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병용요법 약가 1년 9천만원 육박, 건보 재정 부담 커
삼성·화이자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약가 책정에 ‘관심’
병용요법 타깃, 저가 전략으로 급여권 진입 시도한다면?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면역항암제 시장에 후발주자로 들어온 로슈의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이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과 국내 시장에서 굵직한 적응증을 따내며 사용량 확대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 약과 함께 덩달아 주목받는 항암제도 있다. 신생혈관억제제 계열의 표적항암제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이다. 우리나라에서 대상 환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비소세포폐암과 간세포암 1차 치료 등에서 티쎈트릭의 허가가 아바스틴과의 병용요법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티쎈트릭의 국민건강보험 적용에 대한 관심에 아바스틴이 빠질 수 없는 이유다. <메디코파마>는 아바스틴에 주목해 티쎈트릭의 급여 향방을 살펴봤다.

≫ 환자 수 많은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 적응증, 1년 약값 9천만원

현재 상황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건강보험 급여권에 진입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가격 탓이다.

단독으로도 급여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를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치료 시 약가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 병용요법의 간세포암 치료 허가사항에 용법·용량은 3주 간격으로 티쎈트릭 1200mg과 베바시주맙 15mg/kg을 투여하도록 돼 있다.

표시가 기준 티쎈트릭 1200mg은 230만6,658원이다. 아바스틴은 100mg 33만387원·400mg 107만5,351원이다. 환자 체중이 60kg이라면 아바스틴의 표준용량은 900mg이다. 따라서 아바스틴의 3주 투여 약가는 단순계산으로 248만1,089원이 나온다.

결국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약가는 3주에 478만7,747원이 된다. 1년으로 계산하면 8,617만9,446원에 달한다.

비소세포폐암 1차에서는 간세포암과 같은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 용법용량에 파클리탁셀, 카보플라틴 등 화학항암제 약가도 추가된다.

간세포암과 비소세포폐암은 국내 환자 수가 많은 암종에 속한다. 현재 약가로는 건보 적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출시 ‘임박’…오리지널 약가도 20%↓

하지만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이오시밀러의 진입으로 아바스틴을 포함한 베바시주맙의 약가가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온베브지와 화이자의 자이라베브가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잇달아 획득했다.

이들 바이오시밀러는 건강보험 급여 진입 절차를 거친 후 본격적인 출시가 예상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약가를 어떻게 책정하느냐는 미지수다.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 급여 출시되면 오리지널과 바이오시밀러의 보험상한가는 기존 약가의 70%로 인하된다. 이 때 바이오시밀러 업체가 조건을 갖췄다면 80%까지 가산을 받을 수 있고 오리지널 역시 함께 적용된다.

결국 아바스틴은 바이오시밀러의 급여 출시와 동시에 70~80%로 가격이 인하된다. 900mg 기준으로 최소 198만4,871원까지는 떨어지는 것.

여기에서 온베브지와 자이라베브를 출시하는 업체가 오리지널과 약가 차이를 얼마나 두는 지가 관건이다.

≫ 바이오시밀러, 티쎈트릭 병용요법 타깃해 접근한다면?

삼성의 온베브지는 아바스틴의 적응증과 다소 차이가 있다. 난소암 1차 치료제로서 카보플라틴/젬시타빈과의 병용요법, 2가지 화학요법 후 파클리탁셀/토포테칸 또는 페길화 리포좀 독소루비신과의 병용요법은 아직 아바스틴의 특허가 만료되지 않아 온베브지는 사용할 수 없다.

자이라베브는 아바스틴과 적응증이 일치한다. 화이자가 로슈와의 특허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다만 티쎈트릭과의 병용요법은 아바스틴의 특허와 관계없이 베바시주맙 성분의 바이오시밀러(온베브지, 자이라베브) 모두 사용 가능하다.

바이오시밀러가 티쎈트릭 병용요법을 타깃으로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춘다면 아바스틴보다 앞서 급여권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테면 티쎈트릭/베바시주맙 급여기준을 온베브지, 자이라베브를 중심으로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암 1차 치료제로서 아테졸리주맙(티쎈트릭)과의 병용요법’으로 제시하는 식이다.

실제로 오리지널은 급여 적용이 안 되지만, 약가를 낮춰 급여권에 진입한 제네릭(복제약) 사례가 있다.

유씨비제약의 뇌전증 치료제 빔팻(성분명 라코사미드)은 2011년 국내 허가를 획득했지만, 급여 진입에 난항을 겪었다. 당국과 제약사의 약가에 대한 생각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2016년 SK케미칼은 빔팻 복제약인 빔스크를 50mg 1정당 보험상한가 435원으로 급여권에 진입시켰다. 당시 빔팻의 비급여 약가는 1정당 2000원 수준이었다. 빔스크가 급여권에 들어가면서 2018년 빔팻은 결국 한국 시장을 떠났다.

이런 사례가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면역항암제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바이오시밀러가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춘다면 로슈도 아바스틴 약가를 낮춰 함께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허가사항과 급여기준이 다른 경우는 많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론 국내 바이오시밀러 처방 상황을 고려할 때 삼성바이오에피스나 화이자가 약가를 크게 낮추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로슈가 병용요법 급여 문턱만 넘으면 가만히 있어도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는데 굳이 약가를 낮추는 모험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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