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건정심 통과 시 10월 1일부터 급여 적용 가능성도
최근 처방량 증가 제줄라, 급여확대에 시장 판도 관심
1차도 급여기준 BRCA 양성 제한…린파자 ‘주도권’ 예상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PARP 억제제의 난소암 국민건강보험 급여기준 확대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에 따라 적용 대상 환자 수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PARP 표적 치료제인 GSK의 제줄라(성분명 니라파립, 국내 판매 다케다)와 아스트라제네카·MSD의 린파자(성분명 올라파립)가 이르면 10월 1일부터 나란히 난소암 1차 유지요법으로 건강보험 급여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이변 없이 통과한다면 10월부터 새로 진단된 난소암 환자도 PARP 억제제의 급여요건 충족 시 환자부담금이 5%로 떨어진다. 그간 PARP 억제제 급여는 2차 이상, 다시 말해 재발한 난소암 환자들의 유지요법으로만 쓰여졌다.

항암 유지요법의 경우 재발을 늦추는 역할이기 때문에 약가가 높은 데 반해 생존기간 연장을 증명하기가 어려워 급여 문턱이 높은 분야로 유명하다. 이번 PARP 억제제의 1차 유지요법 급여권 진입이 향후 다른 암종의 유지요법 급여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제줄라와 린파자는 복제 과정에서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역할의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 단백질을 타깃해 억제하는 기전이다. 암세포의 경우 DNA 손상이 일반 세포에 비해 활발하게 일어나는데 이때 PARP 단백질의 활동을 막는 것.

특히 유방암, 난소암 등 여성암에서 BRCA 변이가 확인된 환자에게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제줄라, 린파자 넘어섰지만…BRCA 음성, 급여대상 제외 ‘변수’

린파자는 2014년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난소암 유지요법으로 허가되며 최초의 경구 PARP 억제제로 글로벌 시장에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2015년 허가를 획득한 뒤 2017년에는 재발한 난소암 환자에 대한 보험급여에도 성공했다.

다만 린파자의 경우 국내외 적응증이 난소암 환자의 10% 가량에 불과한 BRCA 변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반면 제줄라는 2017년 FDA로부터 BRCA 변이와 관계없이 사용가능한 적응증을 따내고 시장에 나왔다.

국내에서도 2019년 허가를 획득한 뒤 같은 해 2차 이상의 재발 난소암 환자에 대해 급여가 시작됐다. 급여기준은 린파자와 같은 BRCA 변이 양성 환자들이 대상이다.

현재 국내 시장은 린파자의 독주 체제가 무너진 모습이다. 특히 올해부터 제줄라의 처방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BRCA 음성 환자들이 비급여로 제줄라를 유지요법에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의약품 시장조사 업체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제줄라의 매출액은 67억 원으로 린파자의 71억 원에 미치지 못한다. 다만 2분기 매출로 살펴보면 제줄라가 린파자 매출을 소폭이나마 역전한 것으로 집계된다.

그러나 이번에 적용되는 1차 유지요법 급여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린파자와 경쟁해야 하는 BRCA 양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시장 규모는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제줄라가 처방량을 끌어올린 BRCA 음성 분야는 시장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1차 유지요법 급여기준 역시 제줄라는 린파자와 같은 BRCA 변이 양성 환자만을 대상으로 적용된다. 이에 제줄라의 장점인 BRCA 음성 환자군에는 영향이 없다.

반면 BRCA 양성 환자의 1차 유지요법 시장 파이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린파자가 다시 앞서나갈 것으로 점쳐진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BRCA 변이 양성 1차 유지요법, 두 치료제 임상 결과는?

린파자의 선두 재탈환을 예상하는 근거는 임상 결과와 의료진의 처방 경험이다.

린파자의 1차 유지요법 허가는 SOLO-1 연구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이 연구는 진행성 난소암을 진단받아 백금기반 화학항암제에 반응한 BRCA 변이 양성 환자 39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이다. 이 결과로 린파자는 국내외 1차 유지요법 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유럽종양학회(ESMO) 연례학술대회에서는 SOLO-1 임상의 5년 추적결과가 발표됐다.

발표에 따르면 린파자군은 위약군에 비해 질병의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67% 감소시켰으며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56개월로 위약군의 13.8개월 대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치료 지속율 역시 린파자군은 48.3%인데 반해 위약군은 20.5%였다.

제줄라의 1차 유지요법 허가 임상은 PRIMA 연구다. 이 연구는 새롭게 진단받은 진행성 난소암 환자 73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 BRCA 변이가 있는 모집단에서 제줄라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은 22.1개월로 위약군의 10.9개월 대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률 감소는 60%였다.

여기서 PRIMA 임상이 관심을 끌었던 것은 BRCA 변이 음성 환자군에 대한 효과였다. BRCA 변이와 관계 없이 전체 환자를 모집단으로 했을 때도 제줄라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이 13.8개월로 위약군 8.2개월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한 것.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 감소율은 38%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제줄라는 BRCA 변이와 관계없이 사용 가능한 치료제로 국내외 허가를 획득했다.

다만 PRIMA 임상 전체 참여 환자 733명 가운데 BRCA 변이 환자는 223명으로 30%를 상회한다. 이는 10~14%로 알려진 난소암 환자의 BRCA 양성 환자 비중 보다 높은 수치다. BRCA 양성 환자 비중이 높아 전체 모집단 분석에서도 무진행 생존기간이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했다고 분석할 여지가 있다.

이는 정부가 BRCA 변이 음성 환자들에게 급여를 인정하지 않은 배경으로 볼 수 있다.

결국 BRCA 양성 시장에서는 먼저 시장에 나와 장기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린파자가 의료진 처방에서 우선순위를 점할 가능성이 있다.

PARP 억제제 업계 관계자는 “제줄라의 경우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했지만, BRCA 여부와 관계없이 사용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최근 성장세도 BRCA 음성 환자들의 비급여 사용량 증가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1차 유지요법에서도 급여기준이 BRCA 변이 양성 환자로 제한되면서 린파자가 다시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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