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국내 바이오기업 30곳 기부금 지출 현황 해부
매출 대비 기부금 평균 0.3% 불과…사회공헌 지출 ‘인색’
셀트리온, 기부금 80% 삭감…차바이오텍, 100% 가까이 줄여
매출 급성장 지노믹트리·셀리드…사회공헌 내역은 ‘전무’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신종 감염병 사태의 최대 수혜 사업분야로 꼽히는 바이오 업종. 그러나 기업들의 사회공헌 규모는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3곳 중 1곳은 기부금을 대폭 삭감하거나 아예 시도조차 안 한 것으로 드러났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상장 바이오사 30곳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한 2020년 및 2021년 반기보고서를 분석하고 기업별 기부금 지출 실태를 공개한다.

먼저 30개사가 지출한 기부금은 2020년 상반기 65억 원에서 올해는 98억 원으로 33억 원(51.09%)이 증가했다. 단순 수치로만 볼 때 바이오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숨은 일인치’가 존재했다. 이들 30곳 중 12곳은 전년대비 매출액이 크게 늘어났지만 기부금은 대폭 삭감하거나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

국내 바이오기업은 지난해 신종감염병 대유행 사태를 겪으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원료의약품 생산부터 위탁개발(CDMO), 진단키트 등 국내·외 판매고가 증가하면서 몸집도 덩달아 불어난 것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었다. 바이오산업을 차세대 미래성장동력으로 점 찍은 데 이어 관련 규제까지 완화했다. 내년에는 바이오헬스 관련 예산도 늘리기로 했다. 앞으로도 바이오기업의 매출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는 배경이다.

≫ 매출은 큰손, 기부는 짠손…거대 바이오기업, 사회공헌도 ‘눈살’

이처럼 바이오기업들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정부 지원까지 받으며 호황을 누렸지만 정작 사회공헌은 저조한 수준이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가장 핫한 기업은 단연 셀트리온이다. 이 회사는 정부의 지원으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바이오시밀러 수출로도 재미를 봤다.

그렇다면 이 회사의 사회 공헌도는 어느 정도일까.

셀트리온은 올해 상반기 8,88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10.86% 성장한 수치다.

그러나 이 회사가 내놓은 기부금은 8억 8,000만 원이 전부였다. 매출 대비 0.10% 수준으로 30개사 평균치인 0.28%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이마저도 지난해 상반기 41억 원에서 78.66% 쪼그라든 액수다.

차바이오텍과 케어젠도 마찬가지다.

차바이오텍은 올해 상반기 3,478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9.47% 성장했다. 그러나 기부금은 대폭 삭감했다. 지난해 상반기 5억 1,000만 원에서 올해는 867만 원으로 98.31% 줄어든 것이다.

케어젠 역시 281억 원에서 304억 원으로 매출이 8.35% 늘어난데 반해 기부금은 1억 3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사실상 전액 삭감하다시피 했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올해 상반기 동안 4,600만 원을 기부했다. 지난해 보다 9.34% 쪼그라든 규모다. 반면, 지난해 같은 기간 이 회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98% 성장했다.

사회공헌활동을 아예 외면한 곳도 있었다. 진단키트로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는 지노믹트리, 셀리드, 피씨엘이 대표적인 기업들이었다.

지노믹트리는 상반기에만 343.01%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올해 처음으로 매출액이 발생한 셀리드는 9억 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피씨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32% 성장했다.

하지만, 세 기업 모두 기부금 내역을 표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이들 기업의 기부 내역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상반기 역시 기부금 지출을 하지 않은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자료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자료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사회공헌, 매출 규모와 ‘무관’…역성장에도 기부는 ‘화끈하게’

기부금에 인색한 바이오기업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번만큼 사회에 환원하는 회사도 있었다.

전년 동기 대비 793.46% 성장률을 기록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기부 행렬에 적극 동참했다. 지난해 상반기 0원이었던 금액을 올해 상반기에만 5억 원으로 대폭 올린 것이다.

대표적인 진단키트 업체인 바이오니아와 씨젠도 성장에 발맞춰 기부금도 늘렸다.

바이오니아는 올해 상반기 1,04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44.68% 성장한 수치다. 이 회사는 지난해 200만 원에 불과했던 기부금을 올 들어 4억 6,000만 원으로 증액했다.

씨젠도 같은 기간 매출이 83.81% 늘어났는데, 기부금은 10억 원에서 64억 원으로 증가했다.

역성장에도 불구하고 화끈하게 기부한 곳도 있었다. 제넥바이오와 레고켐바이오, 오스코텍, 내츄럴엔도텍, 알테오젠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종이식 전문기업인 제넨바이오는 올해 상반기 43억 원의 매출을 냈지만 28.55% 역성장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통 크게 기부했다. 지난해 상반기 20만 원에 불과했던 금액이 올해는 1억2,000만 원으로 6만1,203% 늘어났다.

43.54%의 역성장을 기록한 레고켐바이오는 기부금을 줄이는 대신 오히려 전년 대비 85.79% 늘리며 적극적으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쳤다.

이 회사는 175억 원에서 99억 원으로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지만, 기부금은 59만 원에서 110만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액했다. 비록 매출 대비 0.01%에 불과한 금액이지만 기부금을 조금이라는데 늘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오스코텍과 내츄럴엔도텍은 전년 대비 각각 88.52%, 46.29% 매출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부금은 각각 260만 원, 310만 원으로 늘렸다.

알테오젠도 올해 상반기 역성장을 기록했다(매출 233억 원 → 182억 원). 하지만, 지난해 0원이었던 기부금을 1,000만 원으로 증액헸다.

이처럼 바이오 업종은 기부금 지출에서마저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30개사 중 8개사는 1억 원 이상의 금액을 편성하며 사회에 환원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9개사는 금액조차 편성하지 않은 것.

익명을 요구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최근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쫓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는 기업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ESG 성과를 활용해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바이오기업들이 사회 공헌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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