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치료제 시장, 경쟁제품 진입 후 ‘급변’…아토피약 ‘평행이론’ 주목
트랄로키누맙, 3Q 美 허가 예상…레브리키주맙·네몰리주맙도 ‘초읽기’
아토피약 시장, 후발약제 급여 전략에 ‘쏠린 눈’…약가인하 재현하나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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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루킨(IL)을 타깃하는 치료제의 활용 폭이 넓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토피약 시장에서도 판상건선 치료제 시장처럼 경쟁구도 형성에 따른 약가인하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IL은 백혈구에서 생성되는 면역신호 단백질이다. 이를 표적해 활동을 억제하는 기전은 과거 난치로 불리던 면역질환의 치료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중증 판상건선과 아토피피부염이다.

얀센의 스텔라라(성분명 우스테키누맙, IL-12·23)가 2009년 미국식품의약국(FDA)에 허가된 이후 글로벌제약사들은 인터루킨 억제제를 개발하며 중증 판상건선 시장 개척을 모색했다.

2015년부터는 2세대 인터루킨 억제제 계열의 중증 판상건선 치료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노바티스의 코센틱스(성분명 세쿠키누맙, IL-17)가 스타트를 끊은 이후 2016년 릴리의 탈츠(성분명 익세키주맙, IL-17), 2017년 얀센의 트렘피어(성분명 구셀쿠맙, IL-23), 2018년 애브비의 스카이리치(성분명 리산키주맙, IL-23)가 잇따라 FDA의 시판허가를 획득했다.

대형 제약사들이 유사 기전으로 같은 시장에 뛰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글로벌 판상건선 시장 경쟁은 치열해진 모습이다.

≫ 국내 중증 판상건선 시장, 탈츠 이후 약가 크게 ‘하락’

국내 시장에도 이들 인터루킨 억제제 계열의 중증 판상건선 치료제들이 모두 진입해 있다. 2017년 6월 중증 판상건선이 산정특례 대상에 포함되면서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된 것.

2015년 국내 허가된 코센틱스는 2017년 8월 2세대 인터루킨 억제제 가운데 처음으로 국민건강보험 급여권에 진입했다.

당시 건강보험 적용 약가는 150mg에 68만5,000원. 코센틱스는 300mg을 0·1·2·3·4주 투약 후 4주 간격으로 투여한다. 첫 해 52주 투약까지 포함해 계산하면 17회로 1년 약가는 2,329만 원이 된다. 여기서 산정특례(환자부담률 10%)를 적용하면 환자 본인부담금은 232만9,000원이다.

코센틱스는 급여권에 들어온 후 1년간 독주했다. 2세대 치료제 가운데 유일하게 급여가 가능한 약이었기 때문이다.

이 독주는 탈츠가 2018년 8월, 급여권에 진입하면서 깨졌다. 탈츠의 약가는 80mg에 83만1,860원.

0주에 160mg을 투약한 뒤 2주 간격으로 12주까지, 이후 4주 간격으로 투약하는 탈츠의 1년(52주 투약 포함) 약가는 1,497만3,480원이다. 환자부담금은 149만7,350원. 코센틱스에 비해 1,000만 원가량 낮아졌다. 후발주자로서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탈츠 이후 2018년 9월 급여권에 진입한 트렘피어의 초기 투약비용을 포함한 1년 약가는 1,330만9760원, 2020년 6월 진입한 스카이리치는 1,497만3,480원이다.

이는 탈츠 이후 급여권에 진입한 제품이 탈츠의 초기 투약비용을 제외한 1년치 약가(1081만4,180원)에 맞춘 결과다. 12주 간격인 스카이리치의 경우 52주를 12주로 나눈 4.333을 1회 투약비용에 곱하는 방식이다.

대체의약품 대비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보험 약가를 높게 받을 수 없는 현행 제도 아래 탈츠 이후의 2세대 인터루킨 억제제의 가격이 대폭 낮아졌다고 볼 수 있는 것.

