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동원 성남시약사회장
이달 중 선거 출마 공식화 예정…기존 선거역학 구도에 '도전장'
"급변하는 시대 흐름 맞춰 약사회도 변화와 개혁 필요한 시점"

▲ 한동원 성남시약사회장
▲ 한동원 성남시약사회장

차기 경기도약사회장 자리를 두고 여러 인사들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동안 경기도약사회는 중앙대학교 약대 출신들의 독무대였다. 실제로 직선제 이전에는 대의원 선거를 통해 중앙대 약대 출신들이 회장직을 독점해 왔다.

직선제가 도입된 후에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첫 직선제 선거(2004년)에서 당선된 김경옥 전 회장(이화여대 약대)을 제외하면 모두 중앙대 약대 출신(박기배, 김현태, 함삼균, 최광훈, 박영달)이었다. 경기도약사회장 선거에서 중대 약대 출신 단일 후보는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변하지 않는 진리로 굳어진 배경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이번 경기도약사회장 선거 역시 출마 하마평에 오른 인사 중 중앙대 약대 출신은 누구인지, 또 누가 단일 후보로 결정될 것인지를 두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실상 타 대학 약대 출신들은 관심권 밖에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험난한 여건 속에서도 비 중앙대 약대 출신으로 올해 경기도약사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인물이 있다. 바로 한동원 성남시약사회장(조선대 약대)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수십 년간 변화가 없던 경기도약사회장 선거 역학 구도에 그가 균열을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최근 한동원 회장을 만나 그가 계획하고 있는 앞으로의 행보와 회무 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 “약사직능 위협하는 현안 해결 열망, 출마 결심 굳힌 계기”

성남시약사회장직을 수행한 지 어느덧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의례 행사가 된 품절의약품 문제, 과중한 행정업무와 경제적 손실을 야기하는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 약사직능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내고 있는 병원지원금 문제 등 고질적인 주요 현안들이 조금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최근 많은 생각을 했다.

상급회에 이 사안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건의를 하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답보 상태에 있는 이 같은 주요 현안을 해결하고 싶다는 열망이 경기도약사회장 선거 출마를 결심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경기지역 최대 분회인 성남시약사회를 6년간 이끌어 온 회무 경험과 성과, 그간 다듬어 왔던 여러 약사 정책들을 회원들께서 자세히 살펴봐 준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아직 공식적으로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현재 주변에서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며 준비를 하고 있다. 이달 중 최종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 “특정 약대 출신 독점,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30년 전과 지금의 약사회는 환경에 큰 차이가 있다. IT 시대가 도래했고, 약사 제도나 회원들의 의식도 크게 바뀌었다. 또 6년제 후배들도 본격적으로 배출되기 시작했다. 약사회의 역할이 재정립돼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경기도약사회는 특정 대학 출신이 회장직을 독점하는 해묵은 관행이 수십년간 지속되고 있다. 출신과 상관없이 회무 참여 기회가 공정하게 부여돼야 새로운 인물이 유입되고 이로 인해 발전적인 변화도 기대할 수 있는데 경기도약사회는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무너져 있다.

최근 우리 사회의 핵심 화두인 공정에도 부합하지 않는 일이다. 경기도 회원들께서 이 부분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깊게 들여다 봐 주셨으면 한다. 급변하는 시대에 약사직능을 수호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관행을 타파하고 새롭게 바꿔보려는 개혁의 바람이 내부에서 불어야 한다.

≫ “한 쪽으로 치우지지 않은 집행부 구성할 것”

약사회가 회원을 위한 사업을 새롭게 추진하고 전반적인 회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회장뿐만 아니라 집행부를 구성하는 임원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특정 대학 출신으로 집행부가 구성되면 회원 전체 목소리를 대변하거나 사업 방향성을 잡는데 있어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고 회무 참여 기회의 문을 열어 놓는 것이 회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보다 높은 곳에서 회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회원들께서 주신다면 약사회에 봉사하고자 하는 능력있는 새로운 인물 찾기에 적극 나서고, 탕평책을 통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지지 않은 집행부를 구성,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을 생각이다.

