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프로모션 재미 본 다국적사…믿고 쓰는 국내사 영업망
프롤리아, 개원가 처방 비중 '급등'…국내사 ‘맞손’ 주효
종근당에 개원가 맡긴 올루미언트, 아토피약으로 확대하나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다국적제약사가 대형 신약의 개원가 영업을 국내 제약사에 맡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만성질환 치료제 등의 국내 판매를 온전히 맡기던 그간의 사례와는 다른 양상이다.

이는 최근 다국적제약사가 개원가 처방을 이끌어 낼만한 신약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경향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신약의 개원가 처방을 이끌기 위해 다국적제약사가 선택한 것은 국내 제약사의 영업망 활용이다.

특히 종근당이 대형 신약의 개원가 영업만 맡는 코프로모션 형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익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찍혀 있지만, 여타 국내 제약사의 진입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 프롤리아, 개원가 처방 비중 큰 폭 확대…종근당 코프로모션 주효

대표적인 사례는 암젠의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성분명 데노수맙)다.

프롤리아는 아이큐비아 기준, 올해 1분기 19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144억 원 대비 38% 성장한 규모다. 2019년 1분기 매출액이 49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만에 300% 이상 늘어난 것.

프롤리아 매출 확대의 결정적 변곡점은 급여기준이 2차 치료제에서 1차 치료제까지 확대된 2019년 4월이다.

이 약은 골을 파괴하는 데 영향을 주는 RANKL 단백질을 타깃으로 개발된 골다공증 치료제다.

프롤리아는 척추, 고관절, 비척추 부위의 폐경 후 여성 골절 발생률을 위약 대비 각각 68%, 40%, 20% 감소시키는 FREEDOM 임상 결과를 기반으로 허가를 획득했다.

10년 장기 추적 연구인 FREEDOM Extension에서도 프롤리아는 척추와 비척추 골절 발생률을 2% 미만으로 유지하는 결과지를 얻어냈다.

하지만 2017년 프롤리아가 처음 급여권에 진입한 기준은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를 1년 이상 투여한 뒤에도 골절이 발생했거나 골밀도 검사에서 T-score가 이전보다 감소한 경우였다. 다시 말해 2차 치료제로 사용할 경우에만 급여가 적용됐던 것이다. 골절 예방에 효과가 있는 약제임에도 골절 이후에야 급여가 적용되는 상황이었던 것.

정부는 2019년 4월 이 약의 급여기준을 1차 치료제로 확대했다. 현재 프롤리아는 T-score가 –2.5보다 낮은 경우 골절이 없더라도 급여로 처방할 수 있다.

급여기준 확대 이후 프롤리아의 매출은 급성장했다. 특히 개원가 처방 비중이 큰 폭으로 올랐다.

2019년 40%대였던 개원가 처방 비중은 2020년에는 50%, 최근에는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매출 성장 확대 속도보다 개원가 처방량 증가가 더 빠른 모습이다.

여기에는 종근당의 역할이 컸다. 암젠은 지난 2017년 프롤리아의 개원가 영업·마케팅을 종근당에 맡기는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암젠코리아 General Medicine BU의 김상윤 상무는 “종근당이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영업력과 시장 내 입지를 토대로 의원급에서 많은 골다공증 환자들 및 의료진에게 질환에 대한 최신 지견과 치료 혜택을 전달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골다공증 환자와 의료진을 위해 긴밀히 협업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릴리 JAK 억제제 올루미언트, 아토피 적응증 개원가 영업도 종근당에게?

일라이 릴리의 현재 주력으로 볼 수 있는 신약은 JAK 억제제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 CGRP 항체 앰겔러티(성분명 갈카네주맙), CDK4/6 억제제 버제니오(성분명 아베마시클립), 인터루킨 억제제 탈츠(성분명 익세키주맙) 등 4가지로 볼 수 있다.

이들 약제 모두 아직 매출 규모가 크지 않지만, 성장 가능성이 유망한 제품들이다.

HER2 음성 유방암 치료제인 버제니오와 판상건선, 건선성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치료제인 탈츠는 현재 국내 제약사와의 코프로모션 없이 한국릴리가 직접 판매, 마케팅을 맡고 있다.

두 제품은 대부분 종합병원급 이상에서 처방이 이뤄지기 때문에 자체 영업망으로만 운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편두통 치료제인 앰겔러티는 올해 초 개원가뿐만 아니라 종합병원까지 SK케미칼과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했다.

SK케미칼은 뇌전증 등 신경계 약물을 보유하며 이 분야 영업망에 강점이 있는 회사다. 기존 신경계 약물이 없던 릴리가 국내 판매를 전적으로 SK케미칼에 맡긴 배경이다.

반면 경구용 류마티스 치료제로 주로 쓰이는 올루미언트는 2019년 출시부터 종근당과 코프로모션 계약을 맺고 개원가 영업을 넘겼다. 류마티스 역시 대형병원에서 주로 처방되는 질환이임에도 빠르게 국내 제약사와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한 것.

이는 JAK 억제제의 적응증 확대와 관련이 있다. JAK 억제제는 건선성 관절염, 궤양성 대장염, 아토피 피부염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올루미언트는 아토피 피부염 적응증을 작년 유럽에 이어 지난 5월 국내 허가까지 획득했다.

기존 중증 아토피 치료제로 쓰이는 사노피-아벤티스의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의 경우 주사제이기 때문에 경구제인 올루미언트의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아직 아토피 피부염 적응증으로 쓰이는 올루미언트의 국내 판매, 마케팅 코프로모션 회사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종근당이 유력해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외국계 제약기업의 국내 시장 영업 포커스는 병원급 이상에 맞춰져 있다. 개원가까지 영업망이 갖춰져 있는 한국지사는 손에 꼽힌다”며 “최근 개원가 처방을 기대할 수 있는 신약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코프로모션을 통해 국내 제약사의 영업망으로 처방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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