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환자의 목소리’ 현미경 해부 – 유방암 편 ②
2020.5~2021.4 국내 포털 9만 9517건 '암' 버즈량 분석
유방암 치료의 대변혁, ‘치료 가능한 암’으로 바꾼 허셉틴
선별급여 적용해도 여전히 ‘고가’…“퍼제타 쓰게 해주세요”

유방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치료제가 로슈의 ‘허셉틴(트라스트주맙) ’이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창간 29주년을 맞아 국내 대형포털에서 접근 가능한 환자 관련 게시판을 총망라해 지난 1년 간 이 약과 관련한 게시글을 분석하는 특집을 기획했다. 분석에 포함된 게시글은 2020년 5월~2021년 4월까지 99,517개에 이른다. 조사기간 중 허셉틴을 포함한 유방암 관련 게시글은 826건이었다. 본지는 HER2 양성 유방암 대표 치료제인 ‘허셉틴’을 핵심 키워드로 설정하고 이 약과 함께 언급된 단어들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환자들이 허셉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들여다 봤다.

≫ 최초 표적치료제, 유방암 치료 ‘대변혁의 시작’

허셉틴은 유방암에서 혁신적인 치료 효과를 보인 첫 번째 표적치료제이다. 허셉틴의 등장만으로 유방암 치료는 대변혁을 맞는다.

이 약이 등장하기 전까지 유방암은 수술과 세포독성항암제 치료가 전부였다. 기존 치료제의 경우 전신에 작용해 골수 기능 장애나 구토, 탈모 등의 부작용을 피할 수 없었다.

허셉틴은 HER2 단백질 수용체가 과발현된 종양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첫 번째 HER2 양성 유방암 표적치료제로 1998년 미국에서 출시된 이후 표준치료제로 자리잡았다. 국내에서는 2005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고 시판됐다.

허셉틴의 등장으로 재발이 빠르고 생존 기간이 짧아 과거에는 난치성 암으로 분류됐던 HER2 양성 유방암의 생존율도 크게 개선되며 ‘치료가 가능한 암’으로 바뀌었다.

더욱이 표적에만 작용하는 기전의 특성으로 전신 부작용의 문제를 최소화해 새로운 항암치료의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다.

이 약이 등장한 이후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는 로슈의 퍼제타(퍼투주맙), 캐싸일라(트라스투주맙엠탄신)와 노바티스의 타이커브(리피티닙), 아스트라제네카의 린파자(올라파립)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본격적인 시장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처럼 허셉틴은 표적치료제로서 유방암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는데 이는 환자들의 게시글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 1년 동안 허셉틴 관련 게시글 중 ‘표적’이 포함된 글은 540건에 달했다.

<표적항암 허셉틴 쓴다고 하네요. 표적도 3주에 한 번 맞나요? 어디에 몇시간 동안 투여하나요?>, <항암에 비하면 표적치료는 수월해서 방심을 했는지 이번 3차는 근육통도 있고, 손발저림이 있어서 잠을 자다 깨기를 반복하네요>, <허투 음성인데 허셉틴 표적치료를 한다는 댓글을 봤어요. 요즘은 허투 음성도 허셉틴을 쓰나요? 조직검사를 근거로 오더를 내리는데 허투 음성에 허셉틴 처방이 가능한가요?> 등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 퍼제타 병용요법, 비급여 약가에 ‘가로막힌’ 환자들

퍼제타는 전 세계 첫 번째 HDI(HER2 Dimerization Inhibitor, HER2 이합체화 억제제) 단일클론항체 치료제로 허셉틴 단독요법의 단점을 보완화기 위해 개발됐다.

기존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수술 후 관리 단계에서는 허셉틴 단독요법이 사용됐다. 그러나 병리학적 완전관해(pCR), 즉 조직학적으로 암세포가 사라졌으며 또 수술 후 1년 간 허셉틴 치료를 받아도 여전히 15%의 환자들의 경우 재발을 경험했다.

퍼제타는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수술 전 보조요법에서 생존율 향상의 대체 지표로 간주되는 병리학적 완전관해율을 개선했다. 또, 수술 후 보조요법에서도 기존 허셉틴 단독요법 대비 더 뛰어난 재발 위험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지난 2019년 퍼제타는 수술 전 선행항암요법에 허셉틴과 병용요법으로 선별급여가 적용됐다. 이는 최근 표준치료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실제로 퍼제타 키워드를 포함한 게시글만 403건에 달하면서 유방암 환자들의 관심이 수치로 증명됐다.

<퍼제타 가격이 30%로 내려가서 194만6,000원이라는 글을 읽었는데요 수술 후 맞는 가격일까요?>, <퍼제타 효과는 어떤지 궁금해요. tchp 선항암 완전관해 후 표적치료 허셉틴+퍼제타 12회 이후 재발된 분 있을까요. 재발됐다면 표적 끝나고 몇 년만이었을까요>, <후항암 퍼제타는 100% 자부담인가요? 선항암 퍼제타의 관련 글은 많으나 후항암에 대한 글을 많이 못 본듯 해요. 병원에서 선수술 후 표적치료로 허셉틴, 퍼제타 조합을 처방받은 사람들은 자비로 했나요? 아니면 비용부담으로 포기했나요?> 등 효과에 대한 선례와 가격 부담을 호소하는 글이 주를 이뤘다.

특히 퍼제타는 단독요법보다는 허셉틴과의 병용요법에 대한 게시글이 많았는데 여기서 효과 보다는 비용 관련 글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 “허셉틴+퍼제타 병용요법, 선별급여 적용에도 여전히 고가”

현재 허셉틴은 단독요법 사용 시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HER2 양성에 림프절에 전이된 경우, 종양 크기가 1cm를 초과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되며, 사용 횟수는 18회 이내이다.

문제는 퍼제타와의 병용요법이다. 더 나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수술 전 선행요법 외에 현재까지 퍼제타가 건강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길은 없다.

이 같은 상황을 방증하듯 지난 1년 동안 허셉틴 관련 ‘보험’ 게시글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95건의 게시글 중 대부분은 허셉틴+퍼제타 병용요법을 좀 더 저렴하게 받기 위해 신포괄수가제로 운영되는 의료기관을 문의하는 글이었다.

<혹시 xx병원에서 수술 후 허셉틴, 퍼제타 표적치료를 받으셨던 분 계신가요? xx은 보험처리 안되는 걸로 아는데 포괄수가 전원을 안하면 비용이 얼마나 나왔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수술 후 표적치료 하신 분들 계신가요? 퍼제타, 허셉틴을 xx병원에서 맞을 예정인데 수술 후 항암은 보험처리가 안되서 1회당 300만 원 넘게 내야 하는 걸로 아는데. 혹시 전원해 입원해서 보험 적용받아 치료했던 분들 계실까요? 불이익이 있으려나요?>, <혹시 전원해서 신포괄수가제 병원(일산병원, 동국대일산병원)에서 표적치료 받은 분 계실까요?> 등 항암치료 과정에서 겪게되는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환자들의 고민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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