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코파마뉴스> 올해 국정감사, 의약품 정책 이슈 분석
고가 신약 접근성 향상, 사회적 합의점 도출에 ‘쏠리는 눈’
끊이지 않는 의약품 불법유통, 현실적 ‘근절 대책’ 나올까
정부-제약사 콜린 소송전…재평가 따른 환수 책임론 불거지나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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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국정감사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국회와 피감기관들은 국감 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이어 올해도 여러 위원회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등 코로나19 사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기관이 속해 있는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그 비중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년째 국감 이슈가 코로나19 사태에 편중되면서 산적한 현안에 대한 논의가 뒷전으로 밀린다는 지적이다. 이 가운데 의약품 이슈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이 깊어 오히려 현안은 논의에서 빠져버릴 수 있다.

실제로 이달 초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2021 국정감사 이슈분석’의 보건복지위원회 정책자료에 제시된 52개 이슈 가운데 의약품 정책에 관련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중 ‘선별급여 관련 평가업무 담당기관의 법정화’ 정도가 의약품 정책 관련으로 볼 수 있지만, 이마저도 신의료기술 중심으로 다뤄졌다.

그렇다면 올해 국감에서 다뤄져야 할 의약품 이슈는 어떤게 있을까.

<메디코파마뉴스>는 ▲ 촌각을 다투는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 향상 방안 ▲ 온라인·오프라인에 걸친 불법 의약품 유통 문제 ▲ 의약품 정책에 대한 제약사의 무더기 소송 문제 등을 이슈로 분석했다.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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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가 신약, 환자 접근성 향상 방안 마련에 ‘쏠린 눈’

최근 다국적제약사들이 출시하고 있는 중증질환, 희귀질환 치료제의 가격은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라섰다. 이에 환자들은 고가 신약에 대한 접근성 향상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방안이 국민건강보험 급여 적용이다. 항암제의 경우 급여만 적용된다면 환자는 전체 약가의 5%만 본인이 부담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전국민의 준조세로 납부하는 건강보험 재정이 한계가 있다는 데 있다. 장기적 효과·안전성, 혹은 한국인 데이터 부족 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제약사가 요구하는 약가를 정부가 모두 수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국적제약사는 신약의 독점적 혁신성을 무기로 갖고 있다. 반면 정부는 신약의 급여권 진입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환자들의 비판까지 짊어지고 글로벌기업을 상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른바 ‘원샷’ 치료제로 불리는 초고가 신약까지 등장했다. 한 번 투약으로 지속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첨단의약품이다. 문제는 이 약을 한 번 쓰는 데 드는 수억 원의 비용이다.

현재 국내에 나와 있는 원샷 치료제는 노바티스의 혈액암 치료제 ‘킴리아’와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 2종이다. 예상 치료비는 킴리아가 5억 원, 졸겐스마는 20억 원 이상이다.

현재 환자단체 등에서는 이들의 급여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관련 기관은 급여화 방안 마련을 논의하고 있지만 여전히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의 후원으로 갤럽을 통해 진행한 일반인 1,018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혁신신약의 급여 적용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한 이 설문에서 ‘최근 허가받은 신약의 건보 급여화’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이 75.2%로 나타났다.

하지만 ‘고가 신약의 보험 보장을 위한 보험료의 소폭 상승’에 찬성하는 의견은 55.7%까지 떨어졌으며, ‘ 혁신 신약의 급여를 확대하기 위해 치료비 부담이 적은 경증 질환의 보장 축소’에 찬성하는 의견은 42.2%까지 내려갔다.

혁신신약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환자단체가 주도한 설문조사임에도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데 장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23일 국회에서 채택된 ‘2020년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에서도 혁신 신약의 건강보험 적용 방안 마련에 대한 처리요구사항들이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 폐암·간암 등에서 면역항암제 급여화 방안 마련 ▲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의 접근성 강화를 위한 ‘선등재 후평가 제도’ 도입 검토 ▲ 국민건강증진기금을 통한 면역항암제 급여화 지원 방안 검토 등이다.

정부는 이번 국정감사 결과보고서에 따른 조치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는 방안이 언급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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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오프라인 망라한 의약품 ‘불법유통’ 이슈

<메디코파마뉴스>는 지난해부터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불법 의약품에 대한 문제를 지적해왔다. 일반의약품부터 항암제를 비롯한 전문의약품까지 다양한 경로로 국내에 유통되고 있음을 확인한 것.

