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큐아, TKI 2차 치료제 허가…허가사항서 알룬브릭은 빠져
미국·유럽 허가신청 당시 알룬브릭 1차 적응증 '부재'가 원인
전문가, “ALK 폐암 치료 패러다임 급변…다양한 처방 고려돼야”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은 표적치료제의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암종이다. 잴코리(성분명 크리조티닙)를 시작으로 여러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 Inhibitor)가 치료단계별로 효과를 입증해내고 있다.

특히 지난달 국내에서 시판허가를 획득한 화이자의 로비큐아(성분명 롤라티닙)는 기존 TKI 억제제의 후속 치료제로 사용이 가능해 ALK 폐암의 ‘순차치료’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1차나 2차 치료제로 사용했을 때 효과는 좋지만, 후속 치료제 옵션이 없다는 단점을 안고 있던 로슈의 알레센자(성분명 알렉티닙)나 노바티스의 자이카디아(성분명 세리티닙) 등이 수혜 약으로 언급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ALK 폐암 치료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다케다의 알룬브릭(성분명 브리가티닙)은 후속 치료제 허가에도 웃을 수 없어 보인다. 로비큐아의 치료 적응증에 알룬브릭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로비큐아 허가사항에 따르면 ▲알렉티닙(알레센자) 또는 세리티닙(자이카디아)을 1차 ALK 저해제로 치료받은 경우 ▲크리조티닙(잴코리) 및 적어도 다른 1개의 ALK 저해제로 치료받은 경우에만 로비큐아를 사용할 수 있다.

때문에 현재의 허가사항으로는 알룬브릭을 1차 치료에 사용할 경우 후속 치료제로 로비큐아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잴코리를 1차 치료에 사용하고 2차에 알룬브릭을 쓸 경우 3차 치료에 로비큐아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사용량이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알룬브릭은 2017년 4월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잴코리 이후 사용 가능한 2차 치료제로 승인 받은 뒤 지난해에는 1차 치료제 허가도 획득했다.

문제는 로비큐아가 미국·유럽 등 글로벌 허가를 진행할 당시 알룬브릭은 아직 1차 치료제 적응증이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글로벌 허가사항이 알룬브릭이 제외된 채 이뤄졌고 국내 허가사항 역시 동일하게 반영된 것.

한국화이자제약 관계자는 “로비큐아의 허가사항 업데이트에 대한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알룬브릭은 2018년 11월 2차 치료제, 2020년 8월 1차 치료제 허가를 잇따라 획득한 뒤 국민건강보험 급여권에도 모두 진입해 있다.

올해 상반기 알룬브릭의 매출은 32억 원 수준으로 지난해 하반기 13억 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1차 치료제로서 급여 적용된 시점이 지난 4월임을 감안할 때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성장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현재 1차 치료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 알레센자와의 후속 치료 옵션 차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다케다제약이 주최한 알룬브릭 미디어세션에 초청된 로스 케미지 박사(콜로라도의대)는 “1차 치료제로 사용가능한 TKI제제 가운데 알렉티닙과 브리가티닙이 뇌전이 등에서 효과가 탁월하다. 다만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편의성, 안전성, 비용 등을 고려해 브리가티닙을 선택할 것”이라고 밝히며 허가임상에 참여한 연구진으로서의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이 선택에는 의료진의 재량권이 부족한 국내 여건이 고려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허가사항에 후속 치료 옵션이 없을 경우 의료진 판단에 의한 약제 사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상급종합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은 치료제가 지속적으로 개발되면서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는 영역”이라며 “알룬브릭 이후에도 최근 등장한 로비큐아 등의 처방이 고려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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