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외 영역까지 분포하는 혈액응고인자 9인자 특성 극대화
알프로릭스, 관절 부위에 더 오래 지속…관절 건강 개선 확인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과거 혈우병 환자의 치료 목표는 혈액응고인자의 최저치를 1%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환자의 출혈 예방 및 조절을 위해 이를 3~5% 이상 유지하는 것을 의료진이 선호하는 추세다.

다만 혈우병 환자의 혈액을 채혈해 혈액응고인자의 최저치를 확인하는 방법만으로 B형 혈우병의 치료 성적을 평가하는 것은 일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B형 혈우병은 혈액응고인자 9인자가 결핍돼 발생하는데, 환자에게 투여된 혈액응고인자 9인자는 혈관 내부뿐만 아니라 혈관 외 영역까지 분포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B형 혈우병의 특성에 맞는 치료 평가 방법 및 전략이 요구되고 있는 배경이다.

≫ 혈관 외 약물의 분포 용적, B형 혈우병 치료 ‘핵심키’

B형 혈우병 환자에게 투여된 혈액응고인자 9인자는 혈관 외 영역으로 뻗어 나가 4형 콜라겐(Collagen IV)과 결합하면서 지혈 작용을 한다.

이는 약물의 대부분이 혈관 밖에 존재한다는 뜻인 만큼 최근에는 실제 혈관 외로 분포되는 약물의 용적이 B형 혈우병 치료에 있어 중요한 단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금까지 시장에 나온 혈액응고인자 9인자의 반감기를 연장한 B형 혈우병 치료제는 많다. 이 중 최근 진료 현장에서 알프로릭스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약물의 혈관 외 분포 규모 때문이다.

사노피에 따르면, 알프로릭스의 분포용적은 체중 1kg 당 303.4mL다. 반감기를 연장한 다른 B형 혈우병 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분포용적이 큰 수치다.

주목할 점은 약물의 분포용적이 클수록 혈관 외 영역에 존재하는 약물의 양도 많아진다는 점이다. 최근 의료진들이 알프로릭스를 반기는 이유다.

≫ Fc 융합 단백 기술, 혈액응고인자 9인자의 관절 분포도 높여

그렇다면 알프로릭스가 관절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이유는 뭘까. 바로 이 약에 적용된 ‘Fc 융합 단백 기술’ 때문이다.

알프로릭스는 혈액응고인자 9인자에 면역글로불린(lgG1)의 Fc 영역을 결합해 반감기를 연장하는 약이다.

이 때 체내 FcRn(neonatal Fc receptor)과 결합한 알프로릭스는 세포 내에서 리소좀에 의해 분해되지 않고 혈액 내로 되돌려지는 순환 과정을 거친다. B형 혈우병 환자의 몸에 약물이 더 오래 머무르는 이유다.

실제로 앨라배마대학교(University of Alabama) 조 살라스(Joe Salas, PhD) 교수 연구에 따르면, B형 혈우병에 걸린 쥐에게 알프로릭스를 투여한 결과 혈액응고인자 9인자의 반감기가 5배 이상 연장되면서 무릎, 어깨 등 출혈이 일어나기 쉬운 관절에 특히 오래 머무르는 것으로 관찰됐다.

▲자료 출처=Extravascular Distribution of Conventional and Ehl FIX Products Using In Vivo SPECT Imaging Analysis in Hemophilia B Mice 연구 논문 발췌
▲자료 출처=Extravascular Distribution of Conventional and Ehl FIX Products Using In Vivo SPECT Imaging Analysis in Hemophilia B Mice 연구 논문 발췌

≫ 임상 ‘관전포인트’, 늘어난 약물 투여 간격 및 관절 건강 개선

알프로릭스는 주요 임상 및 5년 리얼 월드 데이터를 통해 투약 간격 연장 및 관절 건강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알프로릭스의 주요 3상 임상인 B-LONG 연구와 Kids B-LONG 연구 참여자 중 B-YOND 5년 연장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후 분석한 결과, 12세 이상 B형 혈우병 환자의 약 84%(n=60/71명), 12세 미만 소아 B형 혈우병 환자의 약 93%(n=25/27명)가 B-LONG 및 Kids B-LONG 연구 종료 시점 대비 약물 투여 간격을 유지하거나 연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B-LONG 연구 및 B-YOND 연장 연구에 참여한 환자 중 표적 관절이 있었던 60명의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예방요법을 시행한 환자 중 37명에게 나타난 평가 가능한 93개의 표적 관절이 모두 해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6개월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90.2%는 표적 관절이 재발하지 않았다.

알프로릭스는 5년 리얼 월드 데이터에서도 임상 연구와 일관된 효과를 확인했다. 미국 6개 혈우병 센터에서 B형 혈우병 환자 64명을 대상으로 알프로릭스를 6개월 이상 투여한 환자의 차트를 후향적 분석에 의해 조사한 결과, 알프로릭스 예방요법으로 전환한 환자 32명 중 81%(26명)의 투여 간격이 연장됐으며, 19%(6명)은 투여 간격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프로릭스로 약물을 전환하기 전과 후의 데이터가 비교 가능한 24명의 환자 모두 연간출혈률도 감소했다. 알프로릭스 투여 전 19명의 환자가 53개의 표적 관절을 가지고 있었으나 알프로릭스 예방요법 시행 후 표적 관절의 32%(n=17/53개)가 해소됐으며 환자의 47%(n=9/19명)에서는 표적 관절이 보고되지 않았다.

환자와 의료진이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다양해지고 ‘개인 맞춤형 치료’가 트렌드로 대두되면서, 세계혈우연맹은 치료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치료의 장단기 결과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다만 A형 혈우병과 B형 혈우병은 혈액응고인자의 특성이 다른 만큼 같은 혈우병이더라도 혈액응고인자 8인자와 9인자 각각의 특성을 고려해 치료 결과를 평가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 에모리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로버트 시도니오(Robert Sidonio) 교수는 2021년 7월 개최된 국제혈전지혈학회(International Society on Thrombosis and Haemostasis, 이하 ISTH) 발표를 통해 “B형 혈우병 평가 시 혈액응고인자 9인자가 가진 ‘혈관 외 분포(extravascular distribution)’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임상에서 치료제 결정 시 약물의 분포 용적이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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