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사, AZ 백신과 비교임상…WHO 긴급사용승인은 ‘의문’
토종 백신, 국제 가이드라인 변화 없으면 ‘국내용’ 불가피할수도
사측 “접종률 증가 및 위약군 윤리 문제…인정될 가능성도 크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토종 코로나19 백신의 글로벌 상용화를 두고 의문 부호가 따라 붙고 있다. 국내 백신이 위약군 임상이 아닌 비교 임상만으로 개발을 진행하는 만큼 해외에서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토종 백신이 국내용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 백신 후보물질 ‘GBP510’의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을 승인 받았다. 국내 백신 개발 업체 처음으로 임상 3상에 돌입하게 된 이 회사는 GBP510을 내년 상반기 상용화 하겠다는 계획이다.

임상 3상은 우리나라, 동남아시아, 동유럽의 18세 이상 3,990명(GBP510 3,000명/아스트라제네카 990명)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GBP510의 예방·효능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GBP510은 국제민간기구인 빌&멜린다게이츠재단과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으로부터 최대 2억 1,370만 달러에 달하는 지원금을 받았다.

이번 임상 3상에는 이 중 약 1억 7,300만 달러가 투입되는데 임상 인허가, 상업 생산 공정 개발, 원자재 도입, 변이주에 대비한 추가 연구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또 GBP510이 CEPI의 Wave2(차세대 코로나19 백신) 프로젝트로 선정되며 지원을 받은 만큼 상용화에 성공하면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상당 물량을 저개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 개발 성공 시 이 같은 기대감이 현실화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일단 외부 상황은 나쁘지 않다. CEPI 지원을 받은 코로나19 백신 13종 중 개발이 완료된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와 모더나 2종 뿐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혈전 논란으로 전 연령층 사용이 제한됐고, 모더나는 개발 지원금 액수가 100만 달러에 불과해 CEPI가 물량 공급을 압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때문에 GBP510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코백스 퍼실리티의 전 세계 공급 물량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 GBP510이 2∼8도의 냉장 조건에서 장기보관과 유통이 가능한 만큼 저개발국 백신 접근성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는 CEPI 목표에도 부합한다는 평가다.

다만 위약군 임상이 아닌 비교 임상이라는 게 변수다.

현재 각국의 규제기관이나 WHO(세계보건기구) 등에서 승인(긴급사용승인) 된 백신은 모두 위약군 임상이다. 우리나라는 토종 백신 개발 지원 차원에서 비교 임상 결과로 허가·심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국제적 가이드라인은 아직 없다.

즉 GBP510이 비교 임상을 토대로 우리나라에서 허가를 받더라도 CEPI를 비롯한 해외 시장에 물량을 공급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저개발국에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WHO의 긴급사용승인 여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현재로선 WHO가 비교 임상 데이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비교 임상의 특수성은 인정하면서도 개발 성공 시 해외 시장 물량 공급에 대해서는 낙관하는 모습이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있어 위약군 임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데다 위약군 임상의 경우 한 쪽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에 간접적으로 노출되는 만큼 비윤리적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비교 임상에 대한 인식이 결국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WHO, CEPI, EMA 등에서 비교 임상을 통한 데이터 확보가 좀 더 현실적이고 정확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고, 현재 이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효성과 안전성만 명확히 입증된다면 향후 글로벌 시장에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WHO 긴급사용승인과 관련해서는 “임상 3상 과정에서 충분히 해소될 수 있는 사안이라는 판단 하에 백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며 “CEPI와도 충분한 논의를 거친 만큼 상용화 이후 코백스를 통한 해외 물량 공급에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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