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쥬마 일본 약가, 오리지널 대비 30% 낮아…국내는 19.9%
“해외시장 노리는 국산 바이오시밀러, 국내 환자는 외면”
바이오시밀러 경쟁력 갉아먹는 韓 약가제도, 손질 ‘시급’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일본에서 해당 성분 시장의 처방 점유율이 50%를 넘어섰다. 매출 규모에서는 아직 오리지널에 미치지 못하지만, 더 많은 처방을 끌어낸 것이다.

세계적인 업체가 둘이나 있지만,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국내 상황과 대조적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메디코파마뉴스>는 해외와는 딴판인 국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대한 원인을 약가에서 찾았다.

취재 결과, 해당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일본 내 약가는 오리지널의 68~70%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국내에서 바이오시밀러의 가격은 오리지널의 80%를 상회한다. 바이오시밀러의 존재 이유가 낮은 약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에선 시장성이 떨어지는 상황인 것.

≫ 오리지널 대비 30% 낮은 일본 바이오시밀러 약가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따르면 이 회사의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성분명 트라스투주맙)는 아이큐비아 기준으로 지난 6월 일본 시장점유율이 51%에 달했다.

이 약은 로슈의 블록버스터 항암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로 지난 2018년 일본 허가를 획득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측은 일본 내 점유율이 확대된 데 대해 日 정부의 바이오시밀러 사용 확대 정책과 현지 파트너사인 니폰 카야쿠의 마케팅 활동 강화, 의약품 공급의 안전성, 제품 신뢰성 등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며 이 이유만으로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의 처방량을 넘어서는 것이 가능할까. 결정적 원인은 약가에 있었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일본 내 트라스투주맙 시장의 1분기 아이큐비아 자료를 들여다 봤다.

이 자료에 따르면 로슈의 허셉틴은 올해 1분기 2,747만 달러(한화 약 32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셀트리온의 현지 파트너사인 니폰 카야쿠가 올린 허쥬마 판매고는 1,532만 달러(180억 원)였다. 여기에 셀트리온의 이름으로 집계된 허쥬마 매출도 178만 달러(21억 원)에 달했다.

이 때 처방량은 허셉틴이 11만6,471건(표준단위 기준), 니폰 카야쿠의 허쥬마 9만5,996건, 셀트리온의 허쥬마가 1만808건으로 집계됐다.

처방량을 매출액으로 나눠보면 허셉틴의 건당 가격 평균은 234.9 달러, 니폰 카야쿠의 허쥬마는 158.6 달러, 셀트리온의 허쥬마는 163.3 달러가 된다.

결국 허쥬마가 단순 계산으로도 일본에서 오리지널인 허셉틴 대비 30.5~32.5% 싸게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 추정 가능하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본과 한국은 의료비 책정 시스템이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지난 4월 일본 정부의 약가조정으로 허쥬마의 약가가 오리지널 대비 30%가량 저렴한 수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해석하자면 일본에서 약가조정이 이뤄지면서 허쥬마와 허셉틴 간 약가 격차가 커졌다는 것.

하지만 실제로 약가조정이 이뤄지기 전인 2020년 일본 아이큐비아 자료를 보면 허쥬마의 약가는 허셉틴 보다 30.0~32.1% 싼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격차가 커지긴 했지만, 그 차이가 0.4%로 의미가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일본에서 허쥬마의 가격은 애초에 오리지널 대비 30% 낮은 수준이었다는 얘기다.

≫ 국내 바이오시밀러 약가, 오리지널 대비 19.9%…의료계 “30%는 저렴해야”

국내 상황은 어떨까. 우리나라 시장에서 보험상한가 기준으로 허쥬마의 약가(150mg기준 29만175원)는 허셉틴(36만2,340원) 대비 19.9% 싸다.

국내 아이큐비아 기준으로 1분기 오리지널 허셉틴의 매출액은 163억 원,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의 매출액은 62억 원 수준이다. 허쥬마의 국내 허가가 일본의 2018년보다 4년이나 빨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적이 저조하다고 볼 수 있다.

2018년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의료진(종합병원 이상에서 근무하는 전문의 725명) 설문조사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의 약가가 오리지널 대비 30% 이상 저렴할 때 처방을 고려하겠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10% 낮을 때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고려하겠다는 응답이 15%, 20% 낮을 때는 30%의 응답자가 처방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바이오시밀러 약가가 오리지널 대비 30% 낮으면 70%의 전문의가 바이오시밀러를 처방하겠다고 대답했다.

이 결과로 살폈을 때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대비 30%는 저렴해야 의료진의 처방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의 처방 경험과 축적한 데이터를 이길 수 없는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격 장점이 최소 30% 이상은 돼야 한다는 분석인 것.

≫ 韓, ‘무늬만’ 바이오시밀러…“제도적 약가 인하 시급”

국내에서 오리지널 대비 약가가 19.9% 낮은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의 가격은 그나마 저렴한 편에 속한다.

오리지널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 100mg 기준 37만3,788원)의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35만2,787원)의 경우는 5.6% 인하된 가격에 팔리고 있다.

셀트리온의 또 다른 바이오시밀러인 트룩시마(오리지널 맙테라)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에톨로체(오리지널 엔브렐) 역시 오리지널 약가 대비 10%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 바이오시밀러 약가 제도에 기인한다.

우리나라에서 바이오시밀러가 국민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고 출시되면 오리지널과 바이오시밀러 모두 기존 오리지널 가격의 70%로 인하된다. 이 때 바이오시밀러 업체가 조건을 갖췄다면 80%까지 가산을 받을 수 있다. 오리지널 역시 가산된 보험상한가가 적용된다. 결국 오리지널과 바이오시밀러가 받을 수 있는 보험상한가가 같아지는 셈이다.

물론 바이오시밀러 업체 측은 가격을 낮게 책정할 수 있다. 정해진 약가가 아닌 보험상한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업체가 약가를 보험상한가보다 큰 폭으로 낮추는 경우는 드물다. 국내 제도상 약가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만큼 바이오시밀러 업체 입장에서는 해외시장 진출 시 현지 협상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환자단체 관계자는 “업체들의 시선이 해외에 집중된 사이 정작 국내 환자들은 바이오시밀러의 약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적으로 바이오시밀러 약가를 오리지널 대비 조정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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