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2021년 1H 내수-수출비중 분석...내수 84% vs 수출 16%
수출 규모는 2조 ‘증가’ 불구, 10곳 중 7곳은 수출 비중 ‘감소’
삼바·SK바·휴젤·대웅·동화·경남, 수출증가 곧 ‘영업개선’
신흥강자 늘었지만…수출비중 1% "우물 안 개구리도“ 속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 사이에 ‘수출 양극화’가 심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진단시약, 백신 위탁생산 등으로 수출 신흥강자가 탄생했지만, 수출 비중 1% 안팎의 우물안 기업들도 속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훼손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수출 성적표를 받아든 기업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전년도 보다 수출 실적이 감소하면서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전체 매출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84%에 달했다. 수출은 16%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수출 비중이 감소한 기업 수는 10곳 중 7곳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수년째 수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진단기기와 바이오시밀러 및 백신 위탁생산 의약품을 제외하면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내수 한계를 타개하기 위한 수출 비중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메디코파마뉴스>는 국내 주요 상장 제약사 70곳의 2021년 반기보고서를 통해 내수와 수출의 매출 구조를 살펴봤다.

이들의 수출 규모는 전년 1조7,819억 원에서 두 배가 증가한 3조9,630억 원으로 조사됐다. 늘어난 수출 규모만 보면 2조1,811억 원이 증가하면서 호황을 누린 셈인데 여기에는 ‘숨은 일인치’가 존재했다.

코로나 진단키트로 수출이 대폭 늘어난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씨젠, 항체의약품과 백신제제의 위탁생산으로 최대실적을 기록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수출 증가액을 합하면 2조1,615억 원에 달했다. 수출 증가 규모 대부분이 이들 4개사에서 발생한 것이다.

평균 수출 비중을 살펴보면, 2020년 상반기 평균 15.9%였던 내수비중이 올 상반기 15.6%로 감소하면서 수출은 줄고 오히려 내수시장 의존도가 소폭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 비중의 증감현황을 보면, 조사대상 70곳 중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증가한 곳은 22곳으로 나타났고 감소한 곳은 48곳으로 기록됐다. 이는 조사대상의 69%가 수출 비중이 줄어든 결과다. 10곳 중 7곳에서 수출 비중이 줄고 내수 의존도가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전년보다 대폭 늘어난 수출을 끌어 올린 이면을 들여다보면 일부 진단 시약과 위탁생산 수출 증가분을 제외했을 땐 실질 수출성장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별 수출액이 가장 많았던 곳은 에스디바이오센서로 1조8,694억 원을 기록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수출액 5,810억원), 씨젠(3,928억원), GC녹십자(1,416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1,208억원), 바디텍메드(738억원), 동아에스티(717억원), 유한양행(704억원), 휴젤(599억원), 한미약품(583억원), 바이오니아(555억원), 에스티팜(512억원) 등이 상반기 500억 원 이상의 수출액을 달성했다. 이들 기업은 올해 수출 1,000억 원 기업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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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반 이상은 ‘내수중심’…3곳 중 1곳만 수출 비중 10% 이상

보건산업진흥원이 공개한 올 상반기 우리나라 총 의약품 수출액(47억7,800만 달러, 약 5조5,640억원) 가운데 바이오시밀러와 항체 진단키트 등이 포함된 면역 제품이 29억9,000만 달러(약 3조4,820억원)로 전체 수출 비중의 절반 이상(62.6%)을 차지한 점도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해외 수출의 어려운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70곳의 제약사 가운데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낮아진 곳은 48곳으로 대외 무역을 늘린 22곳을 압도했다. 또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10% 이상을 차지하는 곳은 23곳으로, 3곳 중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출 비중이 전년도 보다 눈에 띄게 성장한 곳은 SK바이오사이언스였다. 이 회사는 1년 전과 비교해 수출 비중이 34.2% 증가해 46.9%로 올라왔다. 이 회사의 상반기 수출 규모는 1,208억 원에 달했다. 이와 함께 에스티팜(증가율 20.3%, 상반기 수출액 512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12.4%↑, 5,810억원) 등이 전년보다 10% 이상 비중이 높아졌다.

이외에도 휴젤(6.9%↑, 599억원), 피씨엘(5.1%↑, 211억원), 대웅제약(4.1%↑415억원), 동화약품(3.5%↑, 70억원), 조아제약(3.2%↑, 26억원), 바디텍메드(2.9%↑, 738억원), 경남제약(2.6%↑, 12억원) 등이 수출 비중을 높였다.

반면, 수출 비중이 쪼그라든 곳도 있었다. 메디톡스(19.3%↓, 363억원), 영진약품(13.6%↓, 151억원), 경보제약(12%↓, 324억원), 신풍제약(10.9%↓, 145억원), 바이넥스(10.4%↓, 20억원) 등이 전년보다 10% 이상 비중이 낮아졌다.

이외에도 파미셀(8.7%↓, 114억원), 바이오니아(5.8%↓, 555억원), 한미약품(5.5%↓, 583억원), 안국약품(3.8%↓, 9억원), 비씨월드제약(3.7%↓, 36억원), 한국유니온제약(3.3%↓, 222억원), 일성신약(3.3%↓, 14억원), 제일약품(2.2%, 100억원), HK이노엔(2%↓, 154억원), 동성제약(1.9%↓, 34억원) 등의 기업에서 수출 비중이 줄어들었다.

≫ ‘수출증가=실적개선...수출감소=실적부진’ 공식 증명

주목되는 점은 대체로 수출이 늘어난 기업에서는 영업이익이 늘어난 반면 수출이 줄어든 기업에서는 수익성 부진에 시달렸다는 점이다.

