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제약바이오기업 32개사 남녀 채용·임금 해부
女 채용률 30% 수준…국내 산업 평균 51% 한참 밑돌아
남성 연봉 4500만원 vs 여성 3200만원…1300만원 ‘격차’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주목받고 있지만, 여성 채용률은 여전히 전근대적 사고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9일 <메디코파마뉴스>가 상장 기업 32곳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올해 반기 보고서의 임직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32개 제약기업의 여성 채용률은 평균 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32개 기업 가운데 콜마비앤에이치와 차바이오텍만 남성 보다 여성 채용률이 높았으며, 40% 이상인 기업은 5곳에 불과했다.

≫ 제약바이오, 女 채용률 30% 수준…산업 평균치 한참 밑돌아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살펴보면 지난해 여성 고용률(15세 이상 인구 중 여성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50.7%로, 남성 고용률(69.8%)보다 19.1% 낮았다.

그러나 제약바이오 업계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회사들의 여성 채용률은 여전히 평균치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었던 것.

32개 기업의 여성 채용률은 평균 30% 수준이었으며, 남녀 채용률 격차는 40%에 달했다.

여성 채용 비율이 가장 낮은 기업은 광동제약과 일양약품이었다. 두 회사는 32개 기업 중 여성 채용 비율이 20%에도 못 미치는 곳들이었다.

광동제약은 1,030명의 임직원 가운데 여성이 203명(19.71%)이었다. 일양약품도 659명 중 130명(19.73%)만이 여성이었다.

20%대 회사도 13곳에 달했다. 경보제약(21.37%), 제일약품(23.04%), 동화약품(26.28%), 영진약품(26.39%), 보령제약(28.59%), 삼진제약(29.37%) 등이 이 그룹군에 속했다.

제약·바이오 업계 평균 채용률인 30%대 제약 기업은 10곳으로 나타났다. 종근당(30.13%), 한국유나이티드제약(30.26%), 대원제약(30.59%), 신풍제약(30.98%), 일동제약(34.64%), 동국제약(35.03%), SK바이오사이언스(37.39%), 휴온스(38.07%), 삼성바이오로직스(38.41%), 에스디바이오센서(39.19%) 등이었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체면을 살린 회사는 콜마비앤에이치와 차바이오텍이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여성 고용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었다. 이 회사는 전체 직원 424명 중 여성 직원이 257명으로 60.61%를 차지하며 국내 여성 고용률 50.7%를 넘겼다.

차바이오텍 역시 전체 직원 221명 중 126명이 여성 직원으로 57.01%를 차지했다.

이어 SK바이오팜(48.74%), 셀트리온헬스케어(46.85%), 한독(43.65%), 씨젠(41.96%), 셀트리온(41.72%), 등도 여성 채용 비율이 40%대로 국내 여성 고용률에 근접했다.

 

▲ 자료 출처=각사 금융감독원 반기 보고서, 메디코파마 재구성 
▲ 자료 출처=각사 금융감독원 반기 보고서, 메디코파마 재구성 

≫ 남녀 채용 차별, ‘임금 격차’로 이어져…최대 7,600만 원

성별 채용률 뿐만 아니라 임금격차도 상당했다. 상반기 남성 평균 연봉은 4,500만 원인데 반해 여성 평균 연봉은 3,200만 원으로 1,300만 원의 차이가 났다.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큰 회사는 셀트리온헬스케어였다. 이 회사는 남성 직원의 평균 연봉이 2억3,500만 원, 여성은 1억5,900만 원으로 그 차이가 7,600만원에 달했다.

진단키트 대표기업인 씨젠도 마찬가지였다. 이 회사는 남성 직원에게 평균 7,300만 원을 지급했으나, 여성의 연봉은 4,500만 원에 그쳐 성별 간 임금 격차가 3,000만 원에 육박했다.

1,000만 원 이상 차이나는 회사도 14곳에 달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가 2,300만 원, 일양약품 1,900만 원, SK바이오팜 1,600만 원, 신풍제약 1,400만 원, 삼진제약 1,400만 원, 광동제약 1,200만 원, 대원제약 1,200만 원, 한독 1,000만 원, 보령제약 1,000만 원의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적은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영진약품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상반기 남녀 각각 3,400만 원, 3,000만 원을 지급해 임금 격차는 400만 원으로 32개 기업 중 가장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셀트리온과 영진약품은 남녀 각각 3,200만 원, 2,700만 원을 지급하며 격차를 500만 원까지 좁혔다.

차바이오텍은 32개사 중 유일하게 남성 보다 여성의 급여가 소폭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남성 직원에게 평균 1,860만 원을 지급했으나 여성 직원에게는 1,900만 원을 지급해 오히려 여성의 급여가 40만 원 더 많은 것으로 기록됐다.

제약업계는 이처럼 남녀 간 채용률과 임금에서 격차가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단순한 성차별에서 기인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남성 중심의 영업 조직 문화가 그 이유라는 것.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기업은 영업직원이 인력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에는 여성 보다 남성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라며 “여성은 출산과 육아 문제로 인한 경력단절 때문에 업무의 연속성이 어렵다보니 지원자가 현저히 적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관리직이나 생산직은 남성 보다 여성 비율이 더 높고, 젊은 여성이 더 많은 편이다”라며 “직무에 따라 남녀 비율이 달라졌을 뿐 성 차별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연봉 격차가 나타나는 것에 대해선 직무에 따른 차이라는 설명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통계만 놓고 보면 남녀 간 연봉 차이가 심하게 보이지만 내면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며 “통상적으로 영업직원들은 기본급에 활동비, 성과급까지 지급되면서 관리직과 생산직 보다 연봉이 월등히 높다. 같은 남직원이라도 영업직과 비영업직의 연봉 차이도 확연하다. 결국 남녀 차이 보다는 직무와 직급에 따른 차이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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