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피해 보상, 의학적 접근 대신 인도적 차원으로 판단해야”
10년 동안 1조 퍼부었는데…‘이름값 못하는’ 혁신형 제약기업
국감 단골 ‘키트루다’ 올해도 등판…政,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

▲ 사진 설명=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6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을 대상으로 2021년 국정감사를 실시했다.(출처: 국회방송 캡처)
▲ 사진 설명=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6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을 대상으로 2021년 국정감사를 실시했다.(출처: 국회방송 캡처)

신종 감염병 사태 속에 열린 두 번째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의 주요 화두는 ‘코로나19 대응’이었다.

여야 국회는 위드 코로나 전환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 피해 보상에 한 목소리를 내며 철저한 준비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올해 ‘플랫폼 국감’이라는 별칭에 맞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비대면 플랫폼을 이용한 마약성 의약품 처방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매년 국정감사 단골 질문으로 나왔던 신약 접근성 강화에 대한 질의는 올해도 변함없이 나왔으나 정부는 원론적인 답변을 하는데 그쳤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신약 개발에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6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을 대상으로 2021년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 권덕철 장관, “10월 말 일상 회복 발걸음 뗄 수 있어”

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10월 말이면 위드 코로나 전환이 가능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은 그동안 논란이 됐던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에 대한 지적과 함께 일상 회복 시기를 구체적으로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허 의원은 결혼식장 참석 인원을 식사 여부에 따라 49명 또는 99명으로 나누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식당의 경우 아는 사람 12명이 3테이블에 있는 경우와 모르는 사람 12명이 3테이블에 있는 경우가 도대체 무슨 차이냐는 것이 허 의원의 주장이다.

같은 당 강병원 의원도 영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은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받은 단기 예측 결과를 공개하며 신종 감염병 사태에 대응하는 책임 있는 정부의 모습을 주문했다.

이날 백 의원이 공개한 예측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악화하면 이달 말 확진자는 5,000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달 30일 기준 환자 발생률·전파율·치명률·백신 접종률 등을 적용한 수리 모델을 이용해 도출한 결과다.

백 의원은 “유행 상황이 4차 대유행의 평균 수준으로 지속되는 경우 일일 확진자는 10월 말 3,500∼4,300명, 11월 말 3,300∼4,9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며 “4차 유행 지속 시 5,000명까지 예측하는 결과치가 나와 이달 말부터 시작하는 ‘위드 코로나’ 적용에 비상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여야 의원들의 위드 코로나 전환에 대한 철저한 준비 요구에 복지부 역시 공감을 표하면서도 향후 정부의 방역 체계 계획에 대해서는 분명히 했다.

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은 “질병관리청 발표에 의하면 백신 접종 완료율이 전 국민의 70% 이상 특히, 고령층의 90%, 성인의 80% 이상 될 때 시작할 수 있다”며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일상회복으로의 발걸음을 뗄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현재의 ‘확진자 억제 중심’ 대응에서 ‘중환자 치료 중심’으로 전환하고 방역과 일상이 조화를 이루는 개편안을 구상 중”이라며 “1일 신규 확진자가 1만 명 이상 발생한다는 가정 하에 행정명령까지 동원해 중증환자 병상을 확보하고 경증환자를 위한 재택치료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국무총리와 민간위원이 공동으로 위원장을 맡는 ‘(가칭)일상회복 지원위원회’에서 위드 코로나와 관련한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 사진 설명=지난 6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백신 이상반응 문제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출처: 국회방송 캡처)
▲ 사진 설명=지난 6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백신 이상반응 문제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출처: 국회방송 캡처)

≫ 여야, 인색한 백신 피해보상 ‘질타’…보상 범위 확대 ‘한 목소리’

특히 이날 국감에서는 정부의 백신 피해 보상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국민이 정부를 믿고 접종에 응한 만큼 인과성이 부족하더라도 포괄적으로 피해 보상을 해야 한다는 지적인 것.

포문은 국민의 힘 강기윤 의원이 열었다. 강 의원은 접종 대상자 553만 명이 접종하지 않는 이유로 백신을 맞은 후 이상반응에 대한 야박한 보상과 대응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전문위원회를 통해 보상이 결정된 사례는 3,425건 심의 중 1,793건에 불과했다. 이상반응으로 신고된 21만 건 대비 보상 결정은 0.66%에 그쳤다.

강 의원은 “피해가 발생하면 정부가 완전히 책임지고 문제가 없도록 신뢰를 줘야 위드 코로나도 가능하다”며 “접종률 높다고 자랑할 게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같은 당 김미애 의원도 힘을 보탰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 접종을 권유할 때 책임진다 했으면 인과성 문제도 동일하게 연결됐어야 했다”며 “지방자치단체 신속대응팀에서는 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인한 사망을 22건 인정했는데 정부는 2건에 그쳤다. 위중증 사례는 63건 중 5건만 인정했다. 반면, 경증인 아나필락시스는 모두 수용했다. 경증은 인정하고 중증은 인정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신 이상반응과 관련한 질타는 여당에서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이상반응 입증이 어려운 ‘의학적 그레이존’이 있다면서 가급적 피해자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의원이 지적한 ‘의학적 그레이존’은 정부의 백신 피해 보상 기준 중 4-1(의료비 지원)과 4-2(보상 제외)다.

