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환자의 목소리’ 현미경 해부 – 유방암 편 ①
2020.5~2021.4 국내 포털 9만 9517건 '암' 버즈량 분석
‘수술’ 키워드 4만 5천건 ‘최다’…조기 발견 대표 암 반영
유방 제거 따른 외형·여성성 변화…‘미용’ 관련 게시글 多

2000년대 초 ‘글리벡 사태’ 이후 환자들은 의약품 급여 정책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후 환자의 목소리는 보건의료정책의 핵심 키워드로 급부상했다. 최근 국내·외 헬스케어산업의 주요 화두가 ‘환자 중심 치료’로 전환된 배경이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창간 29주년을 맞아 국내 대형포털에서 접근 가능한 환자 관련 게시판을 총망라해 지난 1년 간 ‘유방암’과 관련한 게시글을 분석하는 특집을 기획했다. 분석에 포함된 게시글은 2020년 5월~2021년 4월까지 99,517개에 이른다. <유방암> 첫 장에서는 해당 질환을 핵심 키워드로 설정하고 이와 함께 언급된 단어들을 살펴 환자들의 의견을 분석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이어 두 번째와 세 번째 장에서는 유방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약제인 <허셉틴>과 <입랜스>에 대해 환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 유방암 환자 최대 관심사 ‘수술’…높은 재발률, 그대로 반영

유방암 환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수술’이었다.

통상적으로 유방암은 수술을 우선한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 1년 동안 온라인에 게시된 글 가운데 4만4,779건이 ‘수술’이라는 단어가 포함됐다.

유방암에서 ‘수술’이 가장 많이 언급된 이유는 높은 조기 발견율과 재발률에 있다. 유방암 검진이 1999년부터 국가암검진사업으로 지정되면서 조기 발견율이 57.7%에 달한다. 대장암 37.7%, 폐암 20.7%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유방암은 치료율이 90%에 이를 정도로 비교적 예후가 좋은 암이지만, 암세포의 성장 속도가 느린 경우가 많아 10년 후에도 재발 또는 전이되는 사례가 많다.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유방암 환자에서도 재발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유방암학회지에 따르면 유방암 재발률은 20~30%다. 재발한 환자의 70.9%는 수술 후 3년 내, 92%는 수술 후 5년 내였다.

유방암 환자들이 ‘수술’을 많이 언급한 이유다.

<10년 전 왼쪽 상피내암으로 절개수술 후 방사선 10회 받으며 5년 동안 약 먹고 10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다시 유방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먼저 수술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작은 크기라도 침윤성이니 1기 이상일 것이고, 방사선을 한 번 했기 때문에 또 방사선은 못하고 전절제를 해야한다는군요>, <이곳에 다시 이렇게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네요. 첫 아이 임신 32주쯤 암 진단 받고 아이는 유도분만으로 출산하고 초유 한 번 물리지 못한 채 선항암 8차, 2010년 8월 수술하고 방사선 했었어요. 그 후 용기 내어 3년 뒤 예쁜 둘째도 낳았지요. 그리고 지난해 8월 딱 10년 되던 차에 암이 재발한 것도 아니고 새롭게 생겼다고 하네요. 이번에도 삼중음성. 또 수술하고 항암치료 할 생각에 눈앞이 깜깜해지더라고요. 십년이나 지나서 또 왜>등 재발과 관련한 글이 다수를 차지했다.

수술과 함께 언급된 키워드는 ‘항암’(3만5,489건)과 ‘병원’(2만3,518건)이었다. 두 키워드 모두 경험담과 부작용 위주의 글이 대부분이었다.

≫ 수용체 발현 따라 치료법 달라지는 유방암…‘검사’ 키워드에 주목

유방암은 암세포의 특성과 수용체 발현 여부에 따라 종류가 다르다. 이에 따라 치료 방법도 달라진다.

이 중 사람 표피성장인자 수용체2(HER2)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발현된 HER2 양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환자의 약 20%에서 나타난다.

재발이 빠르고 생존 기간이 짧아 과거에는 난치성 암으로 분류됐지만, 최근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 퍼제타(퍼투주맙), 캐싸일라(트라스투주맙 엠탄신) 등 표적항암제의 등장 이후 생존율이 크게 개선됐다.

HER2 음성 환자들도 입랜스(성분명 팔보시클립) 등장 이후 버제니오(아베마시클립), 키스칼리(리보시클립) 등이 개발되며 생존율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 삼중음성 유방암은 에스트로겐 수용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HER2 발현이 모두 없어 표적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다. 예후 또한 좋지 않다.

유방암 환자들이 ‘검사’라는 단어를 많이 언급한 배경이다. 표적 검사가 유방암 환자에게 중요한 문제로 인식된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유방암 관련 게시글 중 ‘검사’ 키워드를 포함한 글은 2만2,184건에 달했다.

≫ 유방 절제술 후 ‘미용’ 등 삶의 질에도 관심 多

유방암은 다른 암과 달리 99%가 여성에서 발생하면서 유방이나 난소 제거로 인해 여성성 상실 등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환자들이 유방절제수술 이후의 삶의 질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실제로 6,238건의 ‘유방’ 키워드와 함께 다수 언급된 단어는 보형물 2,909건, 가발 2,745건 등이었다. 미용과 관련해 환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수술하고나서 흉터가 보이는 게 너무 스트레스예요. 수술 흉터 연고 좋다는거 여러 개 써봤지만 이거다 싶은 게 하나도 없네요. 수술 흉터 연고 써본 것 중에 괜찮은 것 있나요?>, <유방암 2기로 전절제 동시복원(보형물) 1년 경과했습니다. 상피내암은 12센티, 침윤은 2.7센티였는데 전절제를 유륜절개로 해서 흉이 많이 안 남았어요. 흉이 적은 것은 좋지만, 전절제는 보통 길게 절개 하는 것 같던데 유륜절개로 한 게 내심 맘에 걸리네요>, <부분절제하고 안에 돼지껍데기 같은 거 넣었다고 했는데 처음에는 안 그러더니 점점 쭈글쭈글해졌어요. 방사선 주치의가 붓기가 빠져서 그렇다던데 안에 보형물을 넣어도 쭈글거리는 게 심한가요?> 등 유방암 수술 후 흉터 또는 절제술 후 사용되는 보형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많았다.

이 외에도 엄마(7,938건), 조직(7,668건), 진료(7,549건), 방사(7,503건) 등의 단어를 포함한 게시글이 환자들의 입에 오르내린 대표 키워드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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