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 하버드의대 교수, 와파린 대비 심방세동 노인 혜택 코호트 연구
엘리퀴스, 모든 연령대서 부작용↓…자렐토·프라닥사 비노약자만 혜택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노쇠화 정도에 따라 경구용 항응고제(NOAC) 선택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치열한 경쟁 속에 있는 NOAC 시장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김대현 하버드의대 교수(브리검앤우먼스병원 노인과) 연구팀은 최근 미국내과학회(ACP)가 발행하는 내과학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Frailty and Clinical Outcomes of Direct Oral Anticoagulants Versus Warfarin in Older Adults With Atrial Fibrillation’라는 제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https://www.acpjournals.org/doi/10.7326/M20-7141)

이 연구는 심방세동이 있는 노인에게 경구용 항응고제를 처방할 때 노쇠화의 정도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분석했다.

연구진은 2010~2017년, 와파린 또는 경구용 항응고제 치료를 시작한 메디케어 가입 노인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노쇠화 측정 지수로 개발한 CFI(Claims-based Frailty Index)를 이용해 비노쇠, 전노쇠, 뇌소 등 3개 군으로 나눴다.

분석 대상은 엘리퀴스-와파린 코호트 21만8,738명, 자렐토-와파린 코호트 27만5,944명, 프라닥사-와파린 코호트 15만8,730명이었다.

그 결과 엘리퀴스(성분명 아픽사반)로 치료받은 환자군의 사망이나 허혈성 뇌졸중 또는 주요 출혈의 복합 위험이 와파린 치료 환자에 비해 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발생으로 보면 1,000인년 당 엘리퀴스군이 60.1건, 와파린군이 92.3건이었다.

이 결과는 노쇠 정도에 따라 분류한 3개 집단에서 27~39%의 감소를 보이며 일관되게 나타났다.

반면 프라닥사(성분명 다비가트란)와 자렐토(리바록사반)의 경우 비노쇠 집단에서만 12~19%의 감소를 보였으며 전노쇠, 노쇠 집단에서는 위험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김대현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노쇠한 노인들에게 아픽사반의 사용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현재 시행되지 않고 있는 노쇠화에 대한 평가를 활용하면 경구용 항응고제의 이점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설명인 것.

연구진은 엘리퀴스와 자렐토, 프라닥사의 와파린 대비 위험 감소 혜택은 주로 주요 출혈 발생에서 갈렸을 것으로 분석했다.

노쇠한 환자는 신장 기능이 저하되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에 신장배출율이 높은 프라닥사(80~85%)나 자렐토(66%)가 혈액 내 약물 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해 출혈 위험이 증가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엘리퀴스의 신장배출율은 27%로 알려져 있다.

결국 이 연구는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들에게 엘리퀴스를 처방하는 것이 혜택을 가져다 준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현재 처방 경쟁이 치열한 경구용 항응고제 시장에서 이 연구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국내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우리나라 경구용 항응고제 시장은 미국 시장과는 차이가 있다. 국내 처방 선두는 다이이찌산쿄의 릭시아나(성분명 에독사반)이다.

이 약은 유비스트 기준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330억 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1% 성장한 수치다. 릭시아나는 2020년에도 판매고가 전년 대비 10.5% 늘었다.

반면 미국 시장에서 릭시아나의 영향력은 미미하다. 이 약은 지난 2015년 사바이사(Savaysa)라는 제품명으로 미국 시장에 비교적 늦게 출시돼 처방량이 적다. 이번 연구에서 릭시아나가 포함되지 않은 배경이다.

앞서 임상에서 나타난 릭시아나의 신장배출율은 50~60%로 연구진의 가설에 대한 추측은 가능하지만, 실제 처방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국내 경구용 항응고제 업계 관계자는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환자별로 어떤 약을 처방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은 모호하다”라며 “김대현 교수가 제시한 노쇠화 정도에 따른 처방을 위해서는 국내에서 별도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종이나 체형에 따른 차이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시장에서 처방 경쟁이 치열한 엘리퀴스와 자렐토는 국내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자렐토는 상반기 233억 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0% 쪼그라 들었다. 엘리퀴스는 237억 원으로 자렐토를 넘어 2위에 자리 잡았지만, 전년과 비교하면 2.7% 감소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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