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셉틴(트라스트주맙)이 HER2 양성 유방암 표준 치료제로 자리매김하며 유방암 치료의 대변혁을 이끌었다면, 화이자의 CDK4/6 억제제 ‘입랜스(팔시보클립)’는 호르몬 수용체(HR) 양성, 사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의 표준치료제로 자리 잡았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창간 29주년을 맞아 국내 대형포털에서 접근 가능한 환자 관련 게시판을 총망라해 지난 1년 간 ‘입랜스’와 관련한 게시글을 분석하는 특집을 기획했다. 분석에 포함된 게시글은 2020년 5월~2021년 4월까지 99,517개에 이른다. 조사 기간 중 ‘입랜스’를 포함한 유방암 관련 게시글은 326건이었다. 본지는 HR+/HER2- 진행성·전이성 유방암의 새 패러다임을 몰고온 ‘입랜스’를 핵심 키워드로 설정하고 이 약과 함께 언급된 단어들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환자들이 입랜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들여다 봤다.

≫ ‘복약편의성’ 높인 입랜스, 투약 후 ‘경험담’에 관심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계속되는 재발 때문에 오랫동안 항암화학요법을 받아왔고, 이에 따른 누적 독성과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10여 년간 1차 치료제로서 아로마타제 억제제(Aromatase inhibitor, AI)나 항암화학요법 외에 새로운 치료제의 진전은 없었다.

2015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입랜스 허가는 HR+/HER2- 진행성·전이성 유방암 치료의 새 패러다임을 몰고 왔다. 기존 호르몬 치료뿐이던 옵션에 표적치료제가 더해지며 획기적인 무진행생존기간(PFS) 개선을 이룬 것이다.

첫 번째 CDK4/6 억제제인 입랜스는 2016년 국내에 도입됐으며, 2017년 11월에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무엇보다 1일 1회 복용이라는 편의성도 갖춘데다 경쟁 약물이 없어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이 제제는 ▲폐경 후 여성에서 일차 내분비 요법으로서 아로마타제 억제제와 병용 ▲내분비요법 후 질환이 진행된 여성에서 풀베스트란트와 병용 적응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입랜스의 독점은 오래 가지 못 했다. 2019년 같은 기전인 노바티스의 키스칼리(리보시클립)와 릴리의 버제니오(아베마시크립)가 잇따라 국내에서 허가받으면서 본격적인 시장 경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처럼 CDK4/6 억제제 시장이 3파전으로 나뉘었지만 아직까지는 입랜스가 우세한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환자들은 입랜스의 ‘복용’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입랜스가 포함된 유방암 관련 게시글 326건 중 170건이 ‘복용’과 관련된 글이었다.

<입랜스 8차 끝나고 다음주부터 9차 들어가는데 요즘 입랜스 복용 후 두 세시간 지나면 따끔따끔하네요. 입랜스 드시는 분들 어떤가요? 무슨 반응인지 궁금해요>, <입랜스 복용 중인데 구내염 때문에 입이 써요. 초콜릿 조금 먹어도 되겠죠?>, <입랜스 복용하면 열도 동반하나요? 자세히 알려줄 분 계신가요?> 등 입랜스 복용 후 경험담에 대한 문의 글이 상당수 보였다.

≫ 부작용 알려면 ‘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CDK4/6 억제제의 주요 부작용 중 하나는 ‘호중구 감소증’이다. 약을 복용하는 환자 입장에서는 부작용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주요 포털사이트 입랜스 연관검색어에 ‘호중구 감소증’은 없었다. 흥미로운 점은 해당 부작용이 ‘버제니오’, ‘키스칼리’, ‘젤로다’, ‘페마라’ 등 경쟁 치료제에서만 나타났다는 점이다.

반면, 빅데이터 분석 결과는 달랐다. 입랜스 관련 게시글 중 호중구 감소증을 언급한 글은 56건이었다. 환자들이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이상반응을 알아보는 것보다 카페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엄마가 입랜스를 드시고 있는데 호중구가 자꾸 떨어집니다. 혹시 단백질 쉐이크가 도움이 될까 싶어서 알아보고 있습니다. 드셨던 것 중 좋았던 것 있으면 추천 좀 해주세요.>, <현재 4기 진단 후 선항암으로 입랜스+파누엘 총 24회 목표로 시작해 1차 휴지기 중입니다. 아무래도 표적치료제다 보니 부작용도 거의 없고 일상적인 생활도 가능은 합니다. 호중구 수치의 부담감은 있어요>, <혹시 호중구가 많이 떨어지셨나요? 입랜스+페마라 복용하고 4차까지 호중구가 2,000 초반까지 잘 유지하고 있었는데, 4차 시작하면서 미슬토 주사도 같이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5차 입랜스 받으러 갈 때 1,370으로 뚝 떨어지더니 6차 입랜스 때는 980으로 입랜스 거절당했습니다. 교수님이 용량 낮출 수도 있다고 일주일 잘 회복하라 하네요>, <입랜스 복용 중인데요 혹시 호중구 수치가 어느정도부터 백혈구촉진제 맞으시나요?> 등 호중구 수치에 좋은 음식이나 증가하는 방법을 문의하는 글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 반복되는 치료, 버텨내는 환자들…‘작은 정보도 소중하다’

입랜스는 폐경한 유방암 환자들에게만 사용 가능하다. 때문에 이 제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난소 절제술이 선행돼야 한다. 50대 이하 폐경하기 전 여성들에게 사용할 수 없는 이유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입랜스와 관련해 ‘난소’에 대한 언급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해당 키워드를 포함한 게시글은 39건이었다.

<5월 초에 유방암 진단받고 중순에 4기 확정됐습니다. 지금은 난소절제수술 대기 중이고 2, 3주 후에 입랜스로 첫 치료 들어갑니다>, <30대인데 호르몬 양성 허투음성 간전이 환자입니다. 다음주 난소제거수술하고 입랜스+페마라 시작하기로 했어요>, <호르몬 양성 유방암 전이면 자궁 난소 적출하고 입랜스 먹는거 같던데 입랜스도 그러는 건가요? 부작용은 있나요?> 등 난소절제수술 이후 입랜스 사용을 앞둔 환자들의 정보 공유를 원하는 글이 대다수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