실제로 수출 비중이 높아진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전년 97억 원의 적자에서 올해 1,199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익이 68%나 늘어난 2,411억 원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휴젤은 영업이익이 2배에 육박한 560억 원을 내면서 수출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에스티팜은 비록 1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전년 141억 원의 적자에서 손실을 대폭 줄였다. 대웅제약도 전년 23억 원 이익에서 413억 원으로 대폭 늘었고 동화약품, 바디텍메드, 경남제약도 영업이익 증가율이 각각 38%, 71.7%, 36.8%나 됐다.

반면, 수출 비중이 쪼그라든 영진약품은 69억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고 경보제약은 영업이익이 94.7% 줄어든 4억 원, 신풍제약은 99.8% 줄어든 단 7백만 원의 영업이익에 그쳤다. 이외에도 안국약품(영업이익 -9억원, 적자전환), 한국유니온제약(-53억원, 적자지속), 일성신약(-13억원, 적자지속), 제일약품(-17억원, 적자전환), 동성제약(-16억원, 적자전환) 등이 영업 부진을 겪었다.

≫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신흥강자’’…진단키트·CMO 두각

코로나19 사태는 제약바이오 업계에 신흥 강자를 만들어냈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가장 높았던 곳은 피씨엘로 회사 매출에서 97.5%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바디텍메드와 에스디바이오센서, 씨젠 등도 각각 95.9%, 95.4%, 59.9%의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진단시약을 포함한 키트 제품이 주력 수출 품목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해외에 내다 팔면서 수출 비중이 대폭 높아졌고 회사의 실적도 덩달아 좋아졌다. 실제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상반기 1조 원에 육박한 영업이익을 냈고 씨젠도 3,381억 원으로 사상 최대의 영업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올 2분기 들어서는 수출 감소세가 나타나면서 실적 정체도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피씨엘은 지난해보다 매출이 반 토막(2분기 매출 98억원, 전년比 53%↓) 나면서 73억 원의 영업 손실을 내고 적자로 돌아섰다. 수젠텍(매출 63억원, 74%↓)도 매출 하락에 따라 8억 원의 적자를 냈다. 인트론바이오(78억원, 77%↓) 역시 전년 2분기 116억 원의 이익을 얻었지만, 올해에는 26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수출 비중이 높은 보톨리눔 제제 기업들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인한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 올 상반기 정상궤도에 진입한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휴젤(수출비중 46.6%, 수출액 599억원), 휴메딕스(21.5%, 426억원)는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93.1%, 35.3% 대폭 늘어났다. 또한 메디톡스(47.9%, 363억원)도 140억 원의 적자에서 벗어났고 대웅제약은 나보타 매출만 4배 이상 뛰면서 232억 원의 판매고로 영업이익이 390억 원이나 증가하는데 기여했다.

이외에도 위탁생산(CMO)으로 인해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실적 수혜도 이어졌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위탁생산 확대로 수출 비중이 86.3%로 올해도 12.4%나 비중이 늘었다. 영업이익은 67.8% 늘어난 2,421억 원을 기록하면서 수익성이 마저 크게 개선됐다.

원료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는 에스티팜도 위탁생산 확대로 수출 비중이 전년보다 20.3% 늘어나면서 75.8%까지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끌어 올렸다. 이로 인해 적자 폭은 141억 원에서 16억 원으로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고 하반기엔 흑자 전환이 전망되고 있다.

한편, 이외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10% 이상 차지한 곳들은 경보제약(수출비중 36.1%, 수출액 324억원), 동아에스티(24.8%, 717억원), 녹십자(21.1%, 1,417억원), 영진약품(16.3%, 151억원), 신풍제약(15.9%, 145억원), 동국제약(12.1%, 362억원), 비씨월드제약(12%, 36억원), 유나이티드제약(10.7%, 114억원)), 한미약품(10.6%, 583억원), 일양약품(10.4%, 171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 내수 의존 ‘우물안 개구리’…수출 비중 1%대 기업 ‘속출’

반면, 수출 비중이 1% 내외인 제약사들도 무더기로 나왔다. 대원제약(수출비중 1.9%, 상반기 수출액 30억원), 알리코제약(1.6%, 11억원), 삼진제약(1.5%, 18억원), 국제약품(1.5%, 9억원), 이연제약(1.3%, 9억원), 광동제약(1.3%, 50억원), 고려제약(1.3%, 4억원), 안국약품(1.2%, 9억원), 대한약품(1%, 9억원), CMG제약(1%, 3억원) 등이 비교적 수출 비중이 낮았다.

이밖에도 동구바이오제약(0.9%, 7억원), 유유제약(0.9%, 5억원), 진양제약(0.7%, 2억원), 셀트리온제약(0.6%, 11억원), 국전약품(0.5%, 2억원), 팜젠사이언스(0.3%, 1억원), 하나제약(0.1%, 1억원) 등도 비중이 매우 낮았고 현대약품, 환인제약, 삼성제약, 부광약품, 삼일제약 등은 수출액이 상반기 발생하지 않았다. 이들은 대표적인 내수 중심의 기업들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진단 시약과 바이오의약품 수출액이 전반적인 수출 실적을 주도하고 있다”라고 전하고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내수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약가인하 압박과 제네릭 축소 위기를 돌파할 당장의 대안은 수출 확대 뿐”이라며 “이제 위드 코로나를 대비해 전략적 모색을 통한 반전의 기회로 삼아야 할 타이밍이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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