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백신 접종 완료자 1등 국민, 미접종자 2등 국민…씁쓸”
말 바꾼 정부…미접종자 사회적 불이익 없다 과거 발언 ‘논란’
김우주 교수, “기저질환자 등 접종 어려운 국민 상황 고려해야”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우리나라 국민 50%가 백신 접종을 완료하자 ‘백신패스’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접종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PCR(유전자증폭검사) 검사 음성 확인서가 없는 미접종자는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제한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의학적인 사유로 불가피하게 백신을 맞지 못하는 국민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정부가 세부사항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오는 10월 말 또는 11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추진하기로 하고 백신패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백신 패스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에게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하되 미접종자는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확인서를 제출한 경우에만 이용을 허용하는 제도다. 다만 접종 기회를 부여받지 않았던 저연령층이나 혹은 학생들에 대해서는 제한조치 예외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독일과 프랑스, 덴마크 등에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정책의 일환으로 백신패스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백신패스를 운영할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 하지만 접종 완료자의 자유는 확대하고 미접종자는 불이익을 받는 불가피한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미접종자 기본권 침해…“접종 미완료자는 2등 국민인가”

정부의 이 같은 언급은 미접종자 차별이라며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백신패스 도입에 따른 제한 조치가 백신을 맞지 않은 시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5일 현재까지 백신패스 도입을 반대하는 내용의 청원만 10건에 달했다.

이 중 ‘백신패스 반대합니다’는 제목의 게시글은 동의자만 4만 명에 달하면서 시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미접종자에 대한 정의가 문제다. 안전성을 이유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저질환이나 알레르기 등의 이유로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 미접종자로 분류해 다중이용시설을 제한한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강동구에 거주 중인 최안나 씨(가명)는 “만성 신우신염에 중증 아토피피부염, 아나팔락시스 쇼크 등의 기저질환이 있다 보니 주치의가 백신 접종을 만류했다”며 “건강 상의 이유로 백신을 맞고싶어도 맞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안 맞는 것과 못 맞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도 만약 미접종자로 분류돼 차별을 받는다면 이는 억울할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백신 접종 완료자는 1등 국민, 미접종자는 2등 국민으로 나누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을 두기 전에 국민이 안심하고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도록 피해 보상을 좀 더 넓히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실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불이익은 이미 현재 진행 중이다.

앞서 정부는 특별방역대책의 일환으로 추석 연휴기간 동안 요양병원 대면 면회를 허용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후 1년 7개월만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이뤄졌다. 접종 일정에 따라 백신을 맞았음에도 1차만 맞고 대기 중이던 요양병원 입소자의 보호자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아버지가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박나래(가명) 씨는 “감염 확산을 우려해 대면 면회를 제한하면서 아버지를 못 본지 1년 7개월이다. 그동안 아버지는 버려졌다는 생각에 우울증까지 올 정도로 힘들어 했다”며 “이번 추석 연휴에 요양병원 대면 면회를 허용한다는 소식에 뛸 듯이 기뻤지만 결국 아버지는 만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유는 박 씨가 백신 접종 완료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박나래 씨는 “정부의 일정에 따라 9월 초에 겨우 1차 백신을 맞았다. 현실적으로 추석 연휴 전까지 2차 접종까지는 무리였다”며 “그동안 요양병원 내 감염 확산 차단을 위해 대면 면회를 제한한 점은 이해했지만 이번 처사는 좀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백신 접종 여부로 차별 당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난 3월 사회 필수 인력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백신을 맞지 않아도 사회적 불이익은 주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접종률이 증가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불이익이 드러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 백신패스, 확진자 폭증 ‘부스터’ 될 수도…세부사항 마련 ‘시급’

이처럼 백신패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신중론을 강조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백신패스로 인해 확진자가 폭증할 수 있다는 지적인 것.

현재 백신 접종은 8개월 동안 이뤄졌다. 2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대비 접종 완료율은 51.8%다.

문제는 전문가들이 코로나19 백신의 항체 형성 기간을 6개월에서 1년 정도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2월 26일 백신 접종이 처음 시작된 이후 3~4월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들의 경우 백신패스가 도입되는 시점에서 6개월이 지나게 된다.

미접종자보다는 감염 확률이 낮다고는 하지만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최근 요양병원을 비롯한 수도권 대형병원 등에서 집단감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백신 접종 완료 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돌파감염 사례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5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화이자 백신의 경우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효과가 2개월에 6%씩 감소한다는 자체 연구결과도 보고되고 있다”며 “2~3월에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의 경우 항체가 떨어져 돌파감염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이어 “더욱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접종 완료자라도 바이러스 양이 많아 전염력이 높은 편”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백신패스를 부여할 경우 확진자가 폭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패스를 도입해야 한다면 일단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와 불가피한 사유로 백신을 맞지 못한 국민을 고려한 제도가 시급히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의 김 교수는 “예를 들어 유흥업소를 출입하는데 백신패스가 필요하다고 하면 이해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하고 있는 식당이나 카페, 극장, 병원 등을 이용할 때도 활용한다면 이는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현실적으로 백신패스로 출입할 수 있는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가 먼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72시간 이내 PCR 검사 기록의 경우 3일에 한 번씩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조차도 실현 불가능하다”며 “의학적인 사유 등으로 백신을 맞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미접종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들을 백신패스 면제 대상에 포함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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