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작년 AA- → 올 A+…최고 등급 자리는 종근당에
혈액·백신제제 지배력 ‘강점’…계열사 순차입금 증가 ‘약점’
“향후 해외시장 진출 따른 중장기적 영업실적 개선도 가능”

▲ 사진=GC녹십자 전경(출처: GC녹십자 홈페이지)
▲ 사진=GC녹십자 전경(출처: GC녹십자 홈페이지)

GC녹십자가 혈액제제 및 백신 시장의 지배력에 대해 신용평가사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았다. 다만, 계열사의 재무안전성이 향후 이 회사의 신용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키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올해 신용등급 ‘A+’ 이상을 받은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신용평가보고서를 해부하고, 그 두 번째 편으로 GC녹십자의 강점과 약점을 공개한다. 신용평가사는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 한국신용평가(한신평), 나이스신용평가(나이스평가)로 3개사다.

신용평가사의 기업평가등급은 회사채를 기준으로 ‘AAA-AA-A-BBB-BB-B’ 순으로 매겨진다. 일반적으로 A등급 이상이면 우수한 등급으로 보고 있다. BBB등급은 원리금의 지급 확실성은 있지만, 환경변화에 따른 리스크의 존재 가능성을 열어둔 결과지다. B등급은 원리금 지급확실성 조차도 의문이 드는 상태를 말한다.

GC녹십자는 올해 한기평과 나이스평가로부터 A+의 신용등급을 받았다. 다만, 지난해 나이스평가로부터 받은 AA- 등급은 올해 A+로 하락하면서 업계 최고 수준의 신용등급 자리는 종근당에 내주게 됐다.

 

일단 한기평의 평가는 후했다. 이 회사의 혈액 및 백신제제의 높은 시장지배력을 높게 보고 사업 안정성에 대해 합격점을 줬다. 향후 해외 시장 진출에 따라 중장기적인 영업실적 개선에 대해서도 낙관했다.

실제로 GC녹십자는 혈액 및 백신제제를 중심으로 지난해 말 기준 15개 제품의 연간 매출액이 100억 원을 웃돌았으며 300억 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제품도 6개에 달했다.

물론, GC녹십자에는 약점도 있었다. 계열사의 재무 부담이 향후 신용등급 하락의 핵심 키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GC녹십자의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는 지난해 총차입금이 1조868억 원에 달했다. 부채비율은 93.7%, 차입금 의존도는 33.5%로 재무 부담이 높은 편이었다. 여기에는 GCBT(녹십자홀딩스 북미법인)를 통한 캐나다 혈액공장 설립, 녹십자헬스케어의 유비케어 지분 인수자금(2,089억 원) 등이 재무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기평은 녹십자홀딩스의 순차입금/EBITDA 지표를 향후 녹십자 신용등급을 가를 변수로 지목했다.

여기서 순차입금/EBITDA 지표는 일종의 이익 대비 채무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기업에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령 순차입금이 200억 원이고 EBITDA가 100억 원일 경우 순차입금/EBITDA 지표는 2배가 된다.

한기평은 녹십자홀딩스의 순차입금/EBITDA 지표가 3.5배 이하라면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했다. 다만, 7배 초과 상태가 지속될 경우 등급 하향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지난해 기준 녹십자홀딩스의 순차입금/EBITDA는 5.1배였다.

나이스평가에서 나온 결과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회사의 설비투자금 및 연구개발비가 신용등급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영향으로 재무구조 저하추세가 지속되고 있고 이는 영업수익 저하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예년 수준의 영업 수익성 회복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신용평가사의 경우, 제약업종의 특성을 고려하기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 즉 수익과 지출을 중심으로 등급을 매긴다는 점에서 녹십자에 대한 평가는 어느정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제약사의 경우 혁신신약을 만들어내기 위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해야 하는데, 신용평가사는 이에 대한 미래가치를 보는 대신 현재의 수익성을 따진다는 뜻이다.

한편 내수와 수출에서 균형감 있는 성장세는 GC녹십자의 강점으로 꼽혔다.

구체적으로는, 이 회사의 ‘비맥스’, ‘포스트바이오틱스’ 등 일반의약품(OTC)의 매출 증가와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면역결핍 치료제 ‘IVIG’ 등 전문의약품(ETC)의 해외 시장 진출은 향후 GC녹십자의 실적을 견인할 핵심 모멘텀이 될 것으로 내다 봤다.

이 외에도 GC녹십자는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의 독감백신 공급중단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독감백신의 매출 규모는 내수 약 1,200억 원, 수출 260억 원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모더나 백신의 국내 유통에 따라 GC녹십자는 올 하반기 어닝 서프라이즈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여기에 감염병대응혁신연합(CEPI)과 코백스(COVAX)를 통한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의 본계약 체결 여부에 따라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기평은 GC녹십자에 대해 “혈액 및 백신제제의 높은 시장지배력으로 사업안정성이 우수하고 해외시장 진출에 따라 중장기적인 영업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다만 계열사의 재무 부담에 대한 모니터링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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