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바이오 31개사, 2020년 상반기 대비 직원 수 현황 분석
3곳 중 2곳, 작년比 직원 수 늘려…31개사 평균 11.2% 확대
씨젠·SK바이오사이언스, 2배 증가…삼바·녹십자 등 뒤이어
연구개발·마케팅·영업·품질관리 담당 인력 확보 ‘주력’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코로나19 사태로 취업난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인력 채용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포스트 코로나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마케팅과 연구개발, 영업 인력을 확보하고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의약품 품질 관련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인 채용이라는 분석이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31곳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한 2020년과 2021년 반기보고서를 분석하고 기업별 직원 수 증감 현황을 들여다 봤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21곳 가운데 32.2%만 채용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54.5%), 한 명도 뽑지 않을 것(13.3%)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는 제약바이오업계 만을 놓고 봤을 때는 빗나간 예측이었다. 국내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3곳 중 2곳은 지난해 보다 올해 상반기 인력 고용을 대폭 확대한 것으로 확인된 것.

구체적으로, 31곳 중 22곳이 작년 보다 채용 규모를 늘리거나 유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3만4,357명에서 올해는 3만6,805명으로 1년 동안 7.13%(2,448명) 늘어난 것이다.

≫ 코로나19 수혜기업, 직원 채용 확대로 이어져

직원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회사는 씨젠과 SK바이오사이언스였다.

신종 감염병 대유행 초기에 코로나19 진단시약 개발에 성공한 씨젠은 국내외 수요가 급증하면서 몸집도 불어나자 직원 채용을 대폭 늘렸다. 지난해 상반기 395명에서 올해 889명으로 2배 이상 인력을 증원한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세 자리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직원 수는 지난해 상반기 482명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1,027명으로 113% 늘어났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벡스 등 글로벌 제약사와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국산 백신 개발에 뛰어들면서 인력 채용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GC녹십자도 직원 수가 증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717명에서 3.515명으로 29% 늘어났으며, 녹십자는 2,095명에서 2,443명으로 348명 증원했다.

이 외에도 콜마비앤에이치(368명→424명, 15%↑)와 셀트리온헬스케어(126명→143명, 13%↑), 차바이오텍(195명→221명, 26%↑)이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각사 보고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각사 보고서,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연구개발 인력 대폭 확대…품질관리직 채용도 늘어나

그렇다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인력 채용을 늘린 분야는 어디일까.

코로나19 대유행은 비대면을 일상화시키면서 마케팅 환경에도 변화를 이끌어냈다. 대부분의 제약회사들이 마케팅 분야와 영업직 인력 채용을 늘린 배경이다.

실제로 씨젠은 전사에 걸쳐 직원을 늘렸는데, 이 중에서도 마케팅팀을 강화했다. 브랜드부터 글로벌 마케팅 인력을 채용하는 한편, 상품기획자를 모집한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마찬가지다. 마케팅 PM(Product Manager)을 비롯해 영업기획 인력을 충원하는 등 시대 흐름을 따라가는 분위기다.

이 외에도 동국제약, 종근당, 대웅제약, 녹십자, 유한양행, 보령제약, HK이노엔 등이 영업사원과 마케팅 인력 채용을 늘리면서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있었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 개발 직원도 대폭 확충했다.

상장기업 30개사의 연구 개발 인력은 2019년 5,119명에서 2020년 5,473명으로, 354명(6.9%)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세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경력직 연구 인력이 없어 구인난이 일어날 정도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실제로 씨젠과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동국제약, 종근당, 동아에스티 등은 연구 개발 인력을 채용하며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나섰다.

최근 수년 간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의약품 품질관리 문제도 채용시장에 영향을 줬다. 상당수 기업들이 관련 부서의 직원 수를 늘리고 있던 것.

지난 2018년 발사르탄 사태 이후 매년 라니티딘, 니자티딘, 메트포르민 등에서 NDMA가 검출되면서 의약품 품질관리는 제약기업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 최근에도 고혈압치료제인 사르탄류 성분 함유 의약품 가운데 일부 제품에서 불순물이 검출되면서 일부 제약기업들 사이에서는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여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품 품질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제약사들은 관련 부서의 인력 채용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방증하듯 씨젠, 동국제약, 종근당, 대웅제약, 유한양행, 녹십자, 제일약품, 동아에스티 등 대부분의 기업들이 QA, QC 분야 직원 채용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제약바이오 업계는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SW), 기계공학, 수학, 산업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인력을 채용하면서 본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인사담당자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위기감을 느낀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해 끊임없이 인재 영입을 하고 있다”며 “업계의 기본이 되는 생명공학 뿐만 아니라 IT, SW, 기계공학 등 다양한 분야와 산업을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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