올해 ‘사용량-약가 연동제’ 적용에 의해 코센틱스, 탈츠, 트렘피어의 약가가 소폭 떨어지는 조정이 있었지만 여전히 신약들의 약가는 코센틱스 대비 낮은 상황이다.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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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듀피젠트, 중증 아토피약 시장 ‘독주’…건선약 약가인하 재현될까

중증 아토피 피부염 분야에서 사용되는 인터루킨 억제제는 사노피-아벤티스의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 IL-4·13)가 유일하다. 대체제가 없는 독점 제품이다.

듀피젠트는 0주차에 600mg 이후 2주 간격으로 300mg씩 투여한다. 300mg 건강보험 적용 약가는 71만 원. 52주차 투여 포함 약가는 1,988만 원이다. 초기 투약비용을 제외한 1년치 약가는 1,846만 원이다.

탈츠 이후 2세대 판상건선 치료제들과 비교해 초기비용 포함 시 500~650만 원가량 약가가 높고 초기비용을 제외하면 800만 원 차이를 보인다.

중증 아토피 시장에서도 경쟁제품이 들어온다면 판상건선과 같은 약가인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후보군도 충분하다.

현재 레오파마의 트랄로키누맙(상품명 애드트랄자, IL-13)이 가장 먼저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약은 지난 6월 유럽(EU) 집행위원회로부터 허가를 획득했다. FDA 허가도 올해 3분기 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허가를 거치면 국내에서도 속도를 낼 수 있다. 트랄로키누맙은 임상 3상의 일부인 ECZTRA-2 연구에 한국 환자를 포함시킨 만큼 별도의 가교임상 없이도 국내 허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획득한 이 임상에 참여한 전체 780명 가운데 78명이 국내 환자였다.

≫ 레브리키주맙·네몰리주맙 ‘맹추격’…후발주자 약가 책정이 ‘관건’

릴리가 2020년 인수한 더미라의 레브리키주맙(IL-13) 역시 글로벌 임상 3상을 마치고 지난 16일(현지시간) 탑라인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2개의 임상 3상에서 레브리키주맙은 1차 및 2차 평가변수를 모두 충족했다. 전체 결과는 내년에 공개되지만, FDA에서는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만큼 빠른 허가가 예상된다.

레브리키주맙 역시 국내 임상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임상에 참여한 전체 400명 중 한국인은 55명이었다.

갈더마의 네몰리주맙(IL-31)도 허가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갈더마는 네몰리주맙의 글로벌 임상을 2019년부터 시작해 2022년 상반기 종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총 750명이 참여한 이 임상에 한국인은 70명이 참여할 예정으로 현재 모집 중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이들 치료제가 시장에 나왔을 때 약가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느냐다. 시장에 먼저 나온 듀피젠트에 비해 적응증 범위나 장기 처방 데이터, 의료진 경험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약가를 대폭 낮출 가능성도 있다.

현재 중등도 이상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로 잇따라 글로벌 허가를 획득하고 있는 경구형 JAK 억제제의 존재도 변수다.

국내에서도 릴리의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가 아토피 적응증을 확보했고 애브비의 린버크(성분명 우파다시티닙)도 적응증 허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치료제의 경우 류마티스관절염 적응증에서 연간 약가가 800만 원 수준이다. 아토피 적응증이 급여권에 진입할 경우 약가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출시될 인터루킨 계열의 중증 아토피 치료제의 경쟁제품은 듀피젠트 뿐 아니라 JAK 억제제들이 될 수 있다.

국내 건선 치료제 업계 관계자는 “건선 시장에서 생물학적 제제(인터루킨 억제제)간 경쟁이 치열하다. 환자지원 프로그램 등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며 “후발약제들이 약가를 낮춰 빠르게 급여권에 진입했다. 아토피 시장에서도 다양한 제품이 출시된다면 급여 전략 가운데 약가인하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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