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기업 여름 휴가 분석, 20곳 중 14곳은 ‘8월 첫째주’
뒤늦은 정부 권고안…“대다수 직원, 휴가 계획 이미 수립”
“생산·판매 계획 고려해 이미 연말·연초에 일정 확정한 것”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분산 휴가를 권고했지만 대다수 국내 제약사들은 8월 첫째주에 여름 휴가를 강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연말이나 올해 초부터 이미 휴가 계획을 세운 임직원들이 상당수 있는 만큼 사실상 정부의 권고사항을 이행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6월 초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여름 휴가는 성수기(7월 말∼8월 초)를 피해 가족 단위 또는 소규모로 나눠갈 것을 권고했다.

복지부는 여름휴가 시기 및 장소 분산을 위해서는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여름휴가 가능 기간을 7월 첫째 주에서 6월 셋째주로 2주 앞당겨 총 14주로 확대하고, 주 단위 최대 권장 휴가 사용률은 13%를 넘지 않도록 하며, 2회 이상 분산 사용하도록 했다.

100인 이상 일반 기업에 대해서도 휴가 분산을 요청하는 동시에 우수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휴가 분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권고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제약기업들은 8월 첫째주에 여름 휴가를 떠나는 모습이다.

실제로 26일 <메디코파마뉴스>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20곳의 여름 휴가 일정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에 달하는 14곳이 이 시기에 몰려 있었다. 대다수 제약바이오기업이 오는 8월 2일부터 6일까지 5일간 여름 휴가를 가는 것.

구체적으로 보면 ▲JW중외제약 ▲국제약품 ▲대웅제약 ▲동국제약 ▲동아ST ▲삼진제약 ▲일동제약 ▲제일약품 ▲한국파마 ▲현대약품 ▲휴온스 ▲환인제약 등이었다.

 

통상적으로 제약바이오기업의 여름 휴가는 7월 말과 8월 초에 많이 떠나는데, 올해는 8월 2일이 월요일에 해당하면서 8월 첫째주에 몰리는 모습이다.

반면, 휴가기간을 따로 지정하지 않고 자율에 맡기는 곳도 있었다. GC녹십자와 HK이노엔, 보령제약, 셀트리온제약, 한미약품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직원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동화약품은 당초 8월 첫째주가 여름 휴가기간이었으나 정부 권고에 맞춰 자율 휴가를 부여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상당수의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정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여름 휴가를 8월 초에 가는 이유는 뭘까.

통상적으로 제약기업은 전년도 말이나 당해 초에 회사 휴무일을 비롯해 생산·출하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임직원들에게 공유한다. 직원들은 이를 토대로 여름 휴가 등 1년 동안 연차 사용일을 정하게 된다.

문제는 정부의 분산 휴가 권고가 6월 초에 나왔다는 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섣불리 여름 휴가 일정을 변경하기 어려웠던 것.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데다 정부의 권고 사항도 있어 여름 휴가를 분산해서 가는 것이 맞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이미 연초에 생산 계획을 세워놓았기 때문에 휴가를 분산하려면 전체 업무 시스템도 점검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쉽게 바꾸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도 “정부의 권고안이 6월 초에 나왔다. 이미 직원들은 연간계획에 따라 연초에 여름 휴가 일정을 정해 놓았다”라며 “정부 권고에 맞춰 분산 휴가를 결정하더라도 대부분의 직원들은 이미 계획대로 휴가를 갈 수 밖에 없는 만큼 예정대로 여름 휴가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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