현재도 의약품 해외직구 사이트는 포털 검색만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해당 사이트에서는 처방의약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참고기사. [현장르포] 고가 항암제의 ‘위험한 거래’, 직접 구해봤습니다>

오프라인을 통해서도 의사 처방 없이 전문의약품 구입이 가능했다. 지난 3월 <메디코파마뉴스> 취재진은 전문의약품 성분의 수면제 멜라토닌 제제를 남대문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참고기사. [현장르포] ‘남대문표 의사’가 처방한 불면증 약 사봤습니다>

이 같은 불법 의약품 유통에도 단속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프라인 판매의 경우 식약처, 지자체 등 관련 기관의 단속 주체가 모호한 상황이고 해외직구는 통관 과정에서 면장을 조작할 경우 답이 없다는 설명이다.

2020 국감 결과보고서에서도 의약품 불법 유통에 대한 시정 및 처리요구사항이 담겼다.

국회는 식약처에 대한 시정 및 처리요구사항에 ‘전문의약품 불법 유통 근절 대책을 마련할 것’, ‘오프라인 의약품 불법 유통에 대한 관리·감독을 체계화할 것’을 지시했다.

다만 이 같은 지적에 따른 조치가 원론적인 방안 모색에서 벗어나 현실성있는 대책을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 있다.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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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약사, 정부 상대 무더기 ‘소송’…환수 이슈도 관심

전 국민 건강보험을 운용하고 있는 정부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의약품에 대해 다양한 약가인하 기전을 사용하고 있다.

특허 만료로 같은 성분의 제네릭(복제약)이 출시될 경우, 사용량-약가 연동제에 따른 약가 인하 등이 그간 운영된 대표적인 약가인하 기전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새로운 약가인하 기전을 도입해 적용에 들어갔다. 이미 등재돼 있는 의약품에 대한 재평가, 제네릭의 등재 순서에 따른 계단식 약가제, 약가가산제도의 기간 제한 등은 새로운 약가인하 기전으로 볼 수 있다.

그간 국내 약가제도의 문제점은 신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중심으로 지적돼 왔다. 정부가 건보재정의 장기 지속성을 위해 진입 장벽을 높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신약에 대한 환자의 혜택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에 정부는 새로운 제도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성을 추구하고 있는 것.

제약사 입장에서는 이를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다. 없던 제도가 만들어지면서 기존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제약사의 대(對)정부 무더기 소송의 배경이다.

기등재 의약품 재평가의 첫 타깃이 된 콜린 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제제. 정부가 이 약에 대해 재평가를 실시한 후 급여범위 축소를 결정하자 기업들은 일제히 소송전에 들어갔다. 본안소송이라고 볼 수 있는 고시취소 소송과 이에 따른 집행정지 소송이다.

지난해 식약처의 지시에 따라 콜린 알포세레이트 성분에 대해 57개사가 재평가를 위한 임상시험계획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임상재평가가 실패할 경우 연구 기간 동안 청구된 콜린 알포세레이트 매출에 대한 환수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이어졌고 일부 제약사와는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환수 협상에 대한 취소소송, 이에 대한 집행정지 소송도 별도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콜린 알포세레이트 관련 소송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새로운 약가인하 기전에 대한 소송악용 선례를 만들지 않겠다는 이유에서다.

2020년 국감 결과보고서에도 콜린 알포세레이트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취소 소송에 대한 문제 지적이 이뤄졌다면, 올해는 환수 관련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

다만 국회 입장은 제약사에 호의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요구사항에 ‘콜린알포세레이트 의약품 관련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 관련, 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 간 계약을 통한 임상시험 실패시 환수방안 등 보험재정 누수 차단 대책을 마련할 것’ 등이 담겼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 관련 재판에서 승소하는 경우 제약사의 불법이득을 환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 마련에 힘쓸 것’을 요구했다. 식약처로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임상 재평가와 관련하여 임상시험은 통상 5∼7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므로, 일부 제약사들은 기한의 이익을 얻기 위해 무분별하게 임상 재평가를 신청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임상 재평가를 보다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견해와 대책은?’ 등의 요구사항과 질의가 포함됐다.

통상 수년이 결리는 임상시험 기간 동안 이뤄질 건보재정 지급에 대한 책임을 제약사가 맡아야 한다는 것.

이에 따라 이번 국감에서 증인, 혹은 참고인으로 콜린 알포세레이트 관련 제약사의 인사가 신청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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