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일본계 제약사 배당잔치…연 1300억 ‘해외 유출’
국내 환자 돈 긁어모았는데…사회공헌은 38억원이 전부
다이이찌산쿄, 2년간 225억 벌어 배당은 450억 2배 송금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국내 진출한 상당수 일본계 제약사가 본사로 과도한 배당금을 송금한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순이익의 4배에 달하는 배당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인 돈에 비해 기부에는 인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몇몇 일본계 제약사의 배당 잔치와 기부 수준은 국내 대형제약사와 비교해도 과하다는 지적이다.

21일 <메디코파마뉴스>는 일본계 제약사 9곳의 감사보고서를 통해 이들 기업의 지난해 이익과 기부금 현황을 분석했다. 이 중 7곳(한국아스텔라스제약, 한국다케다제약, 한국에자이, 한국다이이찌산쿄, 한국산텐제약, 미쓰비시다나베파마코리아)은 3월 결산법인(사업연도 20년4월~21년3월)이며 나머지 2곳(한국오츠카제약, 한국쿄와기린)은 12월 결산법인(사업연도 20년1월~12월)이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일본계 제약사 9곳 가운데 지난해 배당금을 지출한 곳은 6개사였다. 그 규모만 총 1,321억 원에 달했다. 올 들어 연이어 배당을 결정한 곳도 4곳(중복)이나 나왔는데 이는 300억 원에 육박했다. 

반면, 지난해 9곳의 일본계 제약사가 국내에서 내놓은 기부금은 고작 38억 원이 전부였다. 이들 기업이 작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올린 매출은 1조4,215억 원이었으며 벌어들인 영업이익만 1,348억 원에 달했다. 국내 환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인 만큼 사회공헌에 인색했다는 지적을 피해가기는 어려운 규모다.

≫ 도 넘은 일본계 제약사 배당잔치…1년간 1300억 ‘해외 유출’

지난해 본사로 배당금을 가장 많이 송금한 곳은 에자이였다. 이 회사는 400억 원의 배당금을 중간배당 형태로 지급했다.

이어 다이이찌산쿄(350억원), 아스텔라스제약(250억원), 오츠카제약(157억원), 미쓰비시다나베파마코리아(131억원)에서도 거액의 돈이 빠져나갔다.

이 가운데 오츠카제약과 다이이찌산쿄는 올해에도 각각 157억 원과 100억 원의 배당금을 본사에 또 송금하기로 했다. 다이이찌산쿄가 2년 간 지급한 금액만 450억 원에 달한다.

오츠카제약은 3년 연속 157억 원의 배당금을 보내면서 총 471억 원 규모의 돈을 해외로 유출했다.

미쓰비시다나베파마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지난해 19억 원을 본사로 지급한 데 이어 중간배당을 통해 또 다시 112억 원을 추가로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도 일단 21억 원을 배당하기로 한 만큼 또 한 번의 중간배당 가능성을 열어 놓은 상태다.

≫ 배당은 ‘큰손’ 기부는 ‘짠손’…9개사 사회공헌 38억이 전부

문제는 일본계 제약사들이 해외 본사로 보내는 막대한 규모의 배당금에 비해 국내 사회공헌 수준은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는 것.

대표적으로 다이이찌산쿄는 지난해(2020년 3월 사업연도) 90억 원의 당기순이익의 약 4배에 달하는 350억 원 규모의 배당금을 해외로 유출했다. 배당성향(순이익比 배당액)이 400%에 육박하는 셈이다.

이 기간 다이이찌산쿄는 우리나라에서 20%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1,90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 내놓은 기부금은 4억2,500만원이 전부였다.

회사는 올해(2021년 3월 사업연도)에도 당기순이익 135억 원 중 배당금으로만 100억 원을 또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배당성향은 74%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기부금은 1억3,200만 원으로 사회공헌 규모가 더 쪼그라 들었다.

현재 이 회사 잔고(미처분이익잉여금)에 남은 돈은 1,400만 원이 전부다.

이 외에도 지난해(2020년 3월 및 12월 사업연도 기준) 일본계 제약사들의 배당성향은 아스텔라스제약 153%, 에자이 166%, 미쓰비시다나베 341%, 쿄와기린 101%, 오츠카제약 53% 등 상당수 기업이 순이익을 한참 웃도는 배당금을 본사에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계 제약사들의 이 같은 고비율 배당성향(순이익대비 배당결정액)은 국내 제약사들과 비교해도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대형제약사 배당성향은 대표적으로 광동제약이 9%, 종근당 12%, GC녹십자 19%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편 기업별 기부금을 보면, 쿄와기린이 영업이익 40억 원 중 12억 원을 기부금으로 집행해 일본계 제약사 중 가장 많은 돈을 사회공헌에 쓴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에자이가 8억6,500만 원(영업이익 232억원), 오츠카제약 8억2,300만 원(411억원), 아스텔라스제약 2억8,500만 원(167억원), 다케다제약 4억4,600만 원(81억원), 산텐제약 4,100만 원(159억원), 오노약품 1,000만 원(26억원), 미쓰비시다나베 200만 원(54억 원) 등 대부분의 일본계 제약사는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에 비해 초라한 사회공헌 성적표 만을 남겼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제약사들이 해외 모회사에 종속된 만큼 둘 사이에 오가는 배당금을 두고 이렇다 할 지적을 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2년간 노재팬 불매 운동이 이어질 정도로 국민감정이 좋지 않았던 만큼 정도를 벗어난 무리한 배당 송금은 사회적으로 오해와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내 사회공헌을 늘린다는 것은 우리나라 제약산업과 상생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며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이라는 점에서 배당만 늘리고 기부를 외면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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