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알코올성지방간 치료제, 글로벌 200억 달러 시장 형성할 듯
갈메드/삼일·한미/MSD·유한/베링거, NASH 치료제 개발 ‘눈독’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제약바이오 분야의 기술 혁신에도 여전히 치료제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역이 있다. 특히 언멧 니즈(Unmet needs, 미충족 수요)가 높은 질환에서는 치료제 개발 시 연간 글로벌 시장규모를 수십조 원까지 예상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분야가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비알코올성 지방간(NASH)이다. 두 질환은 그간 유수의 다국적제약사들 모두 개발 과정에서 실패를 거듭해 왔다.

그런데 최근 바이오젠의 아두헴(성분명 아두카누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허가를 획득했다. 데이터에 대한 학계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지만, 증상을 늦추는 역할이 아닌 알츠하이머 질환에 대한 치료제가 탄생한 것이다.

이제 시선은 NASH로 향한다. NASH는 비알콜성지방간질환(NAFLD)의 중간 단계로 향후 암으로까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고 국내 환자만 약 10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향후 10년 내에 글로벌 시장규모를 300억 달러 이상으로 바라보는 리포트도 잇따라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다국적제약사는 물론 국내 제약사까지 NASH 개발을 위해 후보물질을 사들이고 세계 각지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0순위 기전이 무엇인지도 모호하다. <메디코파마뉴스>는 국내 제약사와 연관된 NASH 후보물질에 대해 알아봤다.

≫ 갈메드-삼일제약 아람콜, 글로벌 임상 선두

NASH 분야에서 치료제 탄생에 가장 다가선 후보물질은 이스라엘 바이오업체인 갈메드社의 아람콜(Aramchole)이다.

아람콜은 합성지방산과 담즙산 결합제(FABACs) 계열의 경구 치료제로 간 속 효소인 SCD1(Stearoyl-CoA desaturase1)을 억제해 간 내 지방 축적을 막는 기전을 갖고 있다.

52주간 진행된 임상 2b상, ARREST 연구에서 아람콜은 247명의 NASH 환자를 대상으로 위약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간 내 지방량 감소를 확인했다.

특히 아람콜 600mg군에서는 간 섬유화가 개선 또는 유지되며 간세포의 풍선화 점수(ballooning score) 0점, 염증 수치 0~1 상태에 도달했다.

이 임상을 바탕으로 갈메드는 2019년 9월 세계 185개 사이트에서 글로벌 임상 3/4상에 돌입했다. 이 약은 현재 FDA의 신속심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

아람콜의 국내 판권은 삼일제약이 갖고 있다. 2016년 삼일제약은 아람콜의 국내 임상 3상 개발과 허가, 상업화 권리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임상에 맞춰 2019년 12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3/4상 임상승인(IND)를 획득하고 국내 14개 사이트에서 80명의 환자 참여를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당초 올해 말이면 탑라인 보고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코로나19 등의 문제로 다소 늦춰졌다”며 “내년 중반 투약을 완료하고 결과를 보고해 2023년 국내에서도 허가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임상과 국내 임상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개발에 성공한다면 국내 환자 투약도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한미약품 에피노페그듀타이드 넘겨 받은 MSD, 올해 8월 임상 2a상 스타트

국내사가 후보물질을 발굴해 다국적제약사에게 판권을 판매한 경우도 있다. 한미약품의 NASH 치료제 후보물질 에피노페그듀타이드(Efinopegdutide)가 대표적이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당뇨병과 비만 치료에 주로 쓰이는 GLP-1 수용체에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을 활성화하는 기전을 합친 이중작용제다. 반감기를 지연시키는 한미약품의 랩스커버리 기술도 이 후보물질에 적용돼 있다.

한미약품은 당초 에피노페그듀타이드를 당뇨병/비만 치료제로 개발하던 중에 2015년 얀센에게 개발 판권을 넘겼다. 하지만 임상에서 혈당조절 효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자 얀센은 에피노페그듀타이드에 대한 권리를 2018년 한미약품에 반환했다.

잊혀져가던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2020년 NASH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본 MSD에 의해 재부상했다. MSD는 계약금 1,000만 달러, 마일스톤 포함 총액 8억6,000만 달러에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NASH 치료제 개발 및 판권을 사들였다.

MSD는 최근 에피노페그듀타이드와 GLP-1 수용체 계열의 당뇨/비만치료제 세마글루타이드를 간 지방 함량(LFC) 10% 이상의 비알콜성지방간질환 환자 130명에게 각각 투여해 비교하는 임상계획을 등록했다.

해당 임상은 오는 8월 시작하며 연구 종료시점은 내년 12월이다.

≫ NASH 후보물질 다수 보유 유한양행, 길리어드·베링거에 잇따라 기술수출

유한양행은 다양한 NASH 치료제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가 현재 파이프라인으로 보유한 프로젝트는 총 4개다. 이 중 3개는 이미 다국적제약사와의 계약을 통해 개발 및 판권을 넘겼다.

2019년 7월 베링거인겔하임은 전임상 단계에 있던 유한양행의 NASH 후보물질 YH25724을 계약금 4,000만 달러, 마일스톤 포함 총 8억3,000만 달러에 도입했다.

계약 당시 베링거인겔하임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진행되고 있는 환자에게 하나의 표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치료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지방증, 염증 및 섬유증을 동시에 표적하는 차세대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그램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베링거인겔하임은 BI456906 등 여러 NASH 치료제 개발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다. 유한양행의 YH25724도 후보 중 하나이며 현재 독성시험을 완료하고 임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약에 앞서 같은 해 1월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유한양행의 NASH 치료 후보물질에 대한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에도 유한양행의 NASH 치료제 개발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알려진 것은 YH25724였다. 다만 길리어드가 계약을 체결한 프로젝트는 YH25724가 아닌 YHC1108와 YHC1102였다.

연구를 막 시작한 후보물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계약금 1,500만 달러, 총액 7억8,500만 달러에 달하는 계약 규모는 당시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후보물질 도출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임상연구를 유한양행과 길리어드가 함께 진행하고 향후 글로벌 임상 개발을 길리어드가 맡는다는 계획이다.

NASH 치료제 개발 업계 관계자는 “NASH는 특히 미국·유럽 등 대형 시장에서 미충족 수요가 큰 질환”이라며 “많은 다국적제약사가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을 만큼 치료제 개발에도 관심이 크다. 치료제 개발이 가시권에 들어오면 알츠하이머 만큼이나 이목이 집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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