4-1은 예방 접종 후 이상반응이 발생한 시기가 시간적 개연성은 있으나 백신과 이상반응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로 중증환자 등에 의료비를 지원한다. 반면, 4-2는 백신보다는 다른 이유에 의한 가능성이 더 높은 경우로 보상에서 제외된다.

신 의원은 “국민 신뢰를 위해 피해자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독립성을 갖춘 전문 전담기구를 구성해 인과관계를 판단하고, 이상반응을 진단·치료할 전담병원 지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정춘숙 의원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향해 크게 호통 쳤다.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 이상반응 사망례에 인과성을 인정해주고 있다는 정 청장의 발언 때문이다.

정은경 청장에 따르면 백신 이상반응으로 인한 사망자가 미국과 일본은 각각 8,000명, 1,200명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 건도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춘숙 의원은 “국민의 무한 신뢰와 협조로 이 정도 방역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은경 청장의 설명은 마땅치 않다”며 “국민은 국가를 믿고 백신을 맞았다. 추후 인과성이 확인되면 보상하겠다는 건 책임을 미루거나 회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인과성 보상을 의학적·과학적으로만 볼 문제가 아니다”라며 “공동체 안전을 위해 희생한 사명감 또는 책임감에 대한 보상으로 봐야 한다. 대통령령으로 형평성에 맞춰 보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반응 보상 범위 확대 요구가 잇따르자 정은경 청장은 “국민이 이상반응에 대해 불안해하고 우려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다”며 “미국, 유럽 등 정보를 수집해서 보상 범위응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 사진 설명=지난 6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종성 의원이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환자의 신약 접근성 문제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출처: 국회방송 캡처)
▲ 사진 설명=지난 6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환자의 신약 접근성 문제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출처: 국회방송 캡처)

≫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한 환자의 ‘신약 접근성’ 문제…정부는 ‘난색’

매년 국감 단골 질문으로 등장했던 신약 접근성 문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야당에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케어)에 대한 비판이, 여당에서는 수년째 국감 도마 위에 오른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폐암 1차 치료제 급여 적용 지연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중증희귀질환을 치료하는 면역항암제의 환자 접근성이 이전 정부보다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중증질환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친 희귀질환 의약품의 건강보험 등재율은 2016년 95%에서 2020년 55.6%로 떨어졌다.

희귀질환약 등재건수는 이전 정부와 현 정부가 거의 동일하지만 실제 등재율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는 것이 이 의원의 주장이다.

이 의원은 “다수의 경증 환자를 우선순위에 놓고 건보재정을 무차별적으로 쓰니 소수의 중증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폐암 치료시 키트루다를 1차 치료제로 썼을 때 2차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보다 치료 효과가 높다며 1차 치료제로 급여 적용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전이성 편평과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키트루다 병용 요법을 가장 높은 권고 등급인 ‘Category1’ 중에서도 선호요법(Preferred)으로 우선 권고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52개국에서 1차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으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1개국도 1차 급여를 인정하고 있다.

강 의원은 “미국 등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키트루다는 항암치료 실패 후 2차 치료에서만 급여를 적용하면서 환자에게 부담을 키우고 있다”며 “폐암 환자가 키트루다를 1차 치료제로 쓰려면 자비를 들여야 하는데, 한 달에 700만 원이 소요된다. 매월 투여하면 1년에 1억 원 가량이 필요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키트루다의 급여 적용을 위해 선등재 후평가나 별도 암 기금 마련 등 계획은 있느냐”고 질의했다.

하지만 권덕철 장관은 이 같은 지적에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며 난색을 표했다.

권 장관은 “현재 2차 치료제인 키트루다를 1차 치료제로 허용하면 건보재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에 대한 비용효과성 평가가 있어야 한다”면서 “선등재 후평가는 선등재 시 약가를 건보재정에서 내야 한다. 또, 급여 협상시 합리적인 약가 관리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희귀약은 고가이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엄격하게 급여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의학적 필요에 따라 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10년 간 1조 지원했는데…혁신형 제약기업 ‘이름값’ 의문

이날 국감에서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신약 개발 역량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은 지난 10년 동안 제약바이오기업에 1조 원 넘게 지원했으나 코로나19 백신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개발 속도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가장 빠르다. 이 회사는 유일하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10개국에서 22개의 백신을 개발했는데, 우리나라는 현재 1개도 개발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복지부는 지난 2012년부터 9년 동안 혁신형 제약기업 62곳에 1조110억 원을 지원했다. 이들 기업 중 코로나19 백신 임상을 진행 중인 기업은 단 2곳에 그치고 있다. 이마저도 임상 1~2상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다.

최연숙 의원은 “혁신형 제약기업 지원과 코로나 백신 임상 지원을 동시에 받았는데도 백신 개발 수준은 대부분 1~2상에 머물고 있다”며 “지원 사업의 성과를 오로지 코로나 백신 개발로 평가할 수 없지만 코로나19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혁신형 제약기업과 코로나 백신 R&D(연구개발) 지원 성과를 분석해 제약바이오기업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권덕철 장관은 “미국도 국가와 기업이 긴밀하게 협동해 백신을 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원부자제 수급 등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여러가지 대응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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