원에서 지난해 73억 5,218만 원으로 교육비를 10.28% 늘렸다.

문제는 이 회사의 직원수도 함께 늘어났다는 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위탁생산·개발사업(CDMO)이 주목 받으면서 임직원을 대폭 늘렸다. 작년 한 해 동안 채용한 인원만 300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직원 1인당 교육비는 줄어들었다. 전체 교육비는 늘어났지만 인력 역시 증가하면서 임직원에게 돌아간 교육비는 감소한 것.

씨티씨바이오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지난해 교육비를 전년 보다 줄였지만 같은 기간 임직원 수는 늘리면서 직원 한 명에게 쓴 교육비가 2019년 12만 원에서 지난해 11만 7,000원으로 2.43% 쪼그라 들었다.

≫ 말 뿐인 인재양성…1인당 100만 원 이상 사용한 기업 9곳 뿐

직원 1인당 100만 원 이상 사용한 기업은 54곳 중 단 9곳에 불과했다.

삼천당제약이 391만 원으로 가장 많이 지출했으며,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이 310만 원으로 그 뒤를 따랐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255만 원), 명문제약(250만 원), 현대약품(189만 원), 환인제약(171만 원), 하나제약(132만 원), 한독(120만 원) 순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산업 전반을 강타하는 동안 제약바이오 업계에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했다. 다만 이 수혜는 연구개발과 새로운 (온라인) 마케팅에 미리 투자를 강행한 곳에만 돌아갔다”며 “인재양성도 같은 맥락이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제약기업도 각 분야 임직원의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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