≫ “현안 해결 위한 실천력과 추진력,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회무를 시작하면서 성분명처방 현실화를 줄곧 고민하고 열망해 왔다. 포장만 바뀐 똑같은 약이 수십 수백개의 제약사 이름을 달고 판매되고 있는데 의사들은 미세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는 얘기인가. 의사들의 아성을 깨야 한다.

그동안 대한약사회와 지부에 꾸준히 건의를 했지만 조금도 진전된 것이 없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난제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으면 영원히 지금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

성분명처방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국민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한다.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약사회 차원의 사전 작업이 중요하다. 국민들과 접점을 넓히고 호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 오래전부터 여러 시민단체에 가입해 활동을 하고 있다.

여기서 성분명처방이 왜 국민 건강에 필요한 것인지 기회가 날 때마다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고 공감대를 얻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왔다. 대한약사회나 지부에서 하지 못했던 성분명처방 공청회나 간담회를 관과 시민단체 주체로 여러 차례 개최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위에서 안된다면 아래에서라도 시작해 보자는 의지가 성과를 낸 것이다.

공공심야약국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도 이 같은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의약분업 전에는 10~11시까지 열려 있는 약국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의약분업 이후에는 약사들이 처방전 없이 임의 조제를 할 수 없게 되면서 운영시간이 자연스럽게 병원과 맞춰지게 됐다. 이는 약사들이 원한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변화에 따른 결과였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러한 사정은 외면하고 국민 불편 해소를 핑계로 편의점 상비약 제도를 강행했다.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지만 정부는 오히려 취급 품목을 더 늘리려 하고 있다. 이 사안 역시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난제지만 성분명처방과 마찬가지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밑작업이 꾸준히 진행된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임기 중 성남시 관내 보건소가 있는 행정구역(3군데)에 공공심야약국 개설을 강력하게 추진하게 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처음에 성남시에 공공심야약국사업을 제안했을 때는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그럼에도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했고 결국 성남시의 인식 변화와 더불어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현재 공공심야약국과 관련한 조례가 경기도에 마련된 상태라 이를 근거로 경기도에서 30%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고, 나머지 70%는 성남시에서 책임지고 있다.

이러한 성과들이 하나 둘 모이면 공공심야약국 사업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것은 물론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현재 상급회에 보건소가 위치한 행정구역에 공공심야약국을 만들어보자고 건의를 해 놓은 상태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명확한 답을 듣지는 못한 상태다.

공공심야약국 사업이 활성화되면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만큼 향후 정부의 편의점 상비약 확대를 저지할 수 있는 강력한 논리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공공심야약국을 이용한 시민들의 반응이 호의적인 데다 지자체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만큼 경기도약사회나 대한약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판을 키울 필요가 있다.

성남시약사회가 가장 선제적으로 시작했던 마그미 강사 사업도 작은 노력이 모여 결실을 맺은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사업 실적이 좋아 매년 예산이 증액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당장은 미약할지 모르지만 의지를 갖고 시작하면 성과와 결과는 따라온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잊어서는 안된다.

≫ 30여년간 마음에 새긴 회무 철학, ‘회원’

모든 것을 주도적으로 이끌기보다는 공정과 공평을 기치로 집행부 임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들이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에 탄력이 붙을 수 있도록 후방에서 지원하는 것이 회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직을 수행해 왔다.

서초구약사회 총무로 약사회 회무를 시작한 지 어느덧 30여년이 흘렀다.

의약분업 이후 성남시로 넘어와 터를 잡고 성남시약사회와 경기도약사회에서 임원 활동을 하는 동안 ‘모든 회무의 중심은 회원’이라는 생각을 마음에 새기고 여기까지 왔다.

≫ “회원에게 진심 전할 루트 치열하게 고민 중”

개인의 특별한 능력보다는 경기도 지역 8천 회원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이를 기반으로 미래 비전을 선명하게 제시하는 것이 경기도약사회장이 가져야 할 최우선 덕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회원들에게 준비한 공약을 평가받고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직접적인 대면 기회가 제한적이고, SNS 등 온라인 활동도 쉽지 않아 안타깝다.

선관위가 블로그나 홈페이지는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이를 최대한 활용해 볼 생각이다. 또 선거 관리 규정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선거 운동 방안도 계속해서 고민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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