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여가는 수주량…지엘라파 컨소시엄, 원료 수급 '불안'
3社 생산 규모 4000L 불과…상업화 물량 소화 한계 분명
5000L 바이넥스는 여전히 미계약…“기대감은 의구심으로”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위탁생산을 맡은 지엘라파 컨소시엄에 의문 부호가 따라 붙고 있다. 컨소시엄 내에서 가장 큰 생산 시설을 갖춘 바이넥스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소식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기술이전 여부가 향후 컨소시엄의 원료 수급에 중요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지엘라파 컨소시엄의 러시아 백신 원료 생산 라인 확대 속도가 더디다. 원료 수급은 향후 상업화 물량의 본격적인 생산 시점과 안정적인 공급을 결정지을 핵심 요소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한국코러스, 이수앱지스와 더불어 최근 컨소시엄에 새롭게 합류한 제테마가 러시아국부펀드(RDIF)와 원액 생산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쌓여 있는 수주 물량을 감당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가장 큰 원료 시설을 확보하고 있는 바이넥스로 자연스레 시선이 이동하고 있다. 이 회사가 충북 오송공장에 5,000리터 규모의 바이오리액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3개사의 현재 설비 총합(4,000리터)을 다 합한 것보다 그 규모가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기대를 모았던 바이넥스의 기술이전 계약은 여전히 깜깜 무소식이다. 일각에서 RDIF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회사 측이 백신 위탁생산을 위한 별도 설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하고 있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바이넥스 관계자는 “기술이전과 관련한 부분은 협의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어떤 것도 확인해 줄 수는 없다”면서도 “오송 공장 바이오리액터는 최근 리뉴얼을 거쳤고 백신 위탁생산에 기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오송 공장 부지는 추가적으로 2개의 공장이 더 들어설 수 있는 규모로 향후 CMO(의약품위탁사업) 확대를 위한 공장 신축이나 설비 추가 도입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술이전이 되더라도 오송공장 설비는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종료된 이후에나 활용이 가능하다. CMO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 위탁생산만을 위해 설비를 계속 대기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라며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준비 과정이 필요한 만큼 설령 계약이 체결되더라도 본격적인 설비 가동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원료 수급 라인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컨소시엄이 연내에 상업화 물량을 대량으로 생산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컨소시엄 업체들이 추가 설비 도입에 나서고 있지만 향후 밸리데이션과 러시아 규제당국의 GMP 인증 등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특히 컨소시엄이 스푸트니크V에 이어 스푸트니크 라이트까지 생산하기로 한 만큼 원료 수급 문제는 앞으로 더 크게 부각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코러스 1.5억 도즈와 컨소시엄 5억 도즈 계약은 스푸트니크V에 한정된 것이고, 스푸트니크 라이트 생산은 이와는 별개다. 앞으로도 수주량이 더 늘어날 것이란 뜻이다.

컨소시엄 측은 부족한 원료 생산 라인 확대를 위해 참여사들이 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는 만큼 문제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최근에 들여온 바이오리액터(1,000리터 2대)를 이수앱지스와 제테마에 넘겨준 한국코러스는 다시 2대를 추가로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제테마 역시 1,000리터 바이오리액터 4대를 올해 말 또는 내년 초까지 더 설치해 5,000리터로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컨소시엄 주체인 지엘라파 관계자는 “한국코러스가 현재 러시아 GMP 인증을 목전에 두고 있는 만큼 연내 상업화 물량 생산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머지 컨소시엄 참여 업체도 순차적으로 따라올 것”이라며 “바이넥스의 경우 컨소시엄 참여사로서 입지가 여전히 변함이 없는 만큼 시기의 문제일 뿐 기술이전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푸트니크V와 스푸트니크 라이트 중 어느 것을 우선적으로 생산할 것인지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높은데 이는 발주 주체인 RDIF의 의중에 달려 있다”며 “스푸트니크V 계약은 확정된 것이라 우선적으로 생산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지만 최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글로벌 집단면역을 강조하면서 스푸트니크 라이트의 효용성을 강조하고 있는 터라 생산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직 스푸트니크 라이트 수주량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되는대로 계약 규모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그 이후에는 컨소시엄 내에서 누가 얼마 만큼을 어떻게 생산할 것인지에 대한 교통정리도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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