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약 시장 8년 간 연평균 7%씩 성장…新 ‘블루오션’ 주목
유한 인지기능장애·대웅 당뇨·동국 치주질환 치료제 등 출시
“반려동물 커뮤니티, 소비 잠재력 막강…틈새 파고 들어야”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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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사들이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는 모습이다. 그동안 다국적제약사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동물약 시장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물량 부족 현상을 겪으면서 국내 기업들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막강한 소비 잠재력을 과시하고 있는 만큼 틈새 전략이 시장 성공을 가를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약은 최근 국내 처음으로 반려견 전용 치주질환 치료제 ‘캐니돌 정’을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동물의약품 시장에 진출했다. 캐니돌 정은 치아지지조직질환과 치은염에 효과가 있는 동물약으로 지난해 4월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대웅도 주식회사 ‘대웅펫’을 자회사로 편입시키며 반려동물 신약개발에 뛰어 들었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수의학회에서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진행한 SGLT-2 억제제 기전의 당뇨약에 대한 임상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인슐린으로 혈당 조절이 어려운 반려견의 혈당 조절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것이다.

이 외에도 유한양행, GC녹십자랩셀 등이 동물의약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유한양행은 지난 5월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CDS) 치료제 ‘제다큐어’를 출시했는데, 3개월 만에 전체 동물병원의 약 10%에서 이 약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C녹십자랩셀은 동물 진단검사 전문회사 ‘그린벳’(Green Vet)을 설립하고, 반려동물 헬스케어 사업에 나섰다. 진단검사를 비롯해 반려동물의 전 생애주기를 관리할 수 있는 예방, 치료,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수입 의존 동물약, 코로나19로 ‘공급 중단’ 사태도

그렇다면 왜 국내 제약사들은 앞다퉈 동물의약품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것일까.

KB금융그룹이 발표한 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반려동물을 키우는 양육가구 수는 604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9.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만 약 1,500만 명에 육박하는 규모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보유 가구가 2010년 17.4%에서 2020년 26.4%까지 폭증했다. 국내 4가구 당 1가구 이상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반려동물과 시간을 보내는 인구도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연구원의 국내 펫코노미 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9,000억 원이었던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8,000억 원, 2020년 5조8,000억 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규모 6조 원은 2016년 아웃도어 시장, 주얼리 시장, 의료기기 시장과 맞먹는 규모다.

실제로 동물의약품 제조·판매사인 이글벳의 반려동물 사업부 매출은 지난 2015년 매출 110억 원에서 작년에 214억 원으로 증가하며 5년 동안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국내 동물용의약품 시장 규모(동물용의약외품, 동물용의료기기 포함)도 2013년 5,057억 원에서 2020년 8,532억 원으로 8년 간 연평균 7%씩 성장했다(자료: 한국동물약품협회).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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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커뮤니티, 소비 잠재력 막강…틈새 파고 들어야”

문제는 동물의약품 시장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동물의약품 제조 규모는 2000년 2,953억 원에서 지난해 5,594억 원으로 89.41% 성장했다. 반면, 수입 규모는 같은 기간 775억 원에서 3,190억 원으로 311.79% 팽창했다.

그러나 최근까지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약은 공급 중단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의사는 15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국내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은 베링거인겔하임, 화이자, 바이엘 등 다국적 제약사 제품을 많이 활용하는 편”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부 의약품의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많은 동물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큰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무자 입장에서는 국내 제약사들의 동물의약품 개발 소식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며 “임상적 효용성 가치만 입증된다면 국내 수의학계에서도 큰 거부감 없이 사용할 것이다. 오히려 공급 중단 위험성이 있는 수입 의약품보다 국내 개발 제품을 더 많이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약에 대해 국내 수의학계가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만큼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앞서의 수의사는 “국내 제약사들의 동물의약품 시장 진출은 긍정적이다”라면서도 “다만 신약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국산 제품을 쉽게 선택하는 건 어려운 문제다. 의사들도 마찬가지지만 수의사들 역시 신약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편이다. 다만 반려동물 보호자가 특정 제품을 직접 찾는다면 상황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포털 사이트 카페나 SNS 등 커뮤니티에서의 정보 교류가 활발하다. 커뮤니티에서의 입지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따라 의약품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라며 “국내 제약사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보호자들의 마음을 잡으면 수입의약품이 꽉 잡고 있는 동물약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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