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 개발 토종 신약 30품목 상반기 원외처방액 분석
케이캡, 국산 신약 처방 1위…카나브·제미글로·놀텍·펠루비 순
코로나가 쏘아올린 ‘틈새시장’…피라맥스, 전년比 979% 증가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국내 기술로 개발된 HK이노엔의 위식도 역류질환치료제 케이캡의 성장세가 매섭다. 출시 3년 만에 국산신약 30개 품목 중 원외처방액 1위를 차지하며 HK이노엔의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29일 <메디코파마뉴스>가 의약품 시장조사자료 유비스트를 분석한 결과, 국산 신약으로 허가받은 30개 품목 가운데 올해 상반기 기준 HK이노엔의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이 최다 처방액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토종 신약은 지난 1999년 SK케미칼의 위암치료제 선플라(성분명: 헵타플라틴)를 시작으로 올해 3월 한미약품의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성분명: 에플라페그라스팀)까지 총 33품목이다.

이중 올해 허가 받은 유한양행 표적항암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셀트리온의 코로나 19 치료제 렉키로나(성분명: 레그단미밥), 한미약품의 롤론티스는 이번 집계에서 제외했다. 또한, 허가 취소됐거나 자진 취하한 제품 7개 품목과 비급여 항목도 이번 조사에서 빠졌다.

그 결과, 국산 신약 16개 품목 중 HK이노엔의 케이캡이 상반기 원외처방액 1위를 차지했다.

이 약은 지난해 상반기 307억 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147억 원 증가한 45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P-CAP 기전의 케이캡은 지난 2018년 국내 30호 국산 신약으로 허가 받았다. 2019년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했는데, 출시 첫 해 298억 원 규모의 원외처방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 같은 성장세는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케이캡은 작년 한 해 동안 단일 제품으로 725억 원의 판매고를 올리며 세를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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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제약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ARB(안지오텐신II수용체차단제) 계열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성분명: 피마사르탄칼륨삼수화물)는 올해 상반기 230억 원의 처방액으로 2위를 차지했다.

2010년 국산 15호 신약으로 출시된 이 약은 발사르탄, 로사르탄, 텔미사르탄 등 기존 대형 ARB 계열 고혈압치료제 성분 치료제들 사이에서 가파른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2014년 이후에는 ARB 계열 단일제 가운데 가장 많은 처방액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카나브는 전년 동기 대비 5.71%(14억 원) 소폭 감소하며 성장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 약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복합제 라코르와 듀카브, 투베로, 듀카로, 아카브 등의 선전으로 시장 영향력은 여전히 건재했다.

지난 2012년 말 국산 신약 19호로 허가받은 LG화학의 당뇨병치료제 제미글로(성분명: 제미클립틴타르타르산염)도 출시 이후 매년 매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 약은 올해 상반기에만 173억 원어치가 처방되며 분기마다 90억 원의 매출을 이뤄낸 것이다.

제미글로 역시 카나브와 마찬가지로 단일 제품에서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부진한 모습이었지만, 메트포르민 복합제인 제미메트와 제미로우의 활약으로 국산 신약의 체면을 세웠다.

지난 2009년 국산 신약 14호로 발매된 일양약품의 놀텍(성분명: 일라프라졸)은 올해 상반기 162억 원의 처방액을 기록하며 4위를 차지했다.

이 약은 일양약품이 자체 개발한 프로톤펌프억제계열(PPI)의 약물이다. 당초 위궤양과 십이지장궤양만 치료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지만, 2012년 역류성식도염 적응증을 추가한 이후 매출이 수직상승했다. 이후 헬리코박 제균 적응증도 추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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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제약이 자체 개발한 골관절염치료제 펠루비(성분명: 펠루비프로펜)는 지난 2007년 국산 신약 12호로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펠루비는 시장에서 크게 흥행하지 못했으나, 2015년 6월 서방정을 출시하고, 2017년에는 ‘해열’ 적응증을 추가하면서 처방액이 급상승했다.

2014년까지만 해도 원외처방액이 50억 원 미만에 불과했던 이 약은 올해 상반기에만 144억 원의 판매고를 달성했다.

다만, 펠루비의 성장세에 장애물이 등장했다. 영진약품이 펠루비의 특허를 깨고 제네릭의약품(복제약)인 펠프스를 출시하며, 8월 급여 등재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국산 신약 20호로 허가받은 종근당의 당뇨병치료제 듀비에(성분명: 로베글로타존황산염)도 상반기에만 101억 원의 원외처방을 기록했다.

듀비에는 치아졸리딘디온(TZD) 계열의 당뇨치료제로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치료제로 불리는 제2형 당뇨병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이 제품은 지난 2015년 120억 원의 처방실적을 올리며 종근당이 배출한 신약 중 처음으로 연 매출 100억 원을 돌파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지난 2016년 메트포르민을 추가한 듀비메트를 출시하면서 듀비에의 영향력을 확대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동아에스티 슈가논 59억 원 ▲크리스탈지노믹스 아셀렉스 11억 원 ▲일동제약 베시보 7억 6,000만 원 ▲일양약품 슈펙트 7억 원 ▲부광약품 레보비르 4억 7,000만 원 ▲JW중외제약 큐록신 4억 2,000만 원 ▲유한양행 레바넥스 3억 5,000만 원 ▲LG화학 팩티브 3억 3,000만 원 ▲신풍제약 피라맥스 2억 원 ▲동화약품 자보란테 1,700만 원 순으로 원외처방액을 기록했다.

≫ 코로나가 쏘아올린 ‘틈새시장’…피라맥스, 성장률 1000% 육박

신풍제약의 말라리아치료제 피라맥스(성분명: 피로나리딘인산염·알테수네이트)는 지난 2011년 국산신약 16호로 허가받았다.

이 약은 2011년 8월 수출용으로 허가받은 뒤 주로 동남아시아 등에서만 판매돼 왔다. 실제로 지난 2019년까지 피라맥스의 국내 처방액은 ‘0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신종감염병 사태가 터진 후 이 제품은 코로나19 치료제로 부각되면서 처방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피라맥스의 판매고는 1,809만 원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1억 7711만 원어치의 처방이 이뤄졌다. 978.85%가 늘어난 규모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국산 신약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처방 상위품목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것은 임상현장의 신뢰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기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초 출시해 급여 등재된 유한양행의 렉라자와 한미약품의 롤론티스도 향후 처방시장에서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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