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락비·로즐리트렉, 암심위위 통과 후 약가협상 '돌입'
국내 바이오마커 검사 여건도 양호…새 치료 옵션 기대감
15일 국감 참고인 출석…치료 실태 및 급여화 강조할 듯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암종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항암제의 국내 도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지난 5월 건강보험 급여권 진입에 첫 관문을 넘어선 가운데 의료진과 환자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달 열리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암종 불문 항암제와 관련된 참고인이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암종 불문 항암제는 특정 유전자 바이오마커가 확인된 환자에게 암 발생 조직과 관계없이 효과를 내는 치료제다. 약물에 대한 반응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만 있다면 모든 암 환자에게 활용할 수 있는 항암제라는 뜻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급여 절차를 밟고 있는 치료제는 바이엘의 비트락비(성분명 라로트렉티닙)와 로슈의 로즐리트렉(성분명 엔트렉티닙)으로, 두 약 모두 NTRK(Neurotrophic receptor tyrosine kinase) 유전자 융합 바이오마커를 활용하는 약들이다. 양성을 보이는 환자 수는 극소수지만 효과는 탁월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비트락비·로즐리트렉, 임상은 ‘합격점’…관건은 ‘약가’

2018년 11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바이엘의 비트락비를 허가했다. 절제가 불가능하거나 만족스러운 대체 치료법의 부재, 치료 후 질병이 진행된 NTRK 융합 양성 고형암 환자가 치료 대상이다.

이 승인은 LOXO-TRK-14001, SCOUT, NAVIGATE 3가지 임상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해당 연구에는 NTRK 유전자 융합이 확인된 12종의 고형암 환자 55명이 참여했다. 연령대는 생후 1개월 ~ 성인이었다.

암 유형으로 보면 침샘종양이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연조직 육종이 11명, 유아 섬유육종 7명, 갑상선암이 5명 등이었다.

그 결과 객관적 반응률(ORR)이 75%로 나타났고 6개월 반응지속은 73%, 9개월은 63%, 12개월 39%로 확인됐다. 해당 결과는 암종이나 연령에 상관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로슈의 로즐리트렉은 1년여 후인 2019년 8월 FDA 승인을 획득했다. 비트락비와 마찬가지로 NTRK 융합이 확인된 고형암 환자가 대상이지만, 12세 이상 사용이라는 연령제한이 걸렸다.

로즐리트렉은 ALKA, STARTRK-1, STARTRK-2 연구에 참여한 NTRK 융합 양성인 성인 환자 54명에 대한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승인됐다.

독립적인 검토에 의해 결정된 전체 반응률은 57%였으며 반응지속기간은 6개월이 68%, 12개월은 45%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로즐리트렉이 지난해 4월, 비트락비는 같은 해 5월 잇따라 승인됐다. 올해 1월에는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신청해 지난 5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증(암)질환심의윈회를 통과했다.

현재 두 약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 단계에 놓여 있다. 암종 불문 항암제의 첫 급여 출시까지 마지막 단계를 남겨 둔 셈이다. 이들은 희귀질환 치료제로서 경제성평가도 면제받은 상태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NTRK 융합 바이오마커 진단, 국내 여건은?

암종 불문 항암제가 급여화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남아있다. 희귀한 NTRK 융합 바이오마커를 가진 환자를 찾아내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NTRK 융합 바이오마커를 찾아내는 방법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 형광동소보합법(FISH), 역전사 중합효소 연쇄반응(RT-PCR), 면역조직화학분석(IHC) 등이 있다.

비트락비 임상에서는 NGS·FISH·RT-PCR, 로즐리트렉 임상에서는 NGS·FISH를 통해 NTRK 바이오마커를 확인했다.

문제는 극소수의 바이오마커 확인을 위한 진단에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NTRK 융합 타깃 치료제가 출시된 해외에서도 양성 환자를 찾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사정은 어떨까. 개인별 유전자에 따른 맞춤형 정밀의료를 위해 정부가 전향적으로 도입한 NGS 검사에 기대를 걸어 볼 만하다. NGS 검사는 한 번에 수백가지의 유전자 이상을 검사할 수 있는 진단법이다.

지난 2017년 정부는 10대 고형암 환자에게 NGS 검사를 본인부담률 50%의 선별급여를 적용했다. 국가보험으로 NGS 검사가 적용된 것은 전 세계에서 처음이다. 2019년에는 전체 고형암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NGS 검사를 수행하는 시행기관 역시 초기 22개에 불과했지만, 올해 하반기(8월 기준) 승인된 시행기관은 64개소로 늘어났다.

이에 따른 NGS 검사 수도 4,000건에서 지난해 2만5,000건까지 매년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도연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종양내과)는 최근 암종 불문 항암제 미디어세미나에서 “국내 NGS 검사 여건은 좋은 편”이라며 “이른 시기에 NTRK 융합 양성 환자를 찾아낼 수 있다면 암종 불문 항암제는 새 치료 옵션으로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는 15일 열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에서는 한현호 연세의대 비뇨의학교실 임상조교수가 참고인으로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무소속 이용호 의원의 요청에 따른 출석이다.

이날 국감에서 한 교수는 현재 국내 암종 불문 항암제 실태와 급여화 필요성에 대해 설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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