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사업 강화 위해 조직도 개편했는데…‘외면한’ 제주개발공사
매출 비중 20% 육박, 대안은 ‘부재’…사측, 수주전 참여 간접 시사
계약 실패 시 매출 감소 불가피…마진 낮아 영업익 영향은 제한적

광동제약 본사 전경(제공: 광동제약)
▲ 사진=광동제약 본사 전경(제공: 광동제약)

광동제약의 연매출 1조 클럽 수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 회사의 외형 확대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오던 삼다수가 FA로 풀렸기 때문이다. 올해 초 생수사업 강화를 위해 조직 개편까지 단행했던 만큼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결과다. 전체 매출에서 삼다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데다 이를 대체할 만한 후보군도 마땅치 않아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지난달 31일 제주삼다수의 제주도 외 위탁판매사 공개 입찰 접수를 마감했다.

제주개발공사가 광동제약과의 파트너십을 종료하고 그동안 분리돼 있던 소매와 비소매 판권을 모두 입찰에 붙인 터라 시장의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연장 계약 1년까지 추가하면 수주 업체는 2026년까지 5년간 3,000억 원 규모의 매출을 안정적으로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광동제약과 제주개발공사가 삼다수 위탁계약 1년 연장에 합의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12년부터 10여 년간 계약을 유지해 온 데다 올해 초 광동제약이 생수사업 강화를 목적으로 영업, 마케팅 등 관련 부서를 일원화하는 등 파트너십의 지속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쳤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제주개발공사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최근 수 년간 40%대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는 삼다수의 시장 점유율이 새 파트너사를 물색하게 된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광동제약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동제약 측은 삼다수 입찰과 관련한 <메디코파마뉴스> 취재진의 질의에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의 입찰 일정에 맞춰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이번 위탁계약 수주전에 참여했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그동안 이 회사가 1조 원 클럽에 꾸준히 이름을 올린 데에는 삼다수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실제로 광동제약에서 삼다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2016년 17.4%(1조 564억 원/1,838억 원), 2017년 18.5%(1조1,416억 원/2,115억 원), 2018년(1조1,802억 원) 16.8%(1조1,802억 원/1,948억 원), 2019년 17.1%(1조2,382억 원/2,112억 원), 2020년 18.8%(1조2,438억 원/2,342억 원) 등 광동제약의 전체 매출(연결 기준)에서 약 20% 가까이를 책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6,270억 원/1,213억 원/19.6%) 역시 삼다수의 영향력은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삼다수를 대체할 만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삼다수 매출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청심원, 백신, 음료(옥수수수염차, 헛개차, 비타500) 등 주력 사업의 선전과 새로운 캐시카우 발굴이 시급하지만 현재 이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 것.

만약 광동제약이 삼다수를 놓치게 된다면 연매출 1조 원 수성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드는 배경이다.

물론 낙관하는 목소리도 있다. 2019년과 2020년, 당시 광동제약의 연매출이 삼다수 매출을 빼더라도 1조 원을 넘어섰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2015년 코오롱글로벌로부터 인수해 종속기업으로 편입한 소모성자재구매대행 업체 ‘코리아이플랫폼’이 매년 4,600~4,7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뒷받침하고 있는 만큼 연매출 1조 원은 지켜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10여 년간의 파트너십을 정리하고 새롭게 삼다수 위탁계약 입찰을 진행한 만큼 광동제약이 확실한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수주를 따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삼다수를 잃으면 당장 내년부터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마진이 워낙 낮았던 만큼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자회사 역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는 데다 최근 몇 년새 백신 사업도 성장하고 있는 만큼 음료 등 주력사업이 제 몫을 해준다면 연매출 1조원 사수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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