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 꺾인’ 상승세…블록버스터 연매출 '줄줄이' 하락
틈새 파고든 메가트루·벤포벨, 잇딴 실적 ‘신기록’ 작성
주도권 싸움 치열…맞춤형 라인업·마케팅 ‘승부처’ 될 듯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국내 고함량비타민 시장이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가파른 실적 상승세를 타던 블록버스터 제품들의 성장 폭이 전반적으로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구매 의사가 높은 잠재적 소비자는 이미 시장에 상당수 진입해 있는 만큼 향후 성장 폭은 점진적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급속한 팽창의 시기를 뒤로하고 시장이 완숙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고함량비타민 시장 확대를 주도한 블록버스터 품목의 실적 성장세가 확연히 꺾였다. 그동안 상위 업체들이 소비자와 약사들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영업·마케팅을 전개하면서 전체 시장 파이를 키워왔지만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실제로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리딩 품목인 ‘임팩타민(대웅제약)’의 1~2분기 합산 매출(162억 원)은 전년(186억 원) 대비 12.9% 감소했다. 2017년 228억 원, 2018년 263억 원, 2019년 351억 원, 2020년 363억 원으로 매년 연매출이 가파르게 상승했던 것을 감안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뒤를 잇는 ‘비맥스(GC녹십자)’는 회사 측이 품목별 세부 실적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2019년 180억 원에서 지난해 연매출 300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8년(950억 원)까지만 해도 1,000억 원을 넘지 못했던 GC녹십자의 OTC 사업 부문이 2019년 1,153억 원, 2020년 1,619억원으로 퀀텀 점프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OTC 사업 부문 매출은 83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31억 원)보다 4억 원밖에 늘지 않았다. 비맥스의 성장세가 예년에 비해 약화됐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엑세라민(일동제약)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2019년 121억 원, 2020년 124억 원의 연매출로 비교적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었지만 올해는 상반기 매출이 45억 원에 그치며 블록버스터 지위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반면 3~4위권에 포진해 있는 ‘메가트루(유한양행)’, ‘벤포벨(종근당)’은 그나마 나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메가트루는 2019년 126억 원, 2020년 127억 원으로 2년간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올해 상반기에 69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대케 하고 있다.

특히 유한양행은 메가트루와 함께 ‘마그비’까지 지난해 연매출(114억 원) 100억 원대 품목으로 키워냈다. 올해도 59억 원의 판매고를 올리며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4분기에 출시된 종근당의 ‘벤포벨’ 역시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지난해 단숨에 블록버스터(111억 원) 품목에 올라선 데 이어 올해도 59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실적 신기록 작성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초고령화사회 진입과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최근 몇 년간 고함량비타민 시장이 급속하게 팽창했으나 올해를 기점으로 성장 폭이 둔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새롭게 시장에 끌어들일 신규 수요가 서서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

이처럼 전체 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만큼 향후 점유율 확보를 위해 상위사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건강과 면역에 대한 관심이 여전한 상황에서도 상위 고함량비타민제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시장이 완숙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며 “향후 각 업체들이 높아진 소비자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맞춤형 라인업 확대와 공격적인 영업·마케팅 등을 통해 주도권 싸움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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