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국내 진단키트기업 15곳 인력 채용 해부
2019년 대비 매출 406% 증가, 인력 채용은 34% 늘려
진단키트 대표기업 씨젠·SD바이오 인력 2배 이상 증가
‘외형 성장→투자 증가→고용 확대’ 선순환 구축 주목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신종 감염병 사태의 최대 수혜 분야로 꼽히는 진단키트 업계가 불어난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직원 채용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벌어들인 수익을 인력 채용에 투입하는 이른바 ‘외형 성장→투자 증가→고용 확대’의 선순환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상장 진단키트기업 15곳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한 2019년 사업보고서 및 2021년 반기보고서를 분석하고 기업별 실적대비 직원수 증감 현황을 알아봤다.

먼저 15개사의 평균 매출액은 2019년 409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2,071억 원으로 5배 가까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2억 원에서 954억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0년 1월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1년 6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다.

국내 진단키트기업은 지난해 신종 감염병 대유행 사태를 겪으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코로나19 사태 직후 진단키트 개발에 성공한 기업들이 국내와 해외시장 판로를 확보하면서 몸집을 불린 것이다.

당초 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으로 진단 장비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지만, 최근 전세계적으로 델타 변이가 유행하면서 진단키트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진단키트기업의 매출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는 배경이다.

≫ 매출 4,358% 증가, 직원 채용 증가율도 40% 육박

그렇다면 이들 기업들은 벌어들인 매출 대비 직원 채용률은 어느 정도일까.

진단키트 업계를 이끄는 쌍두마차는 씨젠과 에스디바이오센서다.

2019년에만 해도 1,22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씨젠은 올해 상반기에만 6,555억 원으로 437.49%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24억 원에서 3,566억 원으로 16배 가까이 늘어났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그야말로 천지개벽했다. 2019년 한 해 동안 이 회사가 올린 매출은 730억 원, 영업이익은 15억 원이 전부였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이 1조 9,596억 원, 영업이익은 9,667억 원으로 각각 2,586%, 6만3,509% 증가했다.

바이오니아의 성장세도 매서웠다. 2019년 한 해 동안 발생한 매출은 330억 원, 영업이익은 –852억 원으로 적자였다.

하지만,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에만 1,04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도 408억 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이들 기업의 외형 성장은 인력 확대로 이어졌다.

2019년 314명이었던 씨젠의 직원수는 올해 상반기에 889명으로 증가했다. 1년 6개월 만에 575명(183%)을 채용한 셈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도 같은 기간 206명에서 393명으로 2배 가까이 늘렸다. 바이오니아 역시 2019년 377명에서 올해 상반기 599명으로 1년 6개월 동안 222명이 증가했다.

자료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각사 보고서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자료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각사 보고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영업이익 적자여도 직원 채용은 ‘확대’

직원 채용은 흑자 기업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영업이익이 적자여도 매출이 증가한 만큼 인력을 늘린 곳들이 상당수 존재한 것.

피씨엘은 2019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매출이 4,000만 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217억 원으로 6만% 이상 성장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64억 원에서 –52억 원으로 적자가 지속됐다.

미코바이오메드 역시 같은 기간 41억 원에서 171억 원으로 매출이 317.75%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117억 원에서 –24억 원으로 여전히 적자였다.

EDGC는 영업이익 뿐만 아니라 매출도 감소했다. 이 회사는 2019년 567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402억 원으로 29.14% 역성장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86억 원에서 –71억 원으로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반전은 인력 채용 규모에 있었다.

지난 1년 6개월 간 피씨엘은 50명에서 75명으로 직원수를 50% 늘렸으며, 미코바이오메드도 111명에서 148명으로 38명을 추가 고용했다. EDGC 역시 111명에서 149명으로 인력을 확대했다.

이 외에도 진매트릭스, 씨티씨바이오 등이 영업 적자에도 외형 확대에 따라 직원 수를 늘린 곳들이었다.

≫ ‘외형 성장→투자 증가→고용 확대’ 선순환 주목

진단키트 기업들의 인재 채용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전 세계 진단키트 시장을 선점하면서 수출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의료기기 수출액은 30억 4,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5% 성장했다. 의료기기 품목 가운데 수출액이 가장 많은 품목은 진단용 시약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28.4% 성장한 4억 8,000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냈다.

진단키트 기업들이 인력 채용을 늘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총알을 확보한 기업들은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한 전문인력 영입에 지갑을 열었다. 코로나19 종식이 언제가 될 지 종잡을 수 없는 만큼 향후 급감할 수 있는 진단키트의 수요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인 것.

씨젠은 단기적으로 호흡기 박테리아 증상 기반 검사 제품군을 강화하고 유전병, 암 질환 검사, 동식물 검사 등으로 사업 분야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또 동·식물까지 사업 영역 확대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매트릭스와 바이오니아, 랩지노믹스 등도 코로나19 백신 개발 진출 등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외형이 커진 진단키트기업들은 나름대로 직원 채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며 “기업의 성장동력 발굴이 고용 창출이라는 선순환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들 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지속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라며 “이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서 인력 채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