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쎈트릭이 ‘쏘아올린’ 새 치료 패러다임…대세된 면역항암제 ‘주목’
키트루다·렌비마, 캄렐리주맙·리보세라닙, 임핀지·트레멜리무맙 관심
앞서가는 티쎈트릭·아바스틴, 1차 치료 후 ‘후속치료제’확보 임상 돌입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은 간세포암 치료의 변곡점이 됐다. 그간 많은 표적치료제 후보물질이 연거푸 실패한 기존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 대비 우월성 입증을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이뤄냈기 때문이다.

이제 간세포암 치료제 개발은 더 많은 면역항암제 옵션을 만들기 위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안에 탑라인을 발표할만한 임상 3상 연구들이 줄지어 있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 이후 2차 라인에서 사용 가능한 약제 마련을 위한 임상도 시작됐다. 오랜 기간 정체됐던 간세포암 치료 옵션의 다양화가 가시권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유럽종양학회(ESMO) 아시아회의에서는 간세포암 1차 라인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넥사바 대비 효능·안전성을 알아본 IMBRAVE 150 임상 결과가 발표됐다.

이 발표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넥사바 대비 간세포암 환자의 사망 위험을 42% 낮췄으며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 역시 41% 떨어트리는 결과(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 6.8개월 vs 4.3개월)를 공개했다.

객관적 반응률(ORR) 또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35.4%, 넥사바가 13.9%로 확연한 차이를 보이자 글로벌 학계와 제약계의 시선이 쏠렸다.

이 결과만으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에서 허가를 획득했으며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 세포암 환자의 전신치료에 최우선으로 권고하는 약제가 됐다.

올해 1월에 공개된 IMBRAVE 150 업데이트 데이터에서는 19.2개월의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이 공개됐다. 넥사바군의 13.4개월 대비 5.8개월 연장된 결과다.

이제 면역항암제가 간세포암 치료의 대세가 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치료 옵션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최근 마무리 단계에 돌입한 연구 결과에 기대가 커지는 배경이다.

≫ 임상환자 모집 마친 키트루다·렌비마 병용요법 임상 3상 leap-002

현재 가장 빠른 면역항암제 치료 옵션 후보군은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기존 표적항암제인 렌비마(성분명 렌바티닙)의 병용요법이다.

leap-002로 불리는 이 임상은 간세포암 1차 라인에서 키트루다·렌비마 병용요법과 렌비마 단독요법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다기관, 무작위, 2중 맹검 연구로 진행됐다.

지난 2018년 말 시작된 이 임상은 2022년 5월 종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750명의 환자가 참여 중이며 여기에는 국내 환자도 25명이 포함돼 있다.

1차 평가변수는 무진행생존기간과 전체생존기간이며 2차 평가변수로 객관적 반응률 등 14가지 지표를 살핀다.

앞서 키트루다·렌비마 병용요법은 1b상에서 간세포암 환자의 객관적 반응률 36%, 반응지속기간 중앙값 12.6개월을 확인한 바 있다.

MSD와 에자이는 이 결과를 기반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신속승인(Accelerated approval)을 신청했지만, 지난해 7월 거절됐다. 이 결과만으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에 비해 의미있는 데이터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그사이 leap-002 임상은 환자 모집을 마쳤다. 해외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올해 안에 탑라인 발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 항서제약 면역+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CTLA-4 억제제 임상결과 도출 ‘초읽기’

중국 제약사인 항서제약의 임상연구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항서제약은 캄렐리주맙·리보세라닙(아파티닙) 병용요법을 이용해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무작위 오픈라벨 시험인 이 임상은 항서제약이 PD-1 면역항암제로 개발한 캄렐리주맙과 국내 제약사인 에이치엘비가 중국 외 글로벌 판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VEGFR 억제제 리보세라닙을 병용해 넥사바 단독요법과 1차 라인에서 비교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19년 6월 시작된 이 임상연구는 올해 12월 1차 완료 후 내년 6월 연구 종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510명의 환자가 참여할 예정이며 국내에서도 이 임상에 40명이 포함됐다.

다만 미국 국립보건원이 운영하는 임상시험등록 사이트 클리니칼트라이얼에는 이 임상의 시행기관이 중국 내 37곳만 공개돼 있다.(https://clinicaltrials.gov/ct2/show/NCT03764293?cond=NCT03764293&draw=2&rank=1)

올해 ASCO에서는 캄렐리주맙·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의 중국 내 2상 임상연구인 RESCUE 연구 결과가 공개되기도 했다.

중국 내 25개 센터에서 비무작위, 공개라벨로 진행된 이 임상에서 1차 라인에 캄렐리주맙·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을 사용한 집단을 평균 19.8개월 추적 관찰한 결과 생존율은 41.4%, 전체생존기간은 20.1개월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면역항암제와 또 다른 면역항암제 기전의 CTLA-4 억제제를 병용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와 트레멜리무맙을 병용해 넥사바군과 비교하는 오픈라벨 임상 3상인 HIMALAYA 연구는 2017년 10월 시작해 내년 4월 종료를 목표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글로벌 참여 환자는 1504명이며 국내 임상승인 정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환자도 여기에 138명이 포함돼 있다. HIMALAYA 임상의 탑라인 결과 역시 올해 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와 여보이(성분명 이필리무맙)를 병용하는 임상 3상인 CheckMate-9DW는 2023년 9월 종료를 목표로 2019년 9월부터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650명의 환자가 참여하는 이 임상에는 국내 환자 65명이 포함돼 있다.

≫ 앞서가는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후속치료제 임상 ‘돌입’

경쟁제품들이 허가 관문을 향해 달리는 사이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후속치료제 연구에 들어갔다.

넥사바와 렌비마의 경우 후속치료제로 스티바가(성분명 레고라페닙), 카보메틱스 등 후속 약물이 있는 반면, 현재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치료 이후 사용 가능한 치료제가 없는 상태다.

이에 국내 의료계에서도 의료진 재량에 따른 후속약물 사용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로슈가 IMbrave 251 임상의 시작을 알렸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으로 1차 치료를 받은 환자의 후속약물로 티쎈트릭·렌비마 병용요법과 렌비마 단독요법에 대한 연구에 들어간 것.

이 임상은 지난 4월 시작해 2024년 9월 종료를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글로벌 임상 참여 환자는 554명이며 여기에는 국내 환자 30명도 포함됐다.

이 임상이 성공한다면 경쟁제품의 시장 진입은 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최근 국제학술지인 ‘표적종양학(Targeted Oncology)’ 온라인에서 간세포암 관련 강의를 진행한 리처드 김 미국 모핏암센터 박사는 “간세포암에서 우리는 먼 길을 왔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 3상 결과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며 “결과가 긍정적이라면 환자에게 사용 가능한 더 많은 치료 옵션을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개월에 달하는 전체생존기간을 보여준 IMBRAVE 150 임상 연구는 간세포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며 “이제는 간세포암 치료에서 다학제적 접근(종양전문의의 